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문학의 위상과 과제 - 국외 한인문학의 영역과 위상 : 이 명 재 (중앙대 명예교수, 평론가) > 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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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주 한인문학의 위상과 과제 - 국외 한인문학의 영역과 위상 : 이 명 재 (중앙대 명예교수,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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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릭 댓글 0건 조회 3,312회 작성일 12-02-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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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외 한인문학의 영역과 위상

‘국외(또는 재외ㅡ해외) 한인문학’이란 이름에는 세계가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요즘의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밖의 한겨레인 한국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 문학 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 명칭에는 적어도 새롭게 변천해 가는 세계문학에 저마다 다양한 민족문학이 어떤 상호관계를 유지하며 자아를 지켜나가느냐 하는 문화전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분야의 학회나 소집단적인 문학이 점차 주요한 실체로서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구체적으로 국외 한인문학이란 이미 외국 여러 지역에 나가 사는 우리 동포들이 현지에서 한글이나 현지어로 문단활동을 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주의 진영에서 한글문단의 메카를 이루고 있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한글문단,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알마타 중심의 고려인 문단, 일본의 한인 문단, 남북미주의 한국계 현지문단 등.
따라서 한인문학의 영역은 실로 전 세계 해당 거주 지역에 걸쳐서 생활하는 1세대, 1.5세대 및 2,3세대 한인들이 모국어(母國語)인 한글을 비롯하여 다양한 현지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모두 포괄하여 접근 대상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연변의 김창걸, 리욱, 김학철, 김철 등의 작품이나 알마타의 김준, 연성용, 리정희 등과 남북 미주에 거주하며 시와 산문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한글문학들이 우선시됨은 물론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김사량, 이회성 이양지, 유미리, 현월 등의 일본어 소설 뿐 아니라 러시아 권에서 활동하는 아나톨리 김의 소설들과 캐시 송의 영시집이나 강용흘, 김은국, 이창래, 차학경, 이혜리의 영어로 발표된 장편 등이 그 보기에 추가된다.
이밖에 비록 한겨레는 아닌 외국인일지라도 한국문학을 연구하거나 한인들의 작가 ․ 작품을 비평, 강의하는 한국학 관계 종사자들과 그 업적들도 그 접근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일본인으로서 한국문학 연구와 소개에 각별한 오무라 마쓰오(大村益夫)나 사에쿠사 토시카쓰(三枝壽勝) 같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인으로서 한글로 쓴 그들의 한국문학 평론이나 연구에 종사한 사람과 그 업적은 국제 한인문학의 대상임에 틀림없으면서도 설사 그들이 쓴 창작 작품은 주된 한국문학사 대상은 되지 못한다. 한국 시 번역과 소개에 노력해 온 하버드 대학의 메킨 교수 경우는 직접 한글시도 쓸 수 있는 현역의 미국 시인인데도 한국문학 번역과 연구에 종사하는 풀턴 교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외 한인문학 연구가로서의 자격을 갖춘 대신, 한국문학사의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한겨레로서 역사적이고 정서적인 민족 공동체로서의 체험을 겪은 주체가 아닌 때문이다.
근래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류(韓流) 열풍 같은 문화면의 국위 선양 및 해외진출 교민들의 지위향상이나 선진국의 잇따른 한국어의 제2외국어 선택 등에 힘입어 바야흐로 국외한인문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근년 들어서 일본의 아쿠다가와(芥川) 문학상을 자주 수상한 교포 작가들의 성과를 비롯해서 미국문단에서 한인 작가들의 현지어 소설들이 활발하게 출판되어 읽히고 있다. 따라서 이들 작품들과 함께 이들의 인기에 못지않은 러시아의 아나톨리 김 등의 작품들을 진중하게 분석, 평가하여 한국문학사의 자원으로 편입시켜야 마땅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국문학과 한인문학의 영역에 상관해서 분명히 논의해 둘 바가 있다. 그것은 앞에서 밝힌 대로 국가선택이 자유로운 것이었든, 또는 소련 당국의 강제 이주에 의해서든 한반도 밖의 여러 나라에 나가서 사는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물론 한국문학의 범주보다 그 영역이 넓은 국외 한인문학과 한국문학사 대상은 상이하므로 그 타당성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인종적인 요건으로서 한인의 작품이라야 한국문학과 한인문학의 대상에 든다는 점이다. 엄격한 속인주의(屬人主義)를 중심삼은 셈인데 여기에는 국적이나 문자에 선행하고 있다. 혈연 공동체적 요소는 숙명적일만치 언어와 역사 내지 문화를 공유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혹시 혼혈적인 성격을 지닌 혼혈아일지라도 한반도를 무대삼고 한국문화를 제재로 삼은 접근은 한국문학의 특장점일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문학작품에서의 한글 사용은 가장 바람직한 한국문학의 요건이란 점이다. 한반도에서는 물론이요 해외에 나가서 살더라도 모국어로써 글을 쓰는 행위는 한국문학의 기본인 것이다. 한민족으로서의 발상과 정서를 제대로 표출하는 지름길은 역시 모국어가 본령이기 때문이다.
다음 같은 시편들을 통해서도 낯선 이국땅의 삶속에서 한사코 모국어를 지키며 자기정체성을 추스르는 충정을 엿볼 수 있다.

모국어 /그의 품에 안길 때 /그의 음향 속에 들 때/나는 활기를 펴노라/의젓이 영예를 느끼노라/

나의 귀가에 쟁쟁거리고/ 나의 눈에 삼삼거리고/ 두뇌에 뜻을 두고/ 핏방울 들끓게 하느니/ 진정 공덕의 선구자로다/

이 밤도 늦어/ 새 금줄 종이에 박노라니/ 모국어는 나의 동반자/그러니 외롭지 않다/ 슬프지 않다 /
행복이 나를 처든다
-맹동욱, 「모국어」전문

윗글은 구소련의 규제 속에서 은밀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요 아래의 두 시편 역시 미국사회의 일상에서도 어머니의 탯줄로 이어받은 뿌리인 모국어에의 절실한 사랑을 가족 모두에게까지 속속들이 전하려는 바램을 품고 있다. 언어는 문학예술의 기본인데 특히 모국어는 민족문학의 밑바탕이요 얼이며 국외한인들의 뿌리로서 자기 정체성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재외동포들에게는 일련의 한글을 통한 문예활동이 자기구원과 더불어 자아실현의 값진 카다르시스를 겸하면서 이민족에 대한 문화적 과시 효과도 거두는 작업인 면도 적지 않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온종일 이국어를 쓰다가/밤에만 잠꼬대로 모국어를 말한다./

영화에서 방송에서 책에서 / 십년을 찾아온 수만 개의 모국어가 /집에서 또 수난을 당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우리 집 아이들/ 마당에 고인 빗물을 “국물”이라 한다. 오래된 빵을 “늙은 빵”이라 한다./

우리 집 내무대신도 질까보냐 / VIDEO를 가정교사로 들어앉히더니 / 자모회로, 파티로, 치마 바람을 일으키고 다니더니 / 혀가 제법 빠다에 정복되어 간다. /

(중략)

어머님의 탯줄로, 산고의 아픔으로 이어받은 /나의 모국어/ 함께 이민 와서/ 함께 된장 끓이며/ 함께 꿈꾸며 / 함께 사랑하며/ 함께 무덤까지 간다.
- 김병현 「모국어」에서

대체로 문학의 원론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외국에 나가 살면서 모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 그 정체성 지키기 의식과 더불어 속문주의(屬文主義)와 속인주의(屬人主義)적인 요건을 아울러서 갖추고 있어야 더욱 바람직한 민족문학의 요건이 된다.
하지만 명확히 해둘 바는 한인이 영어나 일본어 또는 러시아어 등의 현지어로 쓴 작품도 부차적인 대로 당당한 한인문학으로서 한국문학사의 자료로 참고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본디 한국문학이란 한반도에서 한국인에 의해서 창작된 한글작품에 국한한다는 재래의 속문주의(屬文主義)와 속지주의(屬地主義)에 치우치는 낡은 선입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 관계가 빈번하게 교류; 변화되고 있는 다문화, 다민족 시대인 요즈음은 속인-속문-속지의 복합성을 꾀해야 한다. 나라 밖에 나가 있는 한인 2, 3세들은 으레 모국어 대신 아쉬운 대로 영어나 일어, 러시아어로써 한인의 정체성을 찾는 작품을 빚게 마련이다. 본디, 언어와 문자를 매재(媒材)로 하여 인간의 사상, 감정을 표출한 작품은 반드시 한글이 아닐지라도 엄연한 언어예술인 것이다. 소련의 고려인 2세인 작가 아나톨리 김, 미국이민 2세인 작가 김난영, 슈잔 최, 그리고 하와이 이민 3세인 캐시 송의 영시집 『사진 신부(Picture Bride)』(1983) 등도 참고가 된다.
여기에서 참고해 둘 사항의 하나는 미주 한인문학에도 상관되는 이른바 국외(國外) 또는 이민문학이라는 성격이나 범위 규정이다. 이 문제에는 근래 중국조선족 문학 자료조사와 재미 한인의 이민문학을 연구해온 조규익의 견해가 참고 된다. 재외 한인문학을 이민문학으로 명명한 그는 출발지와 도착지의 관점에서 각기 상이하다면서 다음같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이민들의 문학작품은 국문(한문포함)과 영문 등 표기체계의 이원성을 우선적인 특징으로 지니고 있다. 그리고 관점에 따라 출발지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국문 ․ 영문의 작품들 모두가 한인 이민문학, 넓은 범주의 한국문학에 포괄될 수 있지만 포착지인 미국의 입장에서는 영문의 작품들만 그들 미국 문학의 한 부분인 이민문학 Immigrant Literature에 속한다. 따라서 한인 이민문학과 Korean American Literature가 범주상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들은 아니다. 전자가 망명 ․ 이민 ․ 체류 등의 방식으로 미국에 머물던 한인들에 의해 쓰여진 국문과 영문의 작품들을 의미한다면, 후자는 미국국적을 가진 한인 후손작가들에 의해 영어로 쓰여진 작품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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