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3 신) - 가슴에 안개가 낀다. 후회되는 행동과 말들이, 침묵이, 자만심이, 인색했음이 > 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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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 제 3 신) - 가슴에 안개가 낀다. 후회되는 행동과 말들이, 침묵이, 자만심이, 인색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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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1,208회 작성일 14-10-06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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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날아와 준비물 챙기고 오늘은 떠나는 날이다.여러 생각이 많아지니 무엇을 얻으려  무엇을 잊으려고 떠나는가 가닥이 잡히지 않네.  여느때 처럼 설렘과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서린다. 가을에 홀로 떠나는 외로움.. .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가족들의 배웅을 받는다. 잘들 있어다오.. !

파리행 일등석에 사파리 복장으로 배낭 메고 들어서니 수석 승무원이 아연한 기색으로 뜸을 들이고 시중을 든다. 일등 캐빈에는 어울리지 않는 승객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예 기선을 제압하려고 샴페인과 IHT 영자신문을 주문하니 머리가 좀 복잡한가 보다.  조금 후 사무장이 인사를 왔기에 내 비지니스석을 업그레이드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니, 프랑스에 무슨 교역전시회가 있어 비지니스석이 만원이라 평소 자기네 항공사를 많이 이용해 주는 내게 일등석 혜택을 주었단다. 커튼 뒤를 보니 짙은색 양복손님들이  그득하다. 수출역군들이구나.  아..! , 나도 20여년 전까지 저들 속에 있었는데.. , 그 열정과 저돌성을 세월이 앗아갔네. 상실과 아쉬움을 느끼다 잠이 들었지요.

새벽녘,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모두가 잠들어 고요하다. 승무원 호출버튼이 소리가 크게  울릴가 조심스러워 주방으로 가니 그 수석과 젊은 승무원이 서서 얘기를 하고 있다. 커피와 브랜디 한 잔을 주문하니 젊은이에게 시키면서, “선생님 참 멋있어요!” 한다.

탑승시의 거부감과는 동떨어진 경박한 칭찬이다. 가시 있는 응답을 해 주었지. “당신 생각하는 폭이 크고 재치가 있군요” 라고. 좌석에 돌아와 생각해 본다. 외양으로 판별을 하는 우리사회의  지나친 겉치레와 쏠림현상이 큰 일이구나. 회장님 투성의 명칭 홍수사태도, 지나친 성형 수술과  TV방송의 획일적 외관 치중도, 외제명품과 짝퉁이 판치는 현상도, 심지어 보석 박힌 골프채를 뇌물로 선물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도 너무하구나.

기내에서 마시는 새벽 커피는 맛있다, 브랜디의 향까지 섞였으니. 부담없는 시집을 펼치니  김재진 시인의 『새벽에 용서를』 이란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 닫게 했음을 /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

가슴에 안개가 낀다. 후회되는 행동과 말들이, 침묵이, 자만심이, 인색했음이… 회한이 서린다. 마음이 무겁구나.

파리에서 기차편으로 ‘피레네’산맥 턱밑에 위치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생 장 피드 포르’(St.Jean Pied de Port)에 도착하여 '알베르게’( Albergue) - 순례자 전용숙소로 

보통 한방에 20내지 40명의 남녀 혼용이며 2층침대로 되어있다 - 에 숙소를 정하고, 주관사무소에서 순례자여권을 발급받고 숙소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던지니 땀내, 향수와 발냄새등이 뒤섞여 진동 하는데도 무겁게 잠이 몰려왔다. 

이곳이 소위 불란서길의 시작점이다. 오늘날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제외한 외국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80% 이상이 여기서 시작한단다. 놀랍게도 아직도 러시아의 ‘상 페테르부르크’ 와 ‘체크공화국’ 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오는 순례길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단다.

그런데, 예수를 박해하다 죽이고, 그 후 마지못하여 가장 먼저 예수를 맞아들인  로마인들은 어디갔나? 성지를 되찾겠다고 십자군전쟁의 선봉을 발진시킨 것도 프랑스였고, 200여년간 모슬렘과 사투와 악행을 저지르다  실패한 후, 신앙적 갈구를 채우려고 서쪽 땅 끝에서 포교를 서약한 ‘야고보’님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la)로 순례를 시작한 이들도
왜 불란서란 말인가? 참으로 난해하구나. 이러한 때 최문환 교수님이 아쉽구나.  대학시절 최총장님의 경제문화사 강의가 지금도 생생하게 그리워지네. 참고로 Santiago는 스페인말로 성인(Sant)와 야고보(Iago) 의 합성어로, 스페인왕국이 식민지를 개척한 곳 마다 Santiago 라는 식민통치-인종과 신앙의 개종-의 거점도시를 세웠다.

깊은 밤 뇨기로 잠이 깨어 주변을 살피니 모두 눈과 귀가리개를 하고 잠들어 있다. 아차, 나만 없구나.  잠 못 이루는 깊은 밤에 왜 달은 저토록 밝은지… 야속하구나. 

여기가 어딘가 생각을 가다듬으니 바로 바스크민족이 몰려 사는 피레네 산맥의 초입이다. 이국의 밤, 새 소리도 우리네 소쩍새처럼 구성지게 우네.  이렇게 잠 못 들면... 오늘부터 걸어야 하는데…  또 근심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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