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을 때 [미국/윤학재] > 이민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민문학


 

수필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을 때 [미국/윤학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422회 작성일 10-04-26 14:17

본문

[스페인/김수지]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을 때

난 여기, 라스팔마스에서 태어나 스페인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놀림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난 내가 한국인임이 너무 괴롭기도 했다. 길거리에 나갈 때마다 중국애라며 놀림받는 이 섬에 사는 청소년들의 심정을 한국에 사는 청소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을 때

스페인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사귀었지만, 역시 내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 그런지 그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여긴 한국에서처럼 반 아이들을 왕따시키는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놀림받는 것도 나에겐 참기 힘든데 따돌림까지 받았더라면 지금 내 심정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 분명 내가 한국인임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을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고작 놀림받고 따돌림을 받았다고 해서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저주했을 거라는 게 너무한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의 심정일 뿐이다. 지금 내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국에는 왕따시키는 일이 여기보단 흔히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곳에서 살아가면서 한국으로 대학 간 언니들의 소식을 들어 보니, 거의 다 외국에서 그냥 대학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과 애들로부터 많은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험을 안 보고 들어갔다고 해서 그렇게 사람을 왕따시키면 되겠는가? 시험을 안 보고 들어갔더라면 그 이유가 있었을 게 아닌가? 중학교부터 성적이 너무 좋아 그냥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성적만으로 들어간 사람이 그렇게도 얄미울까? 그들은 힘들게 공부하고 애써 들어갔는데 다른 나라에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에 있는 대학에 공부도 많이 안 하고 들어갔다는 게 너무 분하고 억울하겠지만 그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 역시 너무 분하고 억울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한국은 부끄러움이 아닌 나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작년 여름 월드컵 때에 나는 처음으로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 한국 축구 선수들이 4강까지 갔다는 이유로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는 게 아니라, 몇만 명 되는 사람들이 한 곳에서 축구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그 자리를 떠난 후에, 그 곳엔 휴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놀라웠었다. 이 일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의외로 이 곳의 아이들은 별로 놀라워하질 않았다. 다만 스페인이 한국과 시합했을 때 졌다는 게 그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던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만 한 것을. 역시 한국 사람인 것은 나쁜 것만이 아니었다. 설사 내가 또 한국인임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마음을 합쳐 응원한 후 그 자리를 깨끗이 치우는 한국인의 그 모습은 언제까지나 내가 한번 쯤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한국에 놀러가기 전 스페인 몇몇 사람들의 성격을 기억해 둔 뒤,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의 성격을 스페인 사람들의 성격과 비교해 보았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동안 난, 친절한 사람들은 한두 명밖에 못 봤다. 불친절한 사람이 몇 명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나보다 2살 아래인 어떤 애의 그 사나운 성격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함께 차고로 들어가는데, 어떤 꼬맹이가 비켜!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전거에서 내리면서 소리지르는 것이었다. 우리와 부딪힐까 봐 소릴지른 것도 아닌데 왜 비키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옆으로 공간은 많은데 왜 그렇게 우리 사이로 지나가고 싶었던 건지. 우리들은 못들은 체하며 지나가는데 그 애가 뒤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왜 자기 말을 안 듣느냐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잘 지나갔으면 됐지 그렇게 화낼 이유가 뭐 있느냔 말이다. 그러고 나선 자기 언니를 부르겠다며 덤비는 것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그 후로 한국 애들은 거의 다 성격이 저렇다고 생각해서 한국에 사는 애들과는 가까이 하질 않았다. 스페인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얌전하게 지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웃으면서 행동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친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


몇 달 전 채널 선이라는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그 방송에는 한국 프로가 여러 가지가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친절 시민이라는 방송을 보고 한국에도 친절한 사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의 성격의 다 그렇게 거칠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나온 것인데, 아프카니스탄이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그 나라의 몇몇 사람들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의 컴퓨터 기술, 자동차 기술 등을 배워 가지고 아프카니스탄을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그제서야 난 이 뉴스를 듣고 한국이 후진국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나라 반도체 산업이 아주 발전되고 있어서 한국을 세계 여러 나라가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들은 후에, 난 너무나도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고 나도 언젠가 나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라도 무언가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게 되었다. 흔히 생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결심해서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래도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각자의 운명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깐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롭더라도 필사적으로 무슨 일을 이루려고 한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내 자신에게도, 내 이웃에게도, 내 나라 대한민국에게도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