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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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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이민문학 목록
떳떳한 이민자로 살아가려면금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 선거의 해이다.  한국은 국회의원을, 미국은 대통령을뽑기 때문에 두 나라는 유권자나 출마자의 입장을 떠나 국가의 앞날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되고 있다.  입후보자들이 가장  앞 세우는 공약은 과거에 늘 그랬듯이 국민들을 잘 살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경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민생문제는 유권자를 매료시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사람을 사람구실 하도록 만들어 주는 최소한의 척도가 되고 있다.&nbs…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8 조회 3140 더보기
달  창문너머 달빛이 유별나다. 엊그제가 대보름날이었던 걸 생각하니  고국의 달 인양 부드럽고 그윽하다. 붉지도 희지도 않은 맑은 달빛이 올해도 풍년을 기약할 성싶다.    매일 밤 모양을 달리하며 두둥실 떠다니는 달은 퍽이나 한가롭다. 어쩜 그건 우리네 가슴속에 숨어있는 방랑벽을 대신하기도 하고, 모습을 달리하며 살고 싶은 고달픈 삶을 대신하는 듯도 하다. 바라보기만 해도  제 빛을 나눠주는 달, 그 빛을 받고 있으면 어느 새 내가 밤하늘에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5 조회 3253 더보기
삼바실  -  이런 이름을 지키자삼바실은 내 고향 마을 이름이다. 사십 여년 전 떠난 마을이지만 아직도 고향 마을 꿈을 꾼다.  아쉬운 것은 고향의 정겨운 이름이 잊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더 “전평리”라는 공식 이름으로만 불리어지고 있다.천안 삼거리에서 호남쪽으로 가는 옛 조선시대의 일번 국도를 따라 차령고개를 넘자 마자 나오는 곳이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이다. 삼바실은 차령재 - 지금은 터널이 뚫려서 차령 터널을 지나 공주 쪽으로 10분쯤 차를 몰면 나오는 동네다.&nbs…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4 조회 2940 더보기
먼저 먹은 후덥덥이        먹는 것이나 일 하는 것이나 모든 생활이 제때 제때 이루어져야 후회도 손해도 없는 것이다.  슬쩍 빼 놓거나 꾸물꾸물 망설이면 원님 행차 후에 나팔처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법대로 살라는 것은 수(水)+거(去)=법(法)이라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리대로 따라야 실수가 없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대로행(大路行)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3 조회 2967 더보기
마스크꼭 마스크를 끼고싶어 산것은 아니다. 괜스레, 그런건 뭘하러? 장농에서 케케묵은 옛기억 끄집어내는것 같아 나는 웃어버렸다. 윤사장님은 막무가내이다. 안전이 제일이라며 손수 하나 골라준다. 방진 마스크, 황사대비용 마스크, 일반 마스크 해서 종류도 얼마 되는지 모른다. 값도 엄청나다. 5만원 더 주고 <<유한뽀삐>> 브랜드 하나 샀다. 뭉툭한 돼지주둥이처럼 앞이 불거진것. 웃기네. 내 입도 돼지 닮아가겠어요. 윤사장님은, 좋네 그려. 한다. 좋다마다? <<유한뽀삐>>의 사명은 대한민국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1 조회 2243 더보기
갈무리환갑을 3년 전에 넘긴 강수동 씨는 새 삶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도 차츰 이겨내고 있다. 아침 이슬 같은, 인생의 허무함에서 탈출구를 찾은 것 같은 요즘이다. 그는 50세가 넘으면서부터 아내에게 “당신보다 먼저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홀아비로 사는 친구들의 몰골이 영 측은하고 한심해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덜컥 달포 전 아내가 자궁암으로 세상을 뜬 것이다. 수동 씨는 아내가 자신의 ‘희망사항’을 무시하고 먼 세상으로 간 것도 서운하지만, 자궁암 치료를 자신의  흐지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50 조회 3060 더보기
너와 나의 부활   함박눈이 춤추듯 내렸다. 막사에 나있는 작은 창들은 하얀 솜뭉치로 도배된 느낌이었다. 토요일을 맞아 외출병들이 떠들썩하게 떠나자 영내는 적막에 싸였다. 혼자 막사를 지키던 주길만 상병은 눈이 가져다주는 좋은 상념으로 인해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몸과 마음이 눈송이처럼 가벼워진 주 상병은 관물함에서 가장 깨끗한 군복을 꺼내 입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맨발의 청춘’(신성일 엄앵란 주연) 주제가였다. “눈물도 한숨도 나 홀로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6-06 14:48 조회 3186 더보기
[캐나다/장명길]드림 하우스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잠결에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을 조심스레 지나, 부엌 탁자 밑에 놓인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헬로우!”  ......... 이게 무슨 소리인가? 청소용역 회사라 했다. 오늘 집안청소를 하기로 되어 있단다. ....... 누구 맘대로? 그녀는 그런 부탁한적 없노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 얘가 또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어. 이젠 아주 지 멋대로라니까. 못된 것!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화장실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바늘이 막 10…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23 조회 3332 더보기
[독일/김순실] 창 밖에는 바람이 있었다. “급한 승객이 있어 좌석 몇 자리를 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꼭 돌아가지 않으셔도 되는 손님이 계시면 자리를 양보해 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협조해 주시는 분에게는.....”  또다시 방송이 흘러나왔다. 벌써 세 번째였다. 수옥은 손짐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석을 양보하는 승객에게는 5백 마르크를 보상해 드리며 오늘 저녁의 숙식은 물론, 내일은 런던관광을 시켜드린 다음 서울까지 책임지고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n…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22 조회 2996 더보기
싸이가는 소리없이 죽는다. “우르릉~궁궁…….우르르~우…….”초원이 갑자기 진도한다. 끝없는 황량한 대지가 끊어 번진다. 이른 새벽부터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던 팔월 하늘이 순식간에 누런 머지 투성이 된다. 광활한 평원이 그늘에 잠긴다. 찌는 듯한 가혹한 햇살을 받아 손바닥이 쑥쑥 들어가도록 턱턱 갈라진 땅 위에서 먹이를 찾아 꾸벅꾸벅 헤매던 까마귀들이 누런 하늘에 까만 점을 찍으면서 사라진다. 누렇게 마른 풀 속에서 조심스레 동정을 살피던 겁쟁이 토끼들이 미친 듯이 갈팡질팡한다. 싹싸울나무의 희미한 그늘 속에서 등을 깔고 네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21 조회 2303 더보기
[캐나다/박성민] 바퀴벌레와 낙서 캐내디언 남자와 한국 여자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들은 영화처럼 우연히 만나 소설처럼 필연적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우연하고 필연적이고 그리고 숙명적인 만남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가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 이민 온 많은 한국 사람들이 경영하는 가게에서 캐시어로 일을 하다가 손님으로 온 남자를 만났다. 가령 남자가 매일 같이 담배를 사러왔다가 사라의 불이 불어 타오른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도 담배연기처럼 허망하게 사라진다면 그것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너무 상투적이었다. 좀 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16 조회 4076 더보기
[미국/이수내] 우울한 섬, 블루를 가다 맨하탄이라는 섬, 그 싶은 곳에 블루가 있다. 그 곳에 가면, 외로운 섬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블루에서는 사람들이 섬이 된다. 쓸쓸히 바다를 지키며 육지를 맴도는 섬,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섬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맨하탄 32가에서 블루를 찾는 건 너무나 쉽다. 무채색의 밋밋한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엔 눈에 띄는 파란색 문 때문이다. 그 파란 철문의 매끈한 손잡이를 밀고 들어서면 두 눈은 막 결빙되기 시작하는 얼음처럼 서…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14 조회 3476 더보기
[중국/김성옥] 탈을 벗는 여자따르릉, 따르릉.전화벨이 연거푸 숨가쁜 듯 요란하게 울렸지만, 성실이는 소파 등받이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앉아 맞은 켠 벽에 걸린 그림을 쏘아보며 까딱 않고 있었다. 망망한 푸른 바다에 흰 돛배 몇 척이 뜬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어쩌면 그러실 수가성실이는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에 대한 실망을 느꼈으며, 그 실망 뒤엔 누구에게라 할 것 없는 무명의 분노가 가슴속에서 집채같이 일었다. 아까 전화로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다시 머리 속에 메아리친다.수술한 게 이제사 한 달 나마 된 니 남펜(남편)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8 조회 3644 더보기
[미국/임영록] 파티 1714 University Ave. Honolulu 전화로 그가 불러 준 주소이다.일이 4시에 끝나니까 그 시각에 맞추면 보여 줄 수 있어요.그녀는 그의 영어가 약간 서툴게 느껴졌고 한국말의 억양은 왠지 강원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와이로 이주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리를 잘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UH(하와이 대학) 정문 근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며 바쁘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아쿠아 색깔의 갑옷 치마를 걸친 반라의 청동상을 가게 앞에 내놓은 타이의 추억이라는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5 조회 3576 더보기
[중국/양룡철] 이방인 공자가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한 번은 동쪽 나라에 놀러 갔을 때였다. 두 어린이가 길가에서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공자는 타고 가던 수레를 세워 두고 그 두 아이에게 이방인 너희 두 어린이는 무엇 때문에 다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중의 한 아이가 나와서 말했다. 예, 딴 것이 아니오라, 저는 하늘의 해가 처음 떠오를 때에는 땅에서 거리가 멀고 해가 하늘 한가운데 떠 있을 때에는 가깝다고 했습니다.공자는 또 다른 아이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역시 말했다.예, 저는 해가 처음 뜰 때에는 둥…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3 조회 2369 더보기
[미국/최유혜] 황구지난 주말 신문에 껴 온 주간지를 들친다. 큰 활자들을 훑어본다. 재벌 누구와 정치인 누구 극비리에 만났다.라는 선거철 전야의 흔히 있던 커다란 글귀는 당연히 외면당한다. 다음 장 그리고 또 다음 장을 넘기자 주말이면 흑인 병사들 이태원에 몰리는 이유?라는 큰 활자가 눈에 들어왔다. 왜에? 하는 호기심에 별 뜻도 없을 주간지를 읽어 가기 시작했다. 중간 크기의 활자다. 젊은 여성들에게 흑인 병사들의 강한 섹스 인기, 에이즈 걸려도 좋아! 그 다음 작은 활자들을 읽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 짓 하는 사진이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2 조회 3320 더보기
꼭 마스크를 끼고 싶어 산 것은 아니다. 괜스레, 그런 건 뭘 하러? 장농에서 케케묵은 옛 기억 끄집어 내는 것 같아 나는 웃어 버렸다. 윤 사장님은 막무가내이다. 안전이 제일이라며 손수 하나 골라 준다. 방진 마스크, 황사대비용 마스크, 일반 마스크 해서 종류도 얼마 되는지 모른다. 값도 엄청나다. 5만 원 더 주고 유한뽀삐 브랜드 하나 샀다. 뭉툭한 돼지 주둥이처럼 앞이 불거진 것. 웃기네. 내 입도 돼지 닮아 가겠어요. 하니 윤 사장님은 좋네 그려. 한다. 좋다마다? 유한뽀삐의 사명은 대한민국 사스 예방은 우리가 진행합니다이다…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0 조회 2538 더보기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다른 승객들 틈에 끼여 떠밀리듯 입국 수속대를 향하여 걷고 있었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한국의 모든 것은 이상스럽게 낯설게 느껴졌다. 초라한 이민 보따리 하나를 들고 바로 이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 젖은 눈으로 근심스럽게 지켜보시던 이태규 선배님의 눈망울이 생각났다. 나의 사랑하는 옥희가 나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통곡하듯이 울었더라는 이태규 선배님의 편지를 받은 것은 미국에 도착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다. 어렵사리 연결된 첫 번째 전화에서 옥희는 원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울…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50 조회 2689 더보기
1   멀리서 보면 상수리 나무숲을 등에 업고 높은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마을과 그에 비해 한 키 낮은 지대에 내려앉은 그 남쪽 마을 사이로 제법 넓은 강 하나가 바람에 나부끼는 비단띠같이 자유로운 자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한눈에 안겨온다. 사시장철 마르지 않고 흐르는 이 강을 두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이허?라고 불렀다. ?마이?란 중국어로 개미라는 뜻이고 ?허?는 강이라는 뜻이다. 강줄기의 모양세가 개미허리같이 짤록짤록한 곳이 여러 곳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인데 기실 제일 짤록한 곳이라고 해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45 조회 2803 더보기
프럼파티     LA의 오월.   오월은 봄입니다. 음산한 땅을 디디고 서있는 봄은 눈이 부십니다. 이 꽃 저 꽃에 꽃가루를 옮겨다 묻히는 나비가 부러울 정도로 사랑을 하고 싶은 따사로움이 가득하지요. 그런데 LA의 오월은 화사함은 고사하고 여름인줄 착각할 정도로 뜨겁기만 합니다. 강렬한 태양 볕은 아침부터 파고들어 살갗을 태울 듯 하구요. 보드라울 거라는 봄날에 대한 느긋함은 사치스런 감정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은 몹시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35 조회 4095 더보기
프롤로그 마케도니아의 청년황제 알렉산더는 바다 건너 고국과 가장 빠르게 연결될 수 있고 통치하기 수월한 위치에 정복국 이집트의 수도를 둘 것을 희망했다. 그는 친히 지중해변을 따라 가로형으로 가늘고 긴 직사각형의 자그마한 어촌을 지목하고 도시건설의 장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알렉산더가 세상을 떠나고 그리스계의 왕조가 이집트에 들어선 이후로도 이 프로젝트는 근 2세기가량이나 지속되어 일개 어촌에 지나지 않았던 알렉산드리아는 마침내 완성된 수도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알렉산드리아, 그 최초의 건설자이자 정복자였던 이의 이름을 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31 조회 2949 더보기
1시드니 북쪽도시 고스포드, 시드니에서 1번 국도를 따라 한 시간여 북쪽으로 달리면 예로부터 호주 원주민들이 흰산(白山)이라 이름 붙인 맹그로브마운틴의 장엄한 산세(山勢)가 나타난다.이 산(山) 자락을 따라 해변을 끼고 이어지는 구 도로(舊 道路)가 있다.이 길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가난한 이민자들이 좀 더 돈 벌이가 좋다는 노천광산(露天鑛山)이나 제철소(製鐵所)같은 일자리를 찿아서 북(北)으로 뉴카슬과 더 멀리는 브리스베인 퀸슬랜드 주 까지 줄지어 이동했던 바로 그 길이었다.바다와 접한 이 센츄럴 코스트(Central C…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28 조회 3307 더보기
몸이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수술실 입구에는 ‘수술 중’이라는 네온사인이 붉은 야광 색을 띤 벌레처럼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웬만한 무거운 것도 두 손으로 번쩍 들곤 하던 싼체스가 이토록 맥없이 수술대에 누워있게 되다니……. 거리로 넘쳐난 빗물을 퍼내는 야간작업을 하면 이번 겨울에는 꼭 멕시코로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집을 나갔던 싼체스였는데…….문득 대기실 구석에서 히터가 쉬익 쉬익,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몰래 남을 숨어 엿보고 있는 짐승의 숨소…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21 조회 3297 더보기
엄마와 딸새벽 2시. 화장실에서 나와 냉장고로 향한다.요 며칠 잠이 들면 새벽녘에 꼭 한 번씩 깨게 된다. 임산부를 위한 잡지에 따르면 ’엄마가 되는 준비’라 설명되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3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수유해야 하고 그 준비로 엄마가 자꾸 밤에 깨게 된다는 거다.엄마가 츠키시 수산시장까지 가서 사온 가자미조림 한 접시, 엊저녁 손님치레 때문에 엄마가 삶아둔 호박잎과 쌈장, 엄마가 싸준 콩나물, 시금치 가지 무침이 가득한 타파웨어 몇 개. 결혼하고 4년이 지나도 냉장고엔 엄마가 가득했다. 허기를 채우기엔 충분하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18 조회 3324 더보기
뾰족하게 다듬어진 손톱에 세게 힘을 줘 손등을 힘껏 찔렀다. 마음이 검은 새처럼 죽었을 때 통각도 함께 죽은 걸까.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언젠가 엄마가 물었다. 어째서 손톱을 그렇게 길러 삼각형으로 자르고 다니느냐고. 불량스러워 미치겠다고. 삼각형 뾰족한 손톱은 내 자신을 찌르기 위한 흉기다. 엄마가 미국으로 온 것은 내 공부 때문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위해서란 걸 나는 알고 있다.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로 문을 열자 햇빛을 등져 낮에도 어두컴컴한 아파트 거실이 드러났다. 한 발자국 거실로 들어서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15 조회 2810 더보기
스팅키 우수상│박혜자(미국) 스팅키는 어딜 갔을까? 난 얼마 전 하이웨이 287 east를 달리다 까만  개 한마리가 하이웨이 가장자리에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 개는 다리를 포개고 옆으로 드러누운 자세인데다 얼굴은 하이웨이 반대편 쪽으로 향해있어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새벽이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그 죽은 개는 분명 까만색 레버도르(labrador)종류였다. 스팅키가 사라지고 난 뒤 2주쯤 지난 뒤라 난 그 죽은 개가 스팅키인지 아닌지 궁금해졌다 그날 새벽, 나는 가게에 가는 중이었…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23:20 조회 3254 더보기
아버지 우수상│조성숙(중국) 내가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말하라면 아버지는 자애로운 분도 아니시고 자상한 분도 아니시며 그렇다고 자식들을 너무 엄하게 교육하거나 그런 분도 아닌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지금 애들처럼 아버지 무릎에서 어리광을 부려보거나 아버지의 꺼실꺼실한 얼굴에 뽀뽀를 해보았거나 하는 기억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한 가정의 세대주로서 아버지는 밤낮 생산대 일에 바삐 돌아치신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학교에 다니는 고모 둘에다 조롱조롱한 우리 여섯 자식까지 12식솔이나 되…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23:19 조회 3156 더보기
한 잔 속에 피어나는 엘도라도 가작│유금란(호주) 한국에서 장기 출장 중인 남편이 이번 휴가 때는 한 잔하자고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엇인가 긴하게 할 말이 있다는 표현이다. 언젠가 한잔하자며 잔뜩 분위기 잡고 꺼낸 말이 주식으로 재산을 축냈다는 고백이었다. 인터넷 전화와 채팅으로 매일 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잔하면서까지 해야 할 그 무엇인가에 신경이 곧추선다. 가족을 해외에 두고 강남 중심가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는 중년의 사업가……. 나의 사고는 한국드라마가 고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파행적인 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30 조회 3207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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