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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주역이 되지 못하는 조역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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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65회 작성일 11-10-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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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체코 출신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걸작으로, 지금도 체코를 대표하는 오페라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름다운 처녀 마리는, 부모님이 자신을 농장주 미하의 바보 아들 벤젤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한스입니다. 어린 시절 집을 뛰쳐나온 한스는 지금은 남의 집에 고용돼 있는 처지입니다.
마침 교회의 축일이라 주점에는 많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춤을 추고 잇습니다. 그중에는 미리 마리를 보러간 벤젤도 끼여 있습니다. 마리는 그가 자기를 몰라보는 것을 알고, 그에게 마리는 고약한 여자다, 그러니 결혼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한편 마리와 벤젤을 결혼시키려는 중매장이 케잘은 한스에게 마리를 단념한다면, 다른 미인을 소개해주고 3백루불을 주겠다고 제의합니다. 한스는 '마리가 지주 미햐의 아들 외에는 결혼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여 그 제의를 받아들입니다. 벤젤이 미햐의 아들인데 무슨 소리야 싶으면서도 케잘은 크게만족합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게 수월하다면 재미가 없겟죠. 사실은 한스야말로 미햐의 장남이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재혼하자 집을 뛰쳐나와 오늘에 이르렀던 거죠.
그런 사실을 모르는 마리는 한스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뒤늦게 마리를 알아보고 결혼하겠다고 나선 벤젤에게 시간을 주면 생각해 보겠노라는 언질을 줍니다.
한편 한스는 마리에게 진실을 말하려고 하지만 마리는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 자리에 케잘이 나타나 한스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며 마리를 설득합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모여든 마을 사람들에게 마리는 미햐의 아들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햐 부부가 그 자리에 나타나고 한스가 자신들의 아들이란 것을 알아봅니다. 그제서야 한스의 진심을 알게 된 마리는 한스와 화해하고 이 새로운 커플은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습니다.
유머가 돋보이는 보헤미하 기질, 민요적이면서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춤은 이 작품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요?
가벼우면서도 냉소적인 농담, 향토색 짙은 체코의 농촌 풍경, 그 풍경 속에서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젊은 연인들, 혀를 찌르는 반전 등.
아마 스메타나와 쿤데라가 닮아 있다면 그들이 각자 나름대로 보헤미하 풍의 유머가 풍부한 체코의 민족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겠죠.
마리와 한스의 사랑은 젊은 연인들답게 위태롭습니다. 사랑하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하리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한스는 마리와 결혼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면서도 마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습니다. 마리가 오해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 그녀는 흔히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구사하는 수법, 즉 다른 사람과 억지로 결혼하는 방법을 쓰려고 합니다. 벤젤과 결혼하려고 마음 먹는 것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마음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한스에게 가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벤젤에게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행여 한스가 돌아올까 기다리는 마음에서겠지요.
다행히 미햐 부부가 나타나 오해는 풀리고,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웬지 마음이 씁쓸한 것은 마리와 한스의 결합으로 결국 또한번 바보가 된 벤젤 때문입니다. 그게 벤젤의 운명이라는 건 어딘지 마음 아픈 데가 있습니다.
어디서나 주역이 되지 못하면 조소거리가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조역의 한계랄까 하는 것 때문이라면 너무 비약이 심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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