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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맞대고 살다보면 그 아줌마가 다 그 아줌마고, 그 아저씨가 다 그 아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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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베이질 댓글 0건 조회 831회 작성일 11-07-2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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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앞 둔 한 달 전쯤, 마음씨 좋은 노교수님께서 이제 사회로 나가는 졸업반인 우리들에게 덕담을 해주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모두 앞으로 누구와 결혼하여 살아갈까 고민이 많을 텐데, 같이 살 맞대고 살다보면 그 아줌마가 다 그 아줌마고, 그 아저씨가 다 그 아저씨야. 다 똑 같다니까! 그러니까 너무 따지고 재지 말고, 그냥 눈 딱 감고 결혼해서 착하게 살면 다 돼.” 그 땐 그 말이 참 그럴 듯하게 들렸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부부상담을 자주 하고 부부관계에 대한 공부도 하고 또 내 자신이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가니까, 가끔 그 때 그 노교수님의 말씀을 떠올리면 “에이, 참 말도 안 돼”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 여자가 그 여자고 그 남자가 그 남자여서 부부가 사는 게 다 똑같으면 우리는 남녀관계에 대해 별로 심각히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착하게 살면 다 저절로 해결된다고? 그러면 부부 싸움을 자주하고, 그래서 이혼하게 되는 사람들은 착하게 살지 않아서 인가? 
좀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나의 선배 세대(노교수님, 아버지, 어머니, 친척 어르신들, 친구의 부모님 등등)들은 결혼생활에서의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 같지 않다. 결혼해 아기를 낳고 가정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당연한 일이고, 웬만하면 부부가 서로 용서하면서 처음 결혼한 사람과 끝까지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에, 그분들은 그냥 기본적인 원칙만 달랑 내게 알려주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변화되어온 결혼의 의미와 성공적인 결혼을 위한 준비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1. 결혼의 의미 변화 (전통적 의미 → 현대적 의미)
사실 그 기본적인 원칙은 대가족 제도의 전통적인 잔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던 얼마 전까지는 그런대로 유효하였다. 많은 가족 구성원이 조그만 마을에 몰려 함께 살던 시절에는 결혼은 일종의 안전한 울타리, 기관(Institution)의 의미가 강했다. 옛날부터 결혼할 때 ‘장가간다’ ‘시집간다’ 하는 말을 쓴 것은 결혼하면 대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혼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각자 정해진 역할(Role)을 하여 대가족의 번영과 생존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남편 역할, 아내 역할, 그리고 부모 역할을 무난하게 하면, 조금 문제가 생기거나 곁길로 새는 일이 생겨도(?), 가족으로서의 부부관계가 그런대로 별 탈 없이 유지되었다. 
그런데 세상이 매우 빨리 바뀌기 시작해, 갑자기 부부 중심의 핵가족 세대가 늘어나게 되면서, 그리고 사랑과 낭만이 가히 혁명적으로 넘실대기 시작한 문명 속에서, 결혼의 의미에서 관계(Relationship)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즉, 부부 사이의 관계가 친밀한지 그렇지 않은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지 안하는지가 결혼의 만족도와 행복도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부부 관계의 질을 중요시하는 결혼에서는 부부 사이의 정서적 의사소통(Emotional Communication)이 어떻게 원활히 잘 일어나느냐가 중요해졌다. 아무리 남편 역할을 잘 하여 돈을 잘 벌어오고, 아무리 아내 역할을 잘 하여 집안 살림을 잘 꾸려나가도 두 사람 사이에서 친밀한 정서적 의사소통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 대부분의 젊은 예비부부들은 밥만 같이 먹고 잠만 같이 자는 무늬만 부부가 아닌, 정말 서로 사랑하고 친밀한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결혼 생활이야말로 행복한 것이고 제대로 된 것이라는 견해를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헌데 그들은 이러한 낭만적인 사랑과 친밀한 감정의 본질이 원래 취약하고, 또한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이를 꾸준히 잘 지속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 만만치 않다는 것과, 끝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하고 맞벌이를 해야 겨우 겨우 힘들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살이의 각박한 변화 속에서 이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부정적인 영향에 침식 받게 되는지는 잘 모른다. 예를 들면 한국의 30대 부부의 평균 대화 시간이 하루 30분 이하이고,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2시간이 채 안되는 부부도 상당수에 이르고, 남편 5명 중 1명은 아예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하게 되고, 아내의 50%가 이혼을 꿈꾸게 된다는 현실을 잘 모른단 말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냐?’고 악을 쓰는 젊은이나, ‘우린 지금 진정으로 사랑하니까 결혼해도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낙관하는 젊은이들은 사랑의 불확실성, 남녀관계의 변화무쌍함도 모른 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결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2.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물론 결혼은 아무리 미리 준비를 해도 그 결과의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은 모험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항목들을 준비하면 성공확률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도와 나침판. 비상식량과 구급상자, 그리고 여행의 계획서를 미리 작성하고 여행을 떠나면, 돌발적인 자연재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여행이 순조로운 것처럼 말이다. 
많은 부부관계전문가들은 결혼을 앞 둔 예비커플에게 결혼 서약을 하기 전 다음의 세 가지 필수 준비물을 챙기기를 권하고 있다. 
첫째, 서로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좀 더 더 깊게 이해하고 결혼하라.(지도와 나침판)
둘째, 긍정적인 감정을 늘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정서적 의사소통에 대해 배우고 결혼하라.(비상식량과 구급상자)  
셋째, 미래의 결혼 생활에 대한 자잘한 약속들과 커다란 원칙에 대해 미리 계획하고 두 사람이 합의 한 뒤에 결혼하라. (여행계획서)
서론이 길어진 관계로 이번엔 이중 첫 번째 항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하겠다.
 1) 좀 더 많이 알고, 좀 더 깊게 이해하고 결혼하라
 서로 사랑하는 젊은 예비커플들은 자신들이 서로에 대해 웬만큼은 알고 있고, 또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결혼 전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도 있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의 깊은 내면의 세계-즉, 상대방 정서, 성향, 취향, 약점과 장점 같은 내면의 세계-를 정확하게 그려내고 이해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 먼저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질 문
1.사랑하는 사람의 친한 친구 이름을 말 할 수 있는가?
2.사랑하는 사람이 시간만 나면, 하고 싶어 하는 취미생활을 알고 있는가?
3.사랑하는 사람의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에 대한 취향을 알고 있는가? 
4.사랑하는 사람의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5.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에 대해 알고 있는가?
6.사랑하는 사람의 종교는?
7.사랑하는 사람은 조용한 사람인가?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8.사랑하는 사람은 감정이 풍부한 편인가? 아니면 논리적인 편인가?
9.사랑하는 사람의 용돈이나 수입, 그리고 저축과 지출에 대해 알고 있는가?
10.사랑하는 사람의 성에 대한 성향에 대해 알고 있는가? 보수적인가? 개방적인가?
11.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12.사랑하는 사람이 기분이 상했을 때의 신호는?
13.사랑하는 사람의 뭐가 장점이고 뭐가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14.사랑하는 사람은 무슨 일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나? 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15.사랑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삶에서 꼭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
16.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때 우울해지고 어떤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
17.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의 어떤 점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가?
18.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의 어떤 점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 같은가?
19.사랑하는 사람의 인생의 경제적인 목표는?
20.사랑하는 사람은 몇 명의 아이를 낳고, 또 어떻게 키우고 싶은가? 
** 만약 위의 스무 가지 질문 중에서 6가지 이상 대답할 수 없으면, 두 사람은 아직 서로에 대해 그리 많이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두 사람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1-1) 남녀의 차이보다 개인의 차이를 알자
남자와 여자는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에 남녀의 다른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연애서적들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부부 갈등보다는 각 개인의 차이를 이해 못해 일어나는 부부 갈등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
많은 부부갈등은 부부가 서로에 대해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람은 모르면 편협해지게 되고, 그래서 상대방의 다른 점을 내 잣대에 맞춰 이상한 성격, 괴팍한 습성이라고 진단하고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서로 다른 차이점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쉽게 중화시킬 수가 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훨씬 더 포용적이 될 수 있다.  
  1-2) 아는 것이 사랑이다
단순히 부부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뿐 아니라 두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도 커플은 서로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삶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 가장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는 욕구, 그리고 결혼 생활에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지 알고 이해해야 상대방을 도울 수 있는 것 아닌가? 또한 상대방이 싫어하는 말, 상대방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런 것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좋아 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원하는 섹스 라이프는 무엇인지 알아야 맞추어 줄 수 있을 것 아닌가? 자잘한 생활습관에서부터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관, 그리고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어 하는 꿈, 전반적인 성격유형, 성장과정, 원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중요시 하는 욕구까지, 결혼을 앞 둔 예비 커플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참으로 많다. 사랑한다고 이러한 것들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알려고 두 사람이 함께 노력 할 때 사랑이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잘 밟아가기 원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예비부부학교의 중요 과목에는 두 사람의 성격적 특성, 중요 욕구, 가족관계, 관계만족도, 등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여러 가지 형태의 심리테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너무 다른 점, 너무 안 맞는 점을 미리 알게 될까 두려워하는 커플도 있고, 실제로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헤어지는 커플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은 어떤 결정을 내리던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간적 실체와 영혼을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 사람의 마음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잘 정독한 후에 그 사람의 단점과 나를 화나게 하는 차이점을 완전히 다 알고 난 뒤에도 여전히 상대방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느냐에 결혼의 성패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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