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양로원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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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065회 작성일 10-04-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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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설가:김명동
누룽지가 먹고 싶어도
그 잘난 전기밥솥은 누룽지를 만들지 못했다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노인네는
간병인에게 투정을 하고
어느 날인가 누룽지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계를 샀다
멀쩡한 밥 두 그릇인가 세 그릇인가를 다져놓고
피자같이 생긴 서양식 누룽지를 얻었다
노인네는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맛이 아니라고 한다
짜증난 간병인도 그 맛이 아닐 것이라 했다
한 솥에서 밥도 만들어지고, 덤으로 누룽지도 만들어져야
제 맛인데, 누룽지만 모여 있으니 참 요상하고
맛도 그맛이 아니다
노랗게 달 떠서 주걱으로 어렵게 그 틈새를 헤치면
타각, 톡하고
맛나게 떨어져 나오던 누룽지
'다 먹으면 어떡해. 숭늉 할 것 없잖니'
귀한 양식 걱정에 어머니 잔주름 펼 날 없던 그 날에도
그렇게 어울려 살더니만
이제는 흰밥만 모여 사니 누룽지가 살 곳이 없다
간병인은 짜증만 더하고
철없어진 노인네는 누룽지 타령만 하는구나
누룽지도 홀로 있는 누룽지는
그맛이 아니더라, 정말 그 맛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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