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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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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영세] 황 노인 이야기황 노인이 큰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 이주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져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해 볼 것이 없다는 서글픈 판단이 황 노인의 의식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하기야 황 노인으로서도 크건 작건 기대를 걸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따라서 예측을 빗나간 건 더더욱 아니었다. 말하자면 예측은 하면서도 오히려 그 예측이 빗나가길 기대했던 심정이 배반당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은 과장하고 싶은 억울함이 황 노인을 서글프게 만들었다.큰아들은 그 …
작성자파슬리 작성일 10-04-30 22:10 조회 6636 더보기
[미국/전지은] 누가 이 아일 모르시나요?"지금 늦잠 잘 때가 아니야. 내려와 봐. 빨리 내려와!" 그렇게 큰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은 언제였던가. 앞가슴이 반쯤 열린 파자마에 맨발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CNN에서는 비행기에 들이 받치는 세계경제의 중심지 뉴욕의 월 스트릿 쌍둥이 빌딩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사고네, 커다란 사고. 그러나 그것은 대형 사고가 아니라 바로 전쟁이며 대대적인 공격이었다.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미국 공격을 받다!> 라는 제목 아래 지구촌에 위상을 떨치던 그 높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
작성자파슬리 작성일 10-04-30 22:06 조회 5794 더보기
재즈 아리랑대상│윤종범(미국) 그때를 회상하면 언제나 그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과 함께 님 생각이 난다.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하기 위해 수만 리 태평양을 단숨에 건너온 님.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흙 내음을 맡은 곳, 나의 앙증맞은 두 발을 처음으로 내 디딘 곳. 나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몽땅 간직하고 있는 바로 나의 고국이다.   일 년 후면 내 나이가 오십이 되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서는 아내와 나는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었다. 서쪽 하늘에 붉으스레 수를 놓고 있는 노을은 걷고 있…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23:21 조회 5599 더보기
비둘기 알   대상 _ 강갑중(미국)     비둘기 한 쌍이 우리 집 발코니에 와서 어정거렸다. 녀석들은 우리를 자꾸 살피는 것 같더니 이내 모퉁이에다 둥지를 쳤다. 쌓인 눈 위에다 작은 나뭇가지 몇 개를 물어다 엉성하게 얽어 놓았다. 새의 둥지라기에는 너무 얇았다. 옆집 사람이 보고는 둥지를 내던져 버리고 비둘기들이 오지 못하게 쫓아야 된다고 말했다. 아무 데나 똥을 싸고 깃털을 빠뜨릴 것이며, 사람이 앓는 것 같은 소리를 내어 밤잠을 못 자게 할 것이므로 이웃들이 불평할 것이라고 해 마음 쓰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23 조회 5218 더보기
[미국/이경난] 바나나 연가요즘 나에게 작은 가슴앓이가 하나 생겼다. 십 년 전, 엄마가 서울에 다녀오시면서 이모네 집의 뜰에 피어 있던 분꽃과 봉숭아꽃의 씨를 받아 갖고 오셨다. 고이고이 몇 겹의 종이에 싸서 가져오신 그 씨앗을 엄마는 우리집 화단에 정성껏 심으셨다. 봉숭아가 잘 자라 꽃을 피우면 그 꽃잎을 따서 미국인 외손주들의 손톱에 곱게 물을 들여 주고 싶으셨던 게다. 꿈에 부푼 엄마는 매일매일 화단에 물을 주시며 싹이 트기를 고대하셨다. 그러나 아쉽게도 봉숭아는 자라지 못하였다. 기후의 탓인지 토지의 탓인지는 몰라도 기다리…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07 조회 5639 더보기
[미국/고동운] 꿈은 이루어진다 어린 시절 나는 무척이나 수줍음을 타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천적인 성격이었다기보다는 외부와의 접촉 없이 많은 시간을 혼자 외롭게 지내다 보니 생겨난 다분히 후천적 현상이었던 같다. 나는 세 살에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남들처럼 마구 뛰어 놀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기억 속에는 두 발로 걸어다녔다는 사실은 흔적조차 없다. 다만 한 장의 낡은 흑백사진 속에 초롱한 눈빛으로 서 있는 아이가 나라는 사실이 한때는 나도 걸어다녔다는 것을 확인해 줄 뿐이…
작성자파슬리 작성일 10-04-26 14:05 조회 5992 더보기
요즈음 들어 충격적인 존비속 살해사건이 이곳 LA지역 한인사회에서 빈발하고 있다. 대부분 아버지가 가족을 살해하고 자기도 같이 자살한 사건들인데, 지난 3월 이후 한달여 사이에 4건이나 발생, 총 10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미성년 자녀가 5명 희생됐다.이런소식을 연달아 들으면서 이거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내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평범한 한국남자들이 그런 끔찍한 짓을 감행하고 있게 때문이다.그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게 되었을까?이민사회에 영원히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이런 방황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첫째, 몰…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10-22 00:07 조회 3453 더보기
[미국/이수내] 우울한 섬, 블루를 가다 맨하탄이라는 섬, 그 싶은 곳에 블루가 있다. 그 곳에 가면, 외로운 섬 하나씩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블루에서는 사람들이 섬이 된다. 쓸쓸히 바다를 지키며 육지를 맴도는 섬,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섬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맨하탄 32가에서 블루를 찾는 건 너무나 쉽다. 무채색의 밋밋한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엔 눈에 띄는 파란색 문 때문이다. 그 파란 철문의 매끈한 손잡이를 밀고 들어서면 두 눈은 막 결빙되기 시작하는 얼음처럼 서…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14 조회 3580 더보기
[미국/임영록] 파티 1714 University Ave. Honolulu 전화로 그가 불러 준 주소이다.일이 4시에 끝나니까 그 시각에 맞추면 보여 줄 수 있어요.그녀는 그의 영어가 약간 서툴게 느껴졌고 한국말의 억양은 왠지 강원도 사투리가 조금 섞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와이로 이주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리를 잘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UH(하와이 대학) 정문 근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라며 바쁘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아쿠아 색깔의 갑옷 치마를 걸친 반라의 청동상을 가게 앞에 내놓은 타이의 추억이라는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5 조회 3694 더보기
[미국/최유혜] 황구지난 주말 신문에 껴 온 주간지를 들친다. 큰 활자들을 훑어본다. 재벌 누구와 정치인 누구 극비리에 만났다.라는 선거철 전야의 흔히 있던 커다란 글귀는 당연히 외면당한다. 다음 장 그리고 또 다음 장을 넘기자 주말이면 흑인 병사들 이태원에 몰리는 이유?라는 큰 활자가 눈에 들어왔다. 왜에? 하는 호기심에 별 뜻도 없을 주간지를 읽어 가기 시작했다. 중간 크기의 활자다. 젊은 여성들에게 흑인 병사들의 강한 섹스 인기, 에이즈 걸려도 좋아! 그 다음 작은 활자들을 읽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 짓 하는 사진이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2:02 조회 3431 더보기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다른 승객들 틈에 끼여 떠밀리듯 입국 수속대를 향하여 걷고 있었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한국의 모든 것은 이상스럽게 낯설게 느껴졌다. 초라한 이민 보따리 하나를 들고 바로 이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 젖은 눈으로 근심스럽게 지켜보시던 이태규 선배님의 눈망울이 생각났다. 나의 사랑하는 옥희가 나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고 통곡하듯이 울었더라는 이태규 선배님의 편지를 받은 것은 미국에 도착하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의 일이었다. 어렵사리 연결된 첫 번째 전화에서 옥희는 원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울…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50 조회 2754 더보기
프럼파티     LA의 오월.   오월은 봄입니다. 음산한 땅을 디디고 서있는 봄은 눈이 부십니다. 이 꽃 저 꽃에 꽃가루를 옮겨다 묻히는 나비가 부러울 정도로 사랑을 하고 싶은 따사로움이 가득하지요. 그런데 LA의 오월은 화사함은 고사하고 여름인줄 착각할 정도로 뜨겁기만 합니다. 강렬한 태양 볕은 아침부터 파고들어 살갗을 태울 듯 하구요. 보드라울 거라는 봄날에 대한 느긋함은 사치스런 감정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은 몹시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35 조회 4162 더보기
몸이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수술실 입구에는 ‘수술 중’이라는 네온사인이 붉은 야광 색을 띤 벌레처럼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웬만한 무거운 것도 두 손으로 번쩍 들곤 하던 싼체스가 이토록 맥없이 수술대에 누워있게 되다니……. 거리로 넘쳐난 빗물을 퍼내는 야간작업을 하면 이번 겨울에는 꼭 멕시코로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며 즐겁게 휘파람을 불며 집을 나갔던 싼체스였는데…….문득 대기실 구석에서 히터가 쉬익 쉬익,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몰래 남을 숨어 엿보고 있는 짐승의 숨소…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21 조회 3396 더보기
뾰족하게 다듬어진 손톱에 세게 힘을 줘 손등을 힘껏 찔렀다. 마음이 검은 새처럼 죽었을 때 통각도 함께 죽은 걸까.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언젠가 엄마가 물었다. 어째서 손톱을 그렇게 길러 삼각형으로 자르고 다니느냐고. 불량스러워 미치겠다고. 삼각형 뾰족한 손톱은 내 자신을 찌르기 위한 흉기다. 엄마가 미국으로 온 것은 내 공부 때문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위해서란 걸 나는 알고 있다.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로 문을 열자 햇빛을 등져 낮에도 어두컴컴한 아파트 거실이 드러났다. 한 발자국 거실로 들어서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15 조회 2856 더보기
스팅키 우수상│박혜자(미국) 스팅키는 어딜 갔을까? 난 얼마 전 하이웨이 287 east를 달리다 까만  개 한마리가 하이웨이 가장자리에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 개는 다리를 포개고 옆으로 드러누운 자세인데다 얼굴은 하이웨이 반대편 쪽으로 향해있어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새벽이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으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그 죽은 개는 분명 까만색 레버도르(labrador)종류였다. 스팅키가 사라지고 난 뒤 2주쯤 지난 뒤라 난 그 죽은 개가 스팅키인지 아닌지 궁금해졌다 그날 새벽, 나는 가게에 가는 중이었…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23:20 조회 3372 더보기
[미국/민영일] 한복얼마 전 잠시 귀국하게 되었을 때, 미국에 있는 친지 여인으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전화로 한국에다 한복 한 벌을 맞추어 놓았는데 미국 올 때 좀 찾아다 달라는 것이었다.한복() 한국에 가서, 급한 일부터 보고 나서, 예의 그 한복집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하필 내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날인 15일이라야 다 된다고 했다. 이거 야단 났구나 싶어, 통사정 하다시피 간청을 해 보았다.출발하는 날 여기저기 급한 인사도 해야 하고, 준비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어느 결에 그 곳에 다녀와서 짐은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19 조회 3143 더보기
꺼꾸로 가는 여행하얗게 성에가 앉은 겨울 유리창에 나의 따뜻한 둘째 손가락을 꼬옥 눌러서 딱 그 손가락의 온기만큼 녹아 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창호 문에 침을 묻혀 포옥 뚫어 놓고 그 작은 구멍을 통해 내다본 바깥 풍경과 같은, 둘러서 돌아보면 뒤란으로 통하는 좁다란 뒷벽도 보일테고 왼쪽으로 붙어 있던 넓은 문을 가진 부엌도 보일 터인데 창호 구멍에서는 툇마루와 빈 마당만 보이는 것과 같은. 내 어린 기억들은 그런 식이다. 더 높이도 아니고 더 넓게도 아니고 꼭 내 눈높이 만큼, 꼭 내가 둘러보았던 그 넓이 만큼만…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16 조회 3201 더보기
[미국/방인숙] 뉴욕 겨울 산의 단상 산은 사람에게 기를 주지만, 바다는 기를 뺏어 간다는 말을 들었다. 반추해 보니 바다를 보고 왔던 날은, 자석처럼 딸려온 끈적끈적한 습기와 노곤함으로 절여진 배추였었다. 반면에 산행을 했던 날은, 다리는 땡길망정 머리는 명징해서 별이 초롱초롱 떠 있었다. 몸도 갓뽑은 초록빛 무청처럼 쌩쌩했다. 자연히 바다보다 산을 즐겨 찾게 됐다.뉴욕 겨울 산의 단상 뉴욕 근교에 있는 산들은 낮지는 않아도 험준한 산세가 아니다. 경사가 완만한 구릉들이 다정하게 어깨를 겯고 있는, 순하고 살가운 자태다. 바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15 조회 2609 더보기
[미국/오정자] 어머니의 가발긴 겨울을 견뎌낸 수목들이 수런거리고 있었다.봄아, 어서 오라! 겨울나무 아래를 거닐면 봄이 급하다 라고 봄을 노래한 상허 이태준 선생의 무서록에 나오는 문구를 주절거리기라도 하듯이.사월 초순임에도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가랑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을 뿐, 닿지 않는 곳에 군데군데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백인 일색인 우리 동네는 해마다 봄이면 집집마다 정원에 수국, 튤립, 목련, 개나리꽃들이 피어나 꽃동네로 변하곤 한다.아카시아 꽃향기가 그리워지는 오월에 친정 어머니가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셨다. 오…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55 조회 3374 더보기
[미국/윤학재] 이름과 시대이름이 최초에 생긴 것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어 낙원동산에 살게 하면서 이름하여 아담이라고 한 때부터일 것이다. 이름은 성 아래 붙여 그 사람만을 가리켜 부르는 것인데, 이름도 유행이 있고 이름으로 시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는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름을 지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 이름으로 창씨개병한 때도 있었다. 기독교와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서경식 이름이나 서양식 이름을 쓰게도 되었다.여자들의 이름은 자, 순, 옥, 희 등의 글자를 많이 썼고 남자들은 족보에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53 조회 3036 더보기
[독일/진경자] 스잔느의 작별담당의사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내일 퇴원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은 스잔느 자신이었다. 제 몸을 추스르기에도 벅찬 중환자가 아무도 기다려 주는 이 없는 텅빈 집에 돌아가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의 갑작스런 퇴원 결정은 근무시간 내내 짜뿌드드한 독일의 겨울 날씨 마냥 나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오늘만이라도,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그녀 곁에 있어 주고 싶어 서둘러서 일을 마치고 그녀의 병실로 갔다.오후 6시. 어둠이 스름스름 깔리고 저녁 미사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은은히 메아리 쳐왔다. 스잔느…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52 조회 3375 더보기
[캐나다/박능재] 접목한 사과나무        우리 집 뒤뜰에는 사과나무 두 그루가 마치 우리 가족의 이민사를 말해주듯 커다란 나무가 되어 서있다. 그러니까 이십 년 전 내가 이 집을 사서 두 번째 이사를 하던 해로 기억된다. 때마침 봄철이라 사과나무 묘목 두 그루를 사다가 심었는데 이것이 자라 많은 사과가 열리는 늠름한 모습이 된 것이다. 조석으로 창문을 통해 사과나무를 바라볼 때면 나의 이민의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을 느끼게 한다. 북극 초입에 위치한…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51 조회 3344 더보기
[미국/노기제] 그가 잠시 비운 자리와아, 해방이다. 한 달 동안 완전하게 자유를 만끽하리라.지난 몇 년 동안 심심찮게 들려오던 맥킨리 산 등정계획이 가시화 되면서속으로 쾌재를 부른 건 나였다. 물론 남편은 남편대로 평생 마음으로만 소망해오던 일이 실행단계에 이르렀으니 그 기쁜 마음이야 내 얄팍한 해방감에 비길 수가 없겠지만 말이다. 작년에 결성된 미주 산악연맹에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50개 주 최고봉 등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미 전역에 산재해 있는 산악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후 신문지상…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50 조회 3391 더보기
[미국/박봉진] 마지막 일기는 눈안에 묻고아파트는 도심에 둘러싸여 있지만 키 큰 나무들과 잔디와 화초들의 생기 나눔이 사람들의 호흡에 살맛을 더해준다.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다고는 해도 잎새 갈이를 끝낸 활엽수들은 일제히 짙은 녹색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헌팅톤비치쪽에서 불어오는 안부바람 한 다발에 우듬지 잎새들은 흔들거림으로 평안을 화답하고, 거실 바닥에서 놀고있는 손녀의 볼통이 좌우로 둘레거릴 때마다 까만 머리를 두 갈래로 묶는 매듭의 나비는 연신 날개질을 한다. 일상 셈을 하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날 이후 열일곱 번째의 초여름…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49 조회 3211 더보기
[뉴질랜드/이인순] 송아지 할머니“미세스리 그라니가 된 거 축하해” 토요일 오후 한국에서 수업을 마치고 허겁지겁 산골 농장으로 돌아오자 휴영감님이 뛰어나오며 할머니가 된 걸 축하한다고 하셨다. 그는 주말이면 우리 농장으로 와 일을 도와주며 쉬다가는 스코틀랜드 출신 영감님이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감이 잡히질 않았다. 병아리는 벌써 알에서 깨어난 지 오래 되었고, 새로 알을 품고 있는 암탉도 이즘에는 없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수놈, 멍멍이 두 마리도 수놈이라 도무지 할머니가 도리 이유가 없는데…….  “송아지가 새끼…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48 조회 3255 더보기
[미국/최영선] 나비넥타이 미국 이민와서 얻은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C와의 만남이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주해 온 지 30년이 넘는다. 내가 그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미국화가 되어 있었다. 그는 현재 미국 굴지의 은행에서 고위 간부로 일하고 있다. C는 이민 늦깎이인 나를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있는 터이다. 요즈음은 자주 만나기도 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1주일에 두서너 번은 서로 통화를 하는 사이이다. 그는 얼굴 모습도 너벳벳하게 생겼거니와 언제든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47 조회 3322 더보기
[미국/김성광] 산행 10여년만의 고국방문, 토요일 오후 친구와 둘이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후,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든 시각은 오후 2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은 옛 모습 그대로,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조차도 자기 나름의 밝고, 맑은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울컥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표한 감정을 누르며, 고개를 돌려 흐린 시선을 한곳에 고정시킨다. “야! 이눔아야. 나도 이자 늙었데이.” 오랜만에 만나 친구의 첫 마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사람의 눈에 나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46 조회 3280 더보기
[미국/최종수] 아내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연어 낚시를 하러 개울물로 나왔다. 태공들이 낚시를 던지고 감고 부지런을 떨고 있었으나, 별로 소득이 없는 눈치들이었다. 나도 한자리 차고 앉아 주섬주섬 낚시를 챙기어 밀갓을 달아 연어가 오름직한 길목을 향해 던졌다.  그렁저렁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입질도 없었다. 지루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망연히 앞산을 쳐다보았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나온 낚시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나의 체면을 뭉개버리는지……. 고기들이 밉기도 했다. 미안한 눈으로 아내를 건너다본다. 이렇게 아내를 바라…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4:46 조회 3637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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