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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의 뿌리 [미국/윤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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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164회 작성일 10-04-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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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신정아] 나의 뿌리

이제 영국에서 산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나의 뿌리
길고도 짧은 세월인 듯하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호칭 재영교포도 어느 새 친근하게 느껴지고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주위에선 10년째 영국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 굉장히 놀라는 눈치다.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눠지는데 그래도 아직 한국사람 같네. 아니면 어떻게 버텼을까.이다. 그럴 때면 난 살짝 미소를 짓는다. 솔직히 나에겐 10년이라는 세월이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아마 매일매일 새로운 걸 느끼고 배우기 때문일 것이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영국 땅을 처음 밟았던 나는 어느덧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하며 살아가는 숙녀가 되었다. 사춘기를 해외에서 보내면서 느껴 왔던 몇 가지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펜을 든다.


어린아이의 두 눈으로 보이는 영국은 신비로우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래도 한국과 달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원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푸른 세상. 날씨가 좋을 때면 모자를 쓰고 나가서 아빠, 엄마와 연을 날리던 추억도 있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나와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적응했던 거 같다. 그 땐 몰랐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그렇게 편하고 즐겁게 영국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이해심과 인내심이 많으신 선생님들을 만나서였던 거 같다.


예의바르고 어디서나 질서 있게 줄 서는 걸로 유명한 영국 사람들. 역시 나도 이런 면을 처음 보았을 때 참으로 감동받았다. 그리고 어쩌면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도 없진 않았다. 그래서 보통 영국에서 3, 4년 살다 간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의 좋은 면만 접하고 가는 게 대부분. 하지만 오래 지내다 보면, 그렇지도 않다. 매너는 좋지만 정을 줄 줄 모르고 자존심도 강한 편이라 변화를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의 소중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정도 많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라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서로 감싸 주려 노력하는 한국인들.


또, 하루빨리 성장하고 있는 도시와 아직도 보존되어 있는 시골의 향기가 이루는 조화는 한국이 내세울 만한 특징 중 하나인 거 같다. 어쩌면 한국을 떠나와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 살게 된 걸 행운으로 여기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유럽도 좀더 쉽게 가 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나의 문화가 아닌 것도 인정하고 존경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살면서 가끔 느끼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새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 같다. 영국 사람들도 아직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요즘 세대 아이들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더 추구한다. 미국 커피숍이나 식당 체인점이 부쩍 느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영국도 많이 변한 거 같다. 영국 한 동네에 가면 LA 코리아타운의 미니버젼을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상황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한국인의 세력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 본받을 만한 건 본받고 옳지 않은 건 알아보고 피할 수 있는 그런 민족이 되었음 한다.


주위가 변한 만큼 내 자신도 영국 생활을 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중심을 잃지 않도록 힘이 되어 준, 쉽게 말하면 나한테 소중한 몇 가지를 나누며 이 글을 마감하려 한다.


누구나 한국을 떠나와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겪어 봤을 만한 외로움. 아마 친구들 없이 견디긴 힘들었을 것이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쌓아온 우정들. 어떻게 보면 무척 이기적인 나, 그런 내가 힘들어 헤맬 때마다 이끌어 주었던 친구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고마움의 표시를 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 다음으로는 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족. 더 열심히 살고 싶게끔 항상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엄마, 아빠.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요한 건 바로 하느님이시다. 영국에 와서 얼마 안 되어 알게 된 하느님. 솔직히 원망도 많이 했었고 믿음이 부족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에는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을 만큼 나의 믿음이 어느덧 성장한 거 같다. 떠나온 지 오래 된데도 불구하고 조국이 그리울 때도 하느님은 마치 내 마음을 이미 알고 계신듯 힘을 주신다. 어쩌면 나는 그 힘에 용기를 얻고 영국에서 용감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듯이 앞으로 겪을 일들도 내가 성숙해지기 위해 거쳐야 되는 길인 거 같다. 비록 한국 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영국에서 열심히 살아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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