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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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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772회 작성일 10-09-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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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이 있던 곳
연동 철길 옆 만화가게에
세상에 대한 은둔이 있던 곳
기적소리보다 더한 울림도 있었다
오거리, 유달산, 삼학도, 째보선창에
목포의 눈물로 사랑을 묻던
나만이 꿈꾸던 인생도 있었다
조각공원지나 어둠바위 너머
오르지 못할 세상이 있다고
온 몸으로 가르친 일등바위가
아련한 슬픔으로 가위 누르던
해질 무렵 부두에
하의, 장산, 비금, 도초로 떠나는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사랑이 있던 곳
삶의 뒷심이 있던 곳

* 하의, 장산, 비금, 도초 ; 목포주변의 섬

-- 정글(1958 - )의 시 <목포> 전문

정글은 본명이 정문석인 내 고향 중학교 동기동창생 시인이다. 위 시는 그가 최근 출판한 <펠리컨의 꿈>이란 시집에 실려있는 시 <목포> 전문이다.

초등학교 때 목포역에 내리면 <목포의 눈물>이란 노래가 플랫폼에 나오곤 했었다. 어린 마음에도 처량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너무 여행객들을 애상에 젖게 만든다고 목포역측에서 틀어주다가 안 틀어주다가 했었다. 목포가 항구일 뿐만 아니라 기차의 종착역이었고,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이어서였기 때문인지 목포 하면 이별과 눈물 그리고 슬픔이 비릿하게 느껴지곤 한다.

정문석의 <목포>도 예외가 아니어서 은둔, 눈물, 오르지 못할 세상, 슬픔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 목포의 눈물 사이로 꿈, 사랑, 삶의 뒷심 또한 보인다. 밝음과 어두움으로 짜여져 있는 우리의 인생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정문석의 시는 한편 한편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목포의 선창가에서 얻은 삶의 뒷심일 수도 있겠고 또 시대와 고향을 같이 하고 있는 내 공감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집 제목을 따온 그의 시 <펠리칸의 꿈>의 밑글에서 "펠리컨은 먹을 것이 없어지면 새끼한테 자기 내장을 토해준다.나도 내장을 토하듯 시를 쓰고 싶다"라고 말한 데서 엿보이는 그의 투철한 시 정신이 그의 시의 목소리를 뜨겁게 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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