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퀸즈 Blvd 에서 공장 할 때의 일이다. 재봉사 들 중 젊고 고운 여자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여러 재봉사들 중에서도 얌전하고 교양을 갖춘, 말 없이 성실한 분이었다.
굳이 외모를 표현 한다면, 갸름한 미인의 얼굴 바탕에 물기 어린 눈매 속에 외로움을 감추고, 태연 함으로 포장된 창백 함에다, 냉기가 도는 인상이어서, 친근감이 들지 않아서인지 사람들과의 교제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나 또한 공식적인 작업 지시 외에는 별로 대화를 주고 받지 않는 처지였다. 하지만 머리가 명석해, 아무리…
작성자yale
작성일 11-03-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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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올 때 그렇게 많이 가져온 것도 없었다. 엄벙 덤벙 삼사 개월을 지나니, 이제는 어떻게 라도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데, 막상 시원한 직업이 없는 우리들에게는 산다는 게 절박한 문제였으나 조금도 걱정이
안 되는 게 또한 문제였다.
아직 혈기 방장한 삼사 십 초반, 두려움은 없었다. 용기를 갖고 애들 엄마는 맨하탄 봉재 공장에 괄시를 받으면서도 기초
과정을 거쳐 열심히 어려움을 견디며 일하게 되었다.
그도 그렇지, 어디 쉬운 일이 있으랴! 서투른 솜씨라 미싱 바늘이 손톱을 관통하는 일이 …
작성자yale
작성일 11-03-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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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구린내 곰곰 나는 돼지 내장도회지에서는 하이타이를 풀어 씻는다는데산서농협 앞 삼화집에서는밀가루로 싹싹 씻는다내가 국어를 가르치는 정미네 집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 먹을 때의깊은 신뢰 안도현 (1961 - ) 「순댓국 한 그…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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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세월아 네월아 시정의 아픈 사내가 시정의 아픈 여자를 데리고 여자는 아가를 누런 아가를 데리고 하염없이 염 없이 고구마를 튀겨 파는데섬섬 바리시고 네여 도 닦듯 하염없이 튀김 기름 끓는 열반 속에 환한 수련 열 듯 고구마…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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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운명하실 때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날 부둥켜안고 "시님들 말슴 잘 듣거라이. 배고프면 송기 벗겨 머그면 배부르다이."하고 갔니더. 시체를 가마니 뙈기에 돌돌 말아 다비장의 장작더미 속에 넣고 성냥을 드윽 그어 불을 지핀 주지시님이 "업아,…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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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그 때 그대들이 / 민주의 횃불 들고 / 외치고 항거할 때 / 캐나다 이곳에서 / 소파에 앉아 TV로만 / 그 일 보고 있었던 나를 / 그래도 / 그대들 용서하겠는가 // 그 횃불 군화에 짓밟힐 때 / …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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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판자집 유리딱지에아이들 얼굴이 해바라기 마냥 걸려 있다. 내려 쪼이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발을 멈춘다.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개나리가 망울졌다. 저기 언덕을 내려 달리는소녀의&n…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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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어저께 띄워논 나뭇잎 배는궂은 비가 오는데 어디로 갔나물가의 비젖은 풀숲 새에는종이쪽 흰돛이 있을 뿐일세어저께 벌레손님 태워 건네던새파란 나뭇잎 작은 나룻배돛대와 뱃몸은 어디로 가고연못에는 빗방울 소리 뿐일세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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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 그대 몹시 그리운 날 내 이렇게 숲으로 되어 마냥 싱싱하고 슬기로운 이야기를 끝없이 바람결에다 흔들고 선 숲으로 되어 낮과 밤이 지나는 황홀한 오솔길을 &nbs…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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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4·19가 나던 해 세밑/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반갑게 악수를 나누고/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하얀 입김 뿜으며/열띤 토론을 벌였다/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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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여기서부터, ㅡ 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1941 - ) 「죽편(竹篇) 1 - 여행」전문"좋은 시 다섯 편만 남길라요"라고 얘기했다고 하는 서정춘 시인은 다작을 하지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5
조회 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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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적막을 알지 못합니다.만등이 꺼진 산에풍경이 웁니다.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n…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3
조회 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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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지니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nb…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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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의 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은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미친 봄의 향기가 흐르도다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1900 - 1929) 「봄은 고양이로다」전문 1924년 《금성》지에 발표된 이장희 시인의 작품이다. 80년 전에 시인이 보았던 봄날은 부드러운 털, 호동그란 눈, 고요히 다문 입, 날카롭게 쭉 뻗은 수염을 가진 고양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9
조회 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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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행여나 다칠세라너를 안고 줄 고르면떨리는 열 손가락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둥기둥 줄이 울면초가 삼간 달이 뜨고흐느껴 목메이면꽃잎도 떨리는데푸른 물 흐르는 정에눈물 비친 흰 옷자락통곡도 다 못하여하늘은 멍들어도피 맺힌 열 두 줄은굽이굽이 애정인데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정완영 (1919 - ) 「조국」 전문이 시는 1962년에 발표되고, 1969…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8
조회 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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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내리자마자 녹아버릴 것을그들은 안다아무리 퍼부어도휘몰아쳐도그 어느 산천에 한 자락도쌓이지 못하는 것을그들은 안다(중략)겁없는 봄눈이 온다 정양 (1942 - ) 「 봄눈」부분 한국에 막가는 눈, 겁없는 봄눈이 내렸다. 고속도로가 막히고 나무가 부러지고 집들이 무너졌다. 수천억원의 재산피해와 불편을 끼친 다음에 눈은 멈췄다. &nb…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8
조회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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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길을 가다가 비를 만났다 남의 집 처마 밑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내리는 비를 내다본다 떠나가는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빗방울이 발등에 떨어지고 한번씩 휘익 치고 지나가는 찬바람에 빗방울 가루가 가슴에 후드득 뿌린다새삼 저는 누군가를 찾아가는사람이 되어가는가 어인 일로기다리듯 기웃기웃 저쪽을 내다본다문 닫힌 가게 하나가 간신히 보이고미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자동차도 지나가지 않고 비만 지나간다비는 이내 그칠 것 같지 않고방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나는 얼마만의 나그네인가 &nbs…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6
조회 3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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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파릇한 보리밭....어디서 연식 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언덕 위에선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김종길 (1926 - ) 「춘니(春泥)」전문봄춘, 진흙니. 봄 진흙이 구두창에 달라붙는다. 아마도 화자는 새 학기 강의를 처음으로 맡아 여자대학을 찾아가는 교수님일 것 같다. 구두가 땅…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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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4
조회 3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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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정인보 (1893 - 1950) 「자모사(慈母思)」위당 선생…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2
조회 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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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경북 안동 와룡면 오천군자리 탁청정 아래 근시재 그 아래 침락정요 동서로 마주 세운 그 문 말이예요 맵시가 작고 귀여운 그 문 말이예요 누구든 몸 궁그리고 허리 굽혀 지나가는 그 문 말이예요 전남 담양 소쇄원의 소쇄소쇄&n…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1
조회 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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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우리는 고무신으로 찝차를 만들었다. 미군 찝차가달려왔다. 네가 내리고.미군들이 쑤왈거리다가 메이비,하고 떠나고. 그리하여 너는메이비가 되었다.미제 껌을 씹는 메이비. 종아리맞는메이비.흑판에 밀감을 냅다 던지는메이비. 으깨진 조각을 줏으려고아이들은 밀려닥치고그 뒤에, 허리에 손을&nbs…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50
조회 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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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오늘 저녁엔 한번 찬찬히 살펴 보시길 봄비 스스스 내리는 저녁무렵 혹시 당신 양복 뒷단을 희고 찬 낯선 손이 몰래 다가와 살며시 잡아당기지는 않는지 혹시 당신 아파트 문 위에 손톱자욱이 나 있지는 않은지자동응답기에 숨죽…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46
조회 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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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이 있던 곳연동 철길 옆 만화가게에세상에 대한 은둔이 있던 곳기적소리보다 더한 울림도 있었다오거리, 유달산, 삼학도, 째보선창에목포의 눈물로 사랑을 묻던나만이 꿈꾸던 인생도 있었다조각공원지나 어둠바위 너머 오르지 못할 세상이 있다고온 몸으로 가르친 일등바위가아련한 슬픔으로 가위 누르던해질 무렵 부두에하의, 장산, 비금, 도초로 떠나는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사랑이 있던 곳삶의 뒷심이 있던 곳* 하의, 장산, 비금, 도초 ; 목포주변의 섬-- 정글(1958 - )의 시 <목포> 전문정글은 본명이 정문석인 내 고향 중학교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45
조회 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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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1916 - 1998) 「해」부분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43
조회 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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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떠한 상황, 어떠한 불이익 앞에서도 나를 험구하지 않는 친구 셋만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한다는데 그런 친구가 있느냐고 하면 과연 몇사람이나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른지...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한다면 좀 엉뚱(?)할른지는 모르지만 자신있게 "하느님"이라고 할 것 같다. 항상 변함 없이 내 곁에 계시고 내 얘기를 다 들어주시며 한없는 사랑을 주시니까.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징벌의 하느님으로 경외하며 좋은 일, 착한 일을 한다고도 하지만, 지금 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든든한 빽], [가장 변함 없…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39
조회 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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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주일 여정으로 뉴욕의 작은 도시 사라토가 스프링스(Saratoga Springs) 스키모어 칼리지에서 열린 여성 작가들의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왔다.'인터내셔널 우먼스 라이팅 길드'에서 주최 하는 것으로 올해 30년째가 되었다고 한다.셔틀버스도 없는 작은 도시라 택시를 타고 들어 가면서 바라보는 정경는 푸르르 하면서 고요하게 아름다와 초행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평화로웠다.숲속에 자리한 빨간벽돌의 대학교, 10층의 기숙사방에서 짐을 풀면서 왠지 다시 대학생이 된 듯 마음이 들뜨기 까지 했다.아마 대학교에서 &nb…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37
조회 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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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바바라와 서로 울면서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설마 설마 했는데 암이라니 그것도 직장암 수술을 받은 지가 얼마전인데 이미 간과 페에 까지 퍼졌다는 것이 아닌가.암의 마지막 단계.스테이지 4라고 했다. 무슨 말로 어떻게 위로를 해 줄 수 있나.바바라를 안 지 십 오년. 비슷한때 결혼해서 우리 둘은 누가 아이 많이 낳나 내기라도 하듯이 교대로 출산, 나는 세명에서 그치고 바브라는 계속 혼자 경주를 하듯 다섯을 낳았다. 참을성과 인내심으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인 바바라. 분만때 무통 주사를 맞지 않기 위해…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9-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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