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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딜레마(진퇴양난) [미국/윤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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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304회 작성일 10-04-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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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변선우] 딜레마(진퇴양난)

나는 분명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이 뜨거운 동남아시아의 미얀마라는 곳에서 자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미얀마라고 하면 불가사의한 고대 나라를 떠올리곤 한다. 물론 외국인의 눈으로 봤을 때 이 나라의 특이한 점도 많다. 금빛 찬란한 파고다들이 여기저기 우뚝 서 있지 않나, 남자들이 롱지라는 치마를 입고 다니지 않나, 아니면 붉은 천을 두른 중들이 긴 줄을 서서 밥을 구걸하러 다니질 않나. 그리고 날씨는 또 왜 이리 더운지. 요즘엔 비만 요란하게 올 뿐이지만 더운 건 마찬가지이다. 확실히 한국이랑 많이 다르다. 한국에 계신 우리 할머니께선 한국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자고 자주 그러신다. 하지만 난 미국식의 영어를 쓰는 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의 엄격한 학교 생활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 난 대체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건가. 한국의 역사도, 문화, 예절, 하물며 한국의 말까지 잘 모르는 나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일까?
우리 학교에는 미국 사람에게 갓난아기일 때 입양된 한국 아이가 있다. 생긴 건 꼭 한국애처럼 생겼지만 그 애는 한국 말도 모르고 미국풍이 풍긴다. 또 한 오빠가 있는데 미국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한국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버지께선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시고 그 오빠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로 미국 사람인 줄 알았다.

나랑은 조금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지만 우리들은 비슷한 혼란을 겪게 된다. 만약에 시민권이라는 종이 하나로 나라를 바꿀 수 있다면 자신의 뿌리, 고국 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런 질문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나는 내 뿌리와 나의 고국에 대해 생각할수록 나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어느 곳에 속하는지, 어디가 나의 진짜 집인지, 그런 딜레마에 헤매일 때 한 나라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우리가 언젠간 그 나라를 책임질 거란 걸 기억하면 그 사실이 얼마나 힘과 위로 그리고 가족 같은 따스함을 주는지 모른다.

예를 들자면 우리 학교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한 가족이라기보다 조직이 더 어울리는 말이지만 좋게 말해서 가족처럼 모두들 다 챙겨 주고 친하게 지낸다. 그래서 절대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언제나 가족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이 딜레마에서 깨어날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이런 질문들에 헤매일 필요없다. 왜냐하면 날 인정해 주고 내가 분명히 속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난 예전부터 이 사실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깨닫지 못할 뿐이었지. 왜냐하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한 칭찬을 들어도 마치 내 칭찬을 한 듯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아이들이 한복을 입은 날 부러운 눈길을 줄 때도, 아이들이 비록 호기심에서 그랬지만 한국 말을 배우고 싶다고 할 때도 나는 저절로 우쭐해졌다. 반대로 만약 다른 사람들이 한국이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간 건 심판들이 개최 나라여서 너무 봐 준 덕이라는 둥 안 좋은 얘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내 속 안에서 불끈하는 느낌에 혼자 흥분하곤 했다. 많은 혼란 속에서도 내 안에는 이제껏 또렷한 한국인이 숨쉬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고국이란 건 나에게 많은 영향과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나의 고국은 마치 부모님과 같다는 것,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부모님의 벌린 팔이 되어 주고, 뒤돌아보면 서 있는 든든한 등뼈가 되어 주고, 나를 울고 웃게 하는 나의 고국 대한민국.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혼자서 방황해도 부모님은 언제나 부모님인 것처럼 영원한 나의 나라, 나의 민족이다.
조개 껍데기 하나


오하나 가작뉴질랜드
조개 껍데기 하나


수줍어 붉은 해 곱게곱게 부서져
검푸른 바다 위 사뿐히 내려앉고,


끼룩끼룩 갈매기 바람을 등에 이고
고단한 고깃배 뒤를 쫓으면,


저 멀리 수평선 끝자락에,
보고픈 얼굴들, 떠오르는 옛 추억.


짭쪼름한 바닷내음
내 눈물 스치울 때,


보드라운 모래 위에
외로운 조개 껍데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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