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제 2 신) - 어디로 떠날까? 마치 박해(?) 받고 떠나야 하는 순교자의 느낌이 들어 > 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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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산티아고 순례길 낙수 (제 2 신) - 어디로 떠날까? 마치 박해(?) 받고 떠나야 하는 순교자의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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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 댓글 0건 조회 1,248회 작성일 14-10-06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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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미국 땅,  아버지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정과 혼을 쏟아 만든 골프장을 마다하고 제길 –투자은행 - 가겠다고  떠나는 아들, 귀여운 두 손녀와 알짜 살림을 챙겨 떠나는 심보에 상심하여 허전함과 심란함을 달래고 있으려니, 그동안 숨죽이고 내 눈치만 봐오던 그 호기심과 역마살이 다시 꿈틀대는 충동을 어쩔 수 없더라.

어디로 떠날까?  마치 박해(?) 받고 떠나야 하는 순교자의 느낌이 들어, 그 ‘혜초’스님의 티벹길을 생각하던중, 몇년 전 꺾어지는 해  - 매 오년 마다 -  콜로라도 동문들이 동기회 모임을 주관하면서 한껏 멋을 낸답시고 준비한 ‘로키산맥’의 해발 9000여 피트에 있는  산장에서 너무 어지러워 혼쭐이 난 기억 때문에,  스페인의 순례길로 바꾸어 떠날 준비를 하며 조사를 하니.

우리 한인들도 한해에 천 명 이상이나 떠남을 알고 이 순례길 여행에 특화 되었다는 여행사를 찾아 설명과 안내서를 받아보니, 1200여 년에 걸처 받쳐온 고매한 신앙심과 고행의 정신은 간데없고 오직 경비와 기간- 빨리 빨리 - 에 초점을 맞춘 경박하고 천박한  관광상품을 팔고 있더라. 

말하자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도시에서  출발하여 이 삼일 걷고는 중간의 긴 구간은 관광버스로 주행한 뒤에  남어지 100km 정도를 수삼일간 걸어 산티아고에  도착후 순례길 증서를 받는여행 상품을 제시하는데 질색을 하고 외면했지. 용두사체용미 라는 말이 떠오릅디다.

졸업장 위주로 살아온 저 속물들의 황폐된 정신!

또 타국의 순례자들은 세파를 어느정도 겪은 3,4,5십대가 주류인데 비해 우리 한인들은 20대와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중간층이 거의 없더라. 심지어 20대 젊은이들은 극기 훈련과정으로,  더러는 구직의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고 떠난다네.  어쩐지 숭고한  신앙심의 추구나 내면의 성찰과는 거리가 먼 유행바람을  만들고 있어 돌 씹은 기분이 들어 나홀로 불란서길을 택하여 준비에 들어갔지.
 
평발을 갖고 태어난 내자는 원망어린 걱정으로 도와주더라. 간간이 푸념도 섞어.. ,  그게 빠지면 허전하지.  그리 덥지않다는 10월을 택하여 사업체, 가계, 건강체크로 분주했던 달빛어린 어느 밤,  홀로 간다는 쓸쓸함이 깃들며 정진규시인의 ‘슬픈 공복’  이 떠 오릅디다.

                  거기 늘 있던 강물들이 비로소 흐르는게 보인다
                  흐르니까 아득하다 춥다 오한이 든다
                  나보다 앞서 주섬주섬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슬픈
                  내 역마살이 오슬 오슬 소름으로 돋는다
                  (  . . . .   중략    . . . .  )
                  누가 던저두고 떠나버린 낚시대 하나
                  홀로 잠겨 있는 방죽으로 간다 
                  허리 꺽인 갈대들 물 속 맨발이 시리다
                  11월이 오고 있는 겨울 초입엔 배고픈 채로
                  나를 한참 견디는 슬픈 공복의 저녁이 오래 머문다

길을 떠나 여행에 들면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경이로움도 많지만, 그 보다도  습관적인 삶의 패턴과 생각의 범주를 넓히고 되돌아보게 하는 기능이 더 크기도  함을 느끼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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