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변선우] 딜레마(진퇴양난)나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이 뜨거운 동남아시아의 미얀마라는 곳에서 자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미얀마라고 하면 불가사의한 고대 나라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이 나라의 특이한 점도 많다. 금빛 찬란한 파고다들이 여기저기 우뚝 서 있지 않나, 남자들이 롱지라는 치마를 입고 다니지 않나, 아니면 붉은 천을 두른 중들이 긴 줄을 서서 밥을 구걸하러 다니질 않나. 그리고 날씨는 또 왜 이리 더운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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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김련순] 사랑하는 나의 가족똑똑똑똑.사랑하는 나의 가족 삐걱, 삐걱, 삐걱.엄마의 고르로운 채 써는 소리와 아빠께서 물을 잣는 소리에 우리 집은 새 아침의 커튼을 열어제친다.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언제나 엄마께서 집안을 향해 소리를 지르신다.련순아, 빨리 일어나 옷 입고 나와서 세수하라!나는 옷을 입을 염도 하지 않고 문 사이로 귀를 댄다. 엄마, 아빠께서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그저께 오후에 얼마나 우스웠는지 아오? 내가 애들한테 문제를 냈는데 버스에 바퀴가 몇 개 있는가고 물어봤소. 그랬더니 별별 대답들이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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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박동웅] 오! My 코리아 1991년 3월 2일,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기쁨에 나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김포 공항을 향했다. 고생길이 훤하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마냥 좋다고 공항 안을 동생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외할머니께서는 나와 엄마를 붙잡고 많이 우셨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외할머니와 엄마, 두 분 모녀의 눈물을 이해할 수 없었다.오! My 코리아
아무것도 모르는 6살 꼬마의 환상, 참 순수했던 어린 시절, 나는 외국이라고 하면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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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홍이숙] 어머니의 기다림올해의 청명은 일찍 찾아온 것 같다. 대지에 봄빛이 무르녹고 조심스레 눈을 뜨는 꽃봉오리가 유난히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봄날에 어김없이 더해지는 춘곤증은 왜서일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춘곤증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는 것이 이젠 생활이 지장을 받을 정도였고 그래서 약국을 집 드나들 듯 한다.어머니의 기다림
춘곤증에 시달리다 지쳐서 깜박 졸았는데 꿈결에 어머니를 만났다. 머나먼 시골의 오붓한 고향집 채마밭 앞에 간신히 서시어 주름살 가득한 이마 위에 손을 대고 깊숙히 꺼져 들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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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김해순] 민족성과 문화가 담긴 언어고향을 떠난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나는 반평생 이상을 유럽인 독일에서 산 셈이다. 뒤돌아보면 세월이 말해 주듯 독일 문화에 잔뼈가 굳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과 행동과 언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독일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끈끈하고 진한 영양분이 보이지 않는 정체성의 근간이 되어 나를 오늘날까지 지탱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그렇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나는 우리 한민족 문화와 유럽 문화의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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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정파로우] 지난 10년 동안태어나 막 3개월이 된 아들아이 현아를 등에 업고 한 손에 우윳병과 기저귀가 든 책가방을 그리고 또 한 손에 4살 난 딸아이 영아의 손을 끌며 힘들게 버스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계획에도 없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내 대학입시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36살의 중년의 나이에 그것도 머나먼 타국에서지난 10년 동안 .
작은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내 그 희귀한 모습은 당장 나를 유명한 구경거리로 만들어 주위의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사람들은 내가 지나갈 시간을 기다려 일제히 커튼을 열어젖히며…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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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강혜영] 언어와 문자의 벽을 넘어나는 귀가 있었어도 들을 수가 없었고, 입이 있었어도 말을 할 수가 없었으며, 좌우 1.2 정도의 훌륭한 시력을 갖고 있었지만 볼 수가 없었다.언어()와 문자()의 벽()을 넘어
결혼이란 두 글자는 이렇듯 나를 순식간에 장애자 아닌 장애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내 나이 50, 오랜 이국 생활 만큼이나 많이 생겨난 주름살.지금은 내가 쓴 책 안녕하세요!가 이국() 땅 일본의 전국 어느 서점()에서도 구입해 볼 수 있게 된 도저히 믿기 힘든 현실을 체험하면서 살고 있다.
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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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신호용]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그 뿌리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는, 뉴욕 맨해튼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나는 일 년전, 911 테러참상의 끔직한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TV에 나온 유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가족들도 저녁마다 오순도순, 한 식탁에 둘러앉았던 행복한 가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시꺼먼 연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죠지 워싱턴 브릿지를 비롯한 모든 브릿지가 검문 검색으로 차단되었고…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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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리유] 외가집 감나무또다시 파아란 하늘아래 고추잠자리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외가집 앞마당 감나무에는 올해에도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리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정성스레 감나무를 가꾸시던 우리 할아버지는 이제 여기에 없습니다.내가 아주 어렸을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해인가 할아버지는 감나무 묘목 한 그루를 얻어왔습니다. 감나무란 찾아 볼래야 볼 수도 없는 이곳 연변땅에 할아버지는 처음 감나무를 심으셨고 온갖 정성을 다 넣어서 감나무를 키웠습니다.&nb…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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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다음날, 오영기 노모가 휘청거리며 집 밖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목을 세워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마을 안 고샅에서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동구 밖까지 나왔다가, 정수탱크가 있는 언덕배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평생을 살아왔던 마을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노인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겉으로 소회를 내비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를 주어 담은 듯 했다.그런 노인은 시든 들꽃처럼 쇠잔하고 쓸쓸해보였다. 이 마을에 시집 온 후, 70년을 날마다 지겹도록 보아온 산이며 들…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8:01
조회 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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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언젠가 신문을 보니, 1990년대 이후 지구상에서 6천 여 종의 양서류와 조류 및 어류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 중에서 1백70종의 양서류는 절멸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식물들이 대규모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변화에 민감한 생물 종이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다.이것은 다윈이 말한 ‘자연도태’ 가 아니라, 갑작스런 명멸에 가까워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동식물들이 대량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백악기에 공룡이 사라졌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동식물의 멸종이 인간의 멸종으…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8:00
조회 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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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뜸부기는 아직 못 찾았어요? ”오영기 부부가 돌아 간 뒤에 수박을 먹으며 처조카가 뚜벅 물었다.“뜸부기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더러 있는데 아직은....”“인터넷에서 알아보니까 뜸부기가 천연기념물 4백46호로 지정이 되어 있데요? 그렇게 귀한 새인 줄은 몰랐어요.”“옛날에는 흔했었지.”“앞으로 저랑 같이 열심히 찾아 봅시다요.”“글세, 찾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내가 여기 와서 3년 동안 찾고 있지만 아직 울음소리 한번 못 들었으니까.” “기다리면 언젠가는 오겠지요. 희망을 가집시다.”“희망? ”“예. 저는 희…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9
조회 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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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우리 남편이가 소나무 팔라갖고.... 몽골 엄마 서울에 모셔와 갖고 ....눈 수술 해주기로 해써요. 소나무 못 팔며는 우리 엄마 눈 못 고쳐요.” 멍징라가 큭큭 소리 내어 울면서 말했다. 아내가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걱정 말아요. 우리 조카한테 소나무 값 별도로 더 주라고 할 테니까.”아내가 멍질라의 어께를 다독거리면서 달랬다. “죽은 시 아버지가 우리 엄마 위해서... 옛날에 소나무 심어 놓은 거 같어요. 그러고 하늘나라 간 우리 아버지가 나를 오영기씨한테 시집보내 주어다고 생각해요. 이거는 운명이고 소중…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8
조회 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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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나는 처조카가 오기로 한 날 아침에 우리 마을 소나무 집 오영기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영기 집에 명품 소나무가 있어 나는 그 집을 소나무 집이라고 부른다. 지난 번 처조카가 생오지에 왔을 때 오영기의 집을 사고 싶다고 해서 두어 차례 그를 만나 집을 흥정하려고 했으나 소나무 한 그루와 영산홍 다섯 그루 때문에 타협이 이루어지 않고 있다.한 때 농업후계자로 농촌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보겠다고 소를 키우며 발버둥쳐왔던 오영기는 지금 빚만 잔뜩 지고 실의에 빠져있다. 그의 마지막 희망은 도시로 나가 새 출발하는 것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7
조회 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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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2내가 광주를 떠나 골짜기 마을 생오지로 옮겨온 것은 두통과 어지럼증 때문이었다. 정년을 하고 아파트에 칩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머리가 약간 먹먹하다가 망치로 얻어맞은 듯 띵하더니 정수리 쪽이 콕콕 쑤시다가 우지끈 우지끈 골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그러다가도 머리를 꽉 조이는 듯하면서 빠개질 듯 아팠다. 통증은 처음에 뒷머리에서부터 지끈거리다가 전두엽으로 옮겨진 후, 얼굴 전체로 퍼졌다. 심할 때는 얼굴과 코 주위까지도 지끈지끈 아팠다. 이럴 때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7
조회 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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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정말로 뜸부기를 보셨습니까? ”“아니 그러면 시방 내가 비싼 밥 묵고 거짓말이나 허겄어요.”“어떻게 생겼던가요? ”“꼭 달구새끼 같이 생겼는듸, 그 보담은 쬐끔 작고 대가리에 벼실이 맨드래미꽃 모양으로 삐럽디다.”“몸 색깔은요? ”“머시라고 허까, 밤색 허고 황토색 중간이라고나 허까.”“우는 소리도 들었겠지요? ”“하먼. 뜸-뜸- 뜸-.... 내가 젊었을 적에 들었던 소리 그대로드만요.”“알았습니다. 지금 곧 운곡리로 가겠습니다.”나는 부리나케 전화를 끊고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와 망원경부터 챙겼다. 어쩐지 이번에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6
조회 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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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검은등뻐꾸기가 새벽부터 뒷산 잡목숲에서 트럼펫소리를 냈다. 나는 오늘도 먼동이 틀 무렵 새소리에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부스스 눈을 뜨고 일어나 창문을 훨쩍 열어젖히자 부연 안개가 마당 앞 먹감나무 우듬지를 친친 감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새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매일 아침 5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새들이 연주하는 ‘한여름 동틀 무렵’이라는 곡명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한다. 새들의 연주회 무대는 내가 살고 있는 한갓진 골짜기 마을 생오지. 이곳은 버스도 들어오지 않고 휴대전화 통화권 이탈지역이다.새들의 오케스…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5
조회 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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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한 올씩 눈에 띄던 흰 머리카락이 올해 들어 왼쪽을 중심으로 정신없이 번져나갔다.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있어야 할 흰 머리카락이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큰딸이 제 어미 머리카락 희어진 것이 보기 싫었던지 염색약을 들고 왔다. 집에서도 염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큰딸은 저만 믿으라며 어미를 앉혀놓고 염색을 시작한다. 꼼꼼한 성격인 아이는 어미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빗겨가며 정성을 다 하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욕실로 어미를 데려가 머리를 감겨주는 딸을 보며,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3
조회 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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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공기의 움직임이라면 사랑은 마음의 움직임이다. 사랑하는 데 누가 바람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바람이다. 바람도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서 주변에게 유익을 줄 수가 있고 불이익 또는 피해까지 입힌다.미풍이나 순풍 같은 산들바람은 초속 1.38 -1.6 미터의 바람이다. 열심히 일하고 난 뒤에 맞는 그 바람은 무료한 참에 향기를 동반한 한 잔의 신선한 커피와도 같다. 당신에게 육체적인 시원함을 선물할 뿐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두움과 두려움을 걷어 내며 당신의 기분을 애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마음을 편하게 만들 것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2
조회 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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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 모양이다. 난데없이 요리며 살림살이를 직접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가 하면 자꾸 떠밀어내기만 하던 가족들을 껴안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작심을 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자신도 이상하여 가만히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니 얼마 전 게장을 담그면서 생긴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서 담근 게장을 산 적이 있었다. 팔아주어야 할 자리라 어쩔 수 없이 샀다는 게 맞다. 게장은 간장을 세 번 달여 넣어야 완성된 게장이 됨에도 한 번만 간장을 달여 부어 놓은 것을 강매 당하여 샀으니 미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50
조회 2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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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딸아이와 중국인 약재상에 볼일이 있어 시드니 중심부의 차이나타운에 갔다. 지구에는 못 먹는 것이 없고 약 아닌 것이 없다는 중국인들의 말처럼 그곳엔 없는 것이 없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들이 바싹 말라 누군가에게 약으로 쓰이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는 내 어린 시절 아버지가 꿀 항아리로 유인하여 잡아 말린 지네와 똑같은 지네도 있었다. 그 지네를 보는 순간 문득 약재상 노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나는 딸아이에게 지네가 어떤 병에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보았다. 영문도 모른 채 딸은 한의사답게 자…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9
조회 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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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축령산에 있는 산장에 열흘쯤 박혀 있겠다며 떠난 지인이 있다. 지난 생일날 드라이브 길을 그쪽으로 잡을까 했으나 사실 썩 가고 싶지 않아 미뤘었다. 복닥거리는 데서 정신을 소모하는 게 지겨워져 편히 쉬고 싶다고 떠난 그이에게 샘을 낸 것이다. 그렇게 훌쩍 떠나도 좋을, 자식 다 키워놓고 걸핏하면 출장 중인 남편을 둔 그이 처지가 항상 부럽기만 했다.쉬고 싶다니까 철저히 쉬라고, 괜히 고요를 흩트리지는 말자고 혼자 핑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밤, 한 달 더 연장 계약을 하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있다 보니 떠나고 싶지 않다고…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7
조회 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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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글자인 한자의 기원을 살펴 보면 약 6,000 년 전에 새나 짐승의 발자국에서 암시를 얻어 발명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한자가 전래된 것은 주전2 세기4,000 년 전 위만조선으로 거슬러 올라 갈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자가 본격적으로 수입된 것은 6-7 세기 무렵 이라는 것이 정설이다.일본은 우리나라를 통하여 건너가 당초에는 표음적, 표의적으로 사용 되다가 이를 기초로 해서 <히라가나> 와 <가다가나> 가 만들어 졌으며 일본은 여전히 한자혼용을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달리 한자혼용에 큰 변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6
조회 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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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앎이나 믿음 혹은 견문을 하늘 같이 믿으며 남의 의견이나 뜻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의견만 굳게 내 세우는’ 고집(固執)을 꺾지 않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거기다가 보편 타당한 사리(事理)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억지가 매우 센 고집’인 옹고집(壅固執)을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적당한 고집은 자기 주장이나 뜻을 펼치려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까닭에 심하게 탓하거나 허물 할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이치에 닿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5
조회 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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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호미》중에서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 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라는 글이 내 일처럼 느낄 때가 많다.
며칠 전 장거리 여행을 했다. 장거리라고 해야 왕복 4시간 거리인데 그날 저녁 피곤으로 머리가 띵해 지며 근육에 마비가 오는듯하여 눕고 말았다.
평상 시 이정도 운전은 항상 했고 별로 피곤을 느끼지 않았는데, 그때는 쉬지 않고 운전을 계속했던 것이 무리가 된 것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4
조회 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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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 강가에는 바람이 산다. 바람은 바닷물의 짠 내와 갯것들의 구멍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와 기진개 향기를 먹고 산다. 바람이 사는 개펄에는 오래전 아주 잠깐 머물렀던 아버지의 자리가 있다. 점차 사라져 가는 기진개처럼 강가의 바람도 아버지의 자리를 잊어간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결에서 이제 아버지의 냄새는 아득하다. 개펄을 터 잡아 구순하게 자라는 식물이 있다면 갈대와 기진개일 것이다. 기진개라는 말은 내 고향 순천에서 쓰는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개펄에 지천으로 널린 칠면초나 나문재(갯솔나무) 또는 함초(퉁퉁마디)를 통틀어 기진개…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1
조회 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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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다. 여름하늘을 덮고 있던 뭉게구름이 말끔히 가시고, 작고 아담한 조개구름이 하늘 한가운데에 군데군데 피어 올랐다. 파란 하늘 사이로 보이는 탐스런 조개구름을 보며 목 쉰듯한 매미소리를 듣노라면 가을이 왔음이 완연하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선들거리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열었던 창문을 닫아야 하는 처서도 지났다.창문을 닫고 온기가 느껴지는 방안에서 차분한 생각에 잠겨드는 일도 9월에는 자주 있어야 한다. 여름내 서성이던 삶에서 조용히 물러나 생각하는 삶, 뒤돌아보는 일들이 있어야 속살이 넉넉한 삶을 영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40
조회 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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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석(湖水石)에 가득 물을 채워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헝클어진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정관(靜觀)의 자세가 되며, 이후부터는 활발한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호수석 앞쪽의 언덕배기에는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기에 좋고, 뒤편의 봉우리 기슭에는 세월을 잊은 어느 강태공이 어신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런 전경을 그리며 심심 파적삼아 수면에 입술을 대고 ‘후-’하고 바람을 일으키노라면 잔잔한 파문이 연이어 퍼져 나가 저쪽까지 미치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아련하게 느껴질 수…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01 17:38
조회 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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