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10 신 ) - 연못가 봄풀이 채 꿈을 깨기도 전에 앞마당 오동잎이 가을 소리를 내거늘 > 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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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10 신 ) - 연못가 봄풀이 채 꿈을 깨기도 전에 앞마당 오동잎이 가을 소리를 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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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1,429회 작성일 14-10-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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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를 막는 눈폭풍과 한파, 지워지지 않는 그 처연한 비문, 뒤통수를 때린 뉴욕의 엄청난 태풍피해로 중단하고 싶지 않은 고집을 억누르고 서둘러 마드리드를 경유 뉴욕행 비행기로  레온을 떠난 날이 지난해 10월28일 이었다오. 가끔씩 이용하던 택배서비스도 순례객 감소로 중단되고, 인적없는 고원에서 동사할 수도 있다는 현지인의 충고에 내년을 기약하고 귀국했지요. 새해로 접어들면서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초조히 삼개월을 보내고 4월초 다시 스페인으로 향발했지요)

여기는 다시 인구 15만의 레온이다. 중세와 현대가 조화롭게 뒤섞인 도시다. 고틱식과 이슬람 양식등 건축의 독특한 장르를 이룬 서고트족과 무어족이 순차적으로 지배하였고 그 후 기독교 군대에게 점령되면서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새 풍조가 도입되어’ 산 마르셀로 광장’( Plaza San Marcelo)의 대성당과 ‘베르네스가강’( Rio Bernesga) 옆의 산 마르코스광장의 파라도르(Parador)호텔은 건축예술의 극치다.  또 놓칠 수 없는 건물로, 스페인이 자랑하는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 데 보티네스’(Casa de Botines)다. 항상 관광객의 카메라에 시달린다. 그가 다양한 건축 환경속에서 성장도 했지만,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할 때  항상 앞서가는 그의 천재적 착상을 공감하지 못한 학장이 졸업식장에서 “우리가 미치광이에게 졸업장을 주는 건지 아니면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일화가 있다.

후세의 우리는 소수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실증을 그의 아름답고도 예술적인 작품을 통해 느낀다. 스페인이 이처럼 유럽의 다른 나라들 보다 건축분야에서 앞선 이유는, 순례길이 이곳에 있었다는 것도 일조를 한것같다. 그 길이 오늘 날처럼 평화롭게 유지된것은 아니다. 중세의 어느 시기엔 여유없이 고행하는 구도자로부터 통과료를 받기도 하고, 그마저도 못내는 이들에게는 노역을 1,2년씩 부과하는 횡포를 부리기도 하였단.

심지어 어떤 소 왕국은 기술과 기능을 가진 공인들만을 통과시켜, 순례행을 준비하자면 돌을 다루거나(석공) 미술 조각등 기와 예를 익혀 일정기간 부역을 마친후 떠나도록 허용해, 오늘날 감탄과 경탄을 자아내는 찬란한 건축물 - 대 소 성당, 왕궁, 다리, 병원등 - 이 즐비하다. 물론 1, 2 차 세계대전의 전화를 모면한 행운도 있었고.. 이들을 생각하니 그토록 고통스럽고 힘든 순례길을 떠나야만 했던 그 깊고 흔들림 없는 신앙심을 나로서는 헤아릴 수 가 없습디다.

이곳 저곳을 구경 다니다 어느 풍상을 겪은 석조건물밖에 5,6명의 멋쟁이 남자들이 술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면서 지나치는 내게 술잔을 들어 인사를 하기에 환한 웃음으로 답하니, 안에 들어가 한 잔 하라고 손짓으로 말하네. 결혼식으로 생각하고 들어가니 컴컴한 실내 한가운데가 환하게 조명이 쏟아지는 fashion show장이더군. 

벽쪽에는 bar 가 있고 마실것과 간단한 음식류를 제공하기에  태연하게 와인과 샌드위치를 받아 빈자리에 앉았지. 휴게시간이 끝나는 차임벨소리 뒤에 음악과 더불어 늘씬한 몸매의 여성들이 비취빛과 호박색, 주황색, 적갈색 외에 연보라와 진보라의 갖가지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어느 모델은 turning motion을 하면서 나에게 손바닥을 휘어 인사와 미소도 보냅디다. 돌아가면 딸며느리들 - 두 아들뿐이라 - 에게 올가을 유행할 색조를 미리 알려주리라 마음 먹었지. 행사 중간에 나오려는데 사파리복장을 한 내 행색이 무척 미안스럽더군.

아직 4월 초순인데, 벌써 가을철 옷을 예고하며 서둘러 세월을 주름 잡는구나!
 
옛 중국 주자의 탄식 - 연못가 봄풀이 채 꿈을 깨기도 전에 앞마당 오동잎이 가을 소리를 내거늘-  이 떠오르더라.

오후에 그 유명한 ‘파라도르’ 호텔에 투숙을 하였지. 당시 군주의 궁으로 건립된, 외관과 내부 공히 그 웅장함과 화려함이란!  실내의 소품과 장식물들의 예술적 가치 또한 대단하리라. 복도에는 옛 로마의 황제와 교황들의 흉상과 성 베드로, 성 바울, 성 요한 등의 입상조각들이 즐비하게 도열하고 있어 그 자체로도 박물관이 되겠더군. 앞으로 360km를 걷기 전 호연지기를 키우려고 아니 기 죽지 않으려고 비싼 값 - 순례자 요율이지만 - 을 치루고 하루를 묵었지. 

욕조가 왕후장상들이 호사를 누리던 골동품이라 내 몸을 담그려니 송구한 느낌도 듭디다. 

순례길이 이 호텔 앞을 통과함으로 이른 아침부터 외관을 구경하는 pilgrim들이 많더라. 순례자 복장으로 배낭메고 나서니 여럿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어떻냐? 뭐가 좋으냐? 등등. 순례길을 통털어 가장 좋은 아침식사를 했다는 말로 말꼬리를 잘랐지.

아침 출근하는 인파와 차량으로 복잡하고 소란스런 길바닥에 총총히 박힌 놋쇠표식 - 코발트색 바탕에 금색 조개(concha) 문양 - 을 따라 도심을 벗어난다. 많은 예산을 순례길 보호에 쓰고 있네. 루트가 ‘산 이시도로’(San Isidoro) 광장으로 인도하며 자연스레 한 성당의  문에 이르는데, 이 문이 ‘용서의 문’(Puerta del Perdon) 이다. 중세부터 순례행 도중에 병이 나서 산티아고까지 갈 수 없는 순례객은 이 문을 통과하면 순례를 마친 것으로 용서를 해 주는 문이다. 참으로 자비롭지 않은가!

여기 고원의 봄은 늦구나. 나무의 움들이 터질 때를 서로 눈치 보고 있구나. 아직도 숲은 회색과 갈색뿐이고 아침 저녁으로는 을씨년스럽다. 한적한 지방의 평화로운 하천가 풀밭에 맥주병, 종이박스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불량스런 사람들이 놀고 간 흔적이다. 청소를 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 갑자기 좁은 길을 거꾸로 오는 자전거두대, 검소한 제복을 입고 헬멧과 전자곤봉을 허리에 찬 pilgrim 전담 자경단이다. 부드러운 웃음으로 “Buen Camino!” 라며, 물이 충분하냐고 묻는다. 자전거에 여분의 물을 싣고 다니는 순례객 전담 현대판 템플기사단이다. 위해를 막아주는 역할 뿐 아니라 봉사까지 하는구나!

여기서 템플기사단의 역사를 간략히 언급 하리다. 십자군전쟁이 패퇴하면서 예루살렘 순례가 스페인으로 향하자, 12세기초 구도자를 강도와 약탈과 학대로 부터 보호할 목적으로 교회들의 성원 하에 결성되어 커다란 무장 세력이 되면서 요소요소에 자체방어를 위한 성채를 갖춤으로 템플기사단의 명칭을 얻게 되었다.

단원들의 비밀입단식과 재정자립을 위해 자체의 농지를 소유하는 영지주의 세력이 커지자, 권력의 근간에 위협을 느낀 당시 프랑스의 ‘아비뇽’교황청에 와있던 그레고리교황과 프랑스의 필립왕은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 대부분의 템플 기사들과 단장 ‘자크 드 몰레이’를 체포 처형 하면서, 템플기사단은 비밀 지하조직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러한 대학살의 연유로 ‘13 일 금요일’이 불길한 날이 된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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