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사연 > 수필가 김미연 신문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필가 김미연 신문칼럼


 

냉장고의 사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4-05-13 02:40

본문

그것은 지난 여름부터 말썽의 징후를 보였다물방울이 송송 맺혔고바닥에 물을 흘렸다평소 32~33도였던 것이 50도로 올라갔다전문가를 불렀더니 모터가 늙었다고 한다 모터로 바꾸라는 희망적인 의견을 주었다의사가 다녀간 후에 멀쩡해지는 아이처럼냉장고의 온도는 저절로 내려갔다냉동 회사에서도 연락이 없기에다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하루에도 수십   손을 타면서나와라뚝딱하면가족의 미각을 맞추던마술사같은  존재였다.

 

우편물을 꺼내오는 것은 남편의 일이다병원은행보험 등등배심원 하라는 반갑지 않은 통지도 가끔 온다어느 오후남편이 우편물을 훑어 보더니봉투  개를 급히 연다타운에서 보낸 등기물이다뒤뜰의 죽은 나무를 자르라는 것과  앞의 아스팔트를 고치라는 내용이다죽은 나무에서 가지가 떨어지면자기 강아지가 맞을 수도 있다고 뒷집이 신고했단다 하나 우편물은  사이드 워크(sidewalk) 패여서 통행자들에게 불편을 주니고치라는 내용이다.타운 홀에 소환될 수도 있다는 은근한 협박 문구도 있다남편은 갑자기 분주해졌다사람을 불러서 견적을 내고유튜브를 뒤지면서 며칠 동안 열심히 공부한다

겨울이 되었다기온이 내려갔으니 냉장고가 편안해질 것이라고 여겼다 예상을 빗나갔다다시 50도로 올라갔지만냉장고 내부는 서늘했고음식들은 멀쩡했다여름에 병났을 때도 저절로 나았으니이번에도 잠시 그러다 말리라 여겼다. 50도에서 살짝살짝 숨을 쉬는 상태가   이상 계속되었다컨테이너를 열고 음식의 냄새를 확인했다케일 샐러드는 짓물렀고비지찌개는 조짐이 좋지 않다끈적거리는 진을  뿜는 음식들을 쓰레기 통에 버렸다.

 

그것은20 동안 단순한 냉장고가 아니고 마음을 나누어 가진 존재였다

병이  지난 여름부터 하루에  번씩 냉장고 옆을 맴돌았다온도를 확인했고물방울이 생기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