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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자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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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저 댓글 0건 조회 1,256회 작성일 12-02-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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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자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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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풍경,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마음 속에 아련히 자리한 장면. 바로 다소곳이 앉아 한땀 한땀 수를 놓는 여인 그리고 그녀가 앉아 있는 규방일 게다.
대하서사극을 보든, 우리네 전통 가옥을 돌아볼 때든 빠짐 없이 등장하고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그 평화로운 공간과 단아한 여인의 모습이란 살아 있는 전통, 한국의 멋 그리고 우리네 생활 그 자체가 아닐런지.
여기, 일찍이 우리 규방 문화의 소중함에 눈을 뜬 멋쟁이가 있다.
 
1960년 대, 우연히 길가에 버려진 자수 병풍에서 전통의 멋을 깨달은 장년의 청년.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무려 40여 년이 넘게 일생을 전통 자수 작품을 수집하는 데 몰두한 그는 한국 전통 자수 박물관인 사전 자수박물관을 세운 허동화 씨다.

“우연한 기회에 본 병풍이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 없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이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런데 이 가치 있는 유물이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반출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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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박물관, 거대한 우주를 품은 자수 컬렉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한 사전 자수 박물관. 올해 여든 넷, 허동화 관장이 지난 40여 년간 전국을 돌며 평생을 모은 자수 작품 3천여 점 중 대표적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그가 스스로 말하길 ‘세상에서 제일 작은 박물관’이라 할 만큼 아담한 규모다.
5층 건물 1개 층에 마련된 이곳의 면적은 실제 20여 평 남짓 되는 크기로, 처음 찾아 온 관람객의 대부분은 국보급 자수 작품이 소장된 박물관이 맞을까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소박한 공간에 실망(?)하곤 한단다. 하지만 실제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작은 공간 안에 있는 자수 작품이 얼마나 큰 우주를 품고 있는지, 이를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화려하고 정교한 자수의 매력은 눈에 보이는 것 외에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알고 나면 더욱 깊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고운 비단 위에 화려한 모란을 꽃 피우고, 푸른 하늘 위에 깃털 화려한 봉황 한 쌍을 훨훨 날려보내고,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글자를 돌탑 쌓듯 켜켜이 써내려 가고….
 
허동화 관장이 말하는 자수의 매력이자 모든 것은 바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여성들이 미적 감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거대한 우주라는 것이다. 눈이 시리게, 손톱 끝이 무뎌져 가도록 한땀 한땀 수를 놓아야 했던 우리 여인네들의 인내와 인고를 바탕으로 탄생한 무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 자수.
집안에서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사계를 담은 여덟 폭짜리 병풍을 만든 것도, 자식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며 만든 원앙 금침도, 손주의 과거 급제를 응원하며 수놓은 보자기도 그리고 이 모든 기원을 짓기 위해 쓰는 골무에 꽃을 수놓은 것도 모두 우리 할머니, 어머니가 바라 마지않던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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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 문화의 모든 것을 만나다
“자수 박물관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보자기예요.
보자기 또한 삼라만상이 깃든 우주입니다. 지금의 조각보는 조형미를 고려해 조각을 낸 천으로 보자기를 만들지만 예전의 조각보는 실제 생활에서 남은 자투리 천을 갖고 만든 조각보예요.
 
딸을 시집 보낼 때 만든 옷에서 남은 조각 천, 남편 추석 빔을 짓다 남은 옷감 등이 하나 하나 모여 이토록 조화로운 보자기가 되었죠. 조형미, 색감 어느 하나 나무랄 것 없지만 최고의 백미는 보자기 안에 한 집안의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것이지요.” 사전자수 박물관 학예사 이혜규 씨는 조각보에 담긴 사연을 이렇게 말한다.

자수 박물관이라 하면 누구나 자수 작품만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자수로 수집을 시작한 허동화 관장은 점점 자수 안에 담긴 우리 여인의 생활 문화에 깊이 빠져들면서 ‘규방 문화의 모든 것’을 수집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리하여 도자기를 감싼 보자기는 물론 ‘넝마주이’라고 오해를 받을 만큼 구두 닦는 보자기에 이르기까지 규방 용품을 사 모으는 데 집중한 것.
 
3천 점 넘게 모은 자수 작품 안에 보자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 정도, 그리고 이 외에 수예와 관련 있는 용품이라면 다 모았는데, 그 중 다듬잇돌은 무려 471점을 모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단다.

현재 사전 자수박물관에 전시된 자수 작품은 18세기 궁중에서 사용하던 방석에서부터 공주 방에 둘렀다는 병풍 그리고 아기 돌 한복에 이르기까지 자수의 백미로 꼽히는 대표작들이 상설 전시된 가운데 매해 기획적이 함께 마련되고 있다. 최근에는 3월 5일까지 열렸던 ‘실꾸리 사패전’, 즉 실을 감는 실패를 자수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실패라는 어감이 웬지 실패(失敗)를 뜻하는 것 같아 순 우리 말을 사용해 실꾸리 전시라 했지요. 수를 놓기 위해 실을 정성스레 감아놓은 실꾸리 역시 규방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수에 관해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수집한 허동화 관장이 수집한 실꾸리는 실로 대단하다.
 
과연 이렇게 아름다운 실꾸리가 있었단 말인가, 절로 감탄사가 쏟아지는 다양한 디자인. 화려한 수가 놓인 실꾸리는 물론 자개 장식으로 광채를 더한 실꾸리, 그림을 그려 넣은 실꾸리 그리고 마치 떡살을 보듯 정교한 문양을 조각한 실꾸리에 이르기까지…. 잊혀졌다기 보다는 몰랐던 실꾸리의 세계는 신기함을 넘은 감동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예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즐기는 규방 문화
규방 용품만 사 가는 여학생이라 불리며 자수품과 조각보, 다듬잇돌, 발, 화문석,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을 열정적으로 모은 허동화 관장. 이러한 노력의 결과 그의 소장품 중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보급 자수품과 규방 용품이 다수에 이른다.
 
우리 나라 최초의 자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고려 시대 ‘자수사계분경도(보물 653호)’는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다라니 주머니’와 ‘대향낭’은 중요 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이 가치 있는 작품들은 1978년 국립박물관에서 연 초대전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해외에서 45회에 이르는 순회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국립 박물관에 사전 자수박물관의 규방용품 7백 여 점이 기증되었다. 개인 소장으로 머무르는 유물이 아닌 모두가 함께 감동하고 감탄할 수 있는 조상의 생활 문화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전 자수박물관을 찾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사전 자수박물관은 비영리 운영을 통해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개방하고 있을뿐더러, 규방 문화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학예사가 상시 출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과 어머니가 함께 ‘견학’을 와서는 학예사의 도움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에요. 설명이 길어지면 지루해하거나 행여 어렵지는 않을까 뒷걸음질을 치기도 하고요.
 
반면 일본을 비롯한 외국 관람객의 참여는 굉장히 적극적이죠.” 이혜규 학예사는 관람객이 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길 바란다고. 언제든 관람객이 설명을 요청하면 상세한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이 학예사의 보람이란다. 그리고 규방 문화에 얼마나 다채롭고 흥미로운 생활 역사가 담겨 있는지, 그 매력을 접하면 분명 자수 박물관을 찾은 뿌듯함이 배가 될 것이라 강조한다.

실제 이곳에 오면 접할 수 있는 것이 단지 유물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규방 예술품 수집가일 뿐만 아니라 자수 문화를 학술적으로 연구한 전문가인 허동화 관장의 노력은 스무 권이 넘는 전문 서적으로 탄생했고, 이는 세계 유일무이한 규방 문화 자료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생활의 아름다움을 동화처럼 만날 수 있는 곳, 우리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싶다면 소장해야 할 책이 있는 곳, 사전 자수박물관.
개인의 열정으로 꽃피운 박물관이라 하기에 믿기 힘들 만큼 거대한 우주가 살아 숨쉬는 이곳은 우리 삶에 무한한 상상력과 정서적 자양분이 필요할 때 길게 쉼표를 찍어 봄직한 세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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