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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정근:수필] 눈에 보이는 합리(合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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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920회 작성일 10-06-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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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의 사고방식은 직선적이다. 서양인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양인들은 전생에서 현세로 이어지고 다시 현세가 내생에서는 전생으로 순환하는 원형적 사고를 한다. 그런 전생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환자를 대하는 시각도 서구에서는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데 관점을 갖지만, 동양에서는 기()의 순환으로 해석한다. 그러니 추상적이라도 한다. 서구인은 눈에 보여야 합리라 고 생각한다. 짧은 캐나다 생활 속에서 내 눈에 비춰지는 합리가 내게는 새롭고도 좋았다.

나는 토론토에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어느 나라건 합리를 추구하긴 하지만 캐나다에서 접하는 합리란 원칙이 뚜렷하여 이채롭기까지 하다.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긴 점이 여간 부럽지 않다. 내가 본 합리는 사람 편의중심이라는 원칙 위에 서 있었다.  

하나씩 살펴보자. 지하철역과 일반 버스터미널은 한 건물 안에 위치하여 갈아타기에 매우 편리하다. 노인이 많고 겨울도 긴 점을 생각하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또 전차나 버스를 바꿔 타기 쉽게 정류장은 항상 사거리에 위치한다. 한 곳에서 내리면 바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낯선 곳에서도 정류장 찾기란 누워서 떡 먹기. 이동하느라 멀리 걸을 필요가 없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버스에 오르내리기 쉽게 버스기사는 유압버튼을 눌러 승강계단 높이를 지면 가까이 낮춰준다.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평평한   발판이 나와 휠체어 출입을 돕는다. 버스 안에는 휠체어용 공간과 안전벨트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장애인을 보살핀다. 지하철 전동차에도 휠체어이용자가 탑승해도 좁지 않도록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 너른 공간을 자전거 이용자가 활용하기도 한다. 장애인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게다가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휠체어 이용자는 휠트랜스(휠체어 전용차량)’에 등록을 하고 그 차량을 부르면 원하는 곳으로 달려온다.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사회의 모습에서 건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버스정류장 마다 버스운행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는 것도 특이했다. 어떻게 시간을 분단위로 맞출 수 있을까 싶지만, 이른바 종점(지하철 터미널 역)에서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배차간격을 맞추기란 어렵지 않으리라. 게다가 버스 운행노선은 직선이다. 주요 지하철이 남북 종축으로 가로지르고 동서 횡축으로는 전차나 버스가 지나가도록 노선이 일목요연하다. 이른바 바둑판형 대중교통망을 운영한다. 어찌나 편리한지 ‘TTC 노선도만 보면 삼척동자도 찾기 쉽다.

토론토에는 지하철 운행이 이따금 중단되기도 한다. 충격이었다. 고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을 이따금 겪어 보았다. 파업 중에도 아무 탈없이 잘 달리는 것이 한국의 지하철 아니던가. 사고가 발생했거나 낙뢰로 인한 기계적 결함이 원인이라며 승객안전 때문에 운행을 중단한다는 설명에는 할 말이 없다. ‘안전제일이라는 슬로건과 실천이니 그러려니 싶다. ‘안전제일은 생활화되어 어디서나 잘 지켜지고 있다.

교차로도 횡단보도 이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뀌는 체제이다. 게다가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는 횡단할 사람이 버튼만 누르면 바로 X자 표시의 경고신호등이 깜빡이도록 장치해 두었다.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한 모습도 안전중심, 사람편의 중심의 문화여서 좋다.

가장 놀라운 것은 버스정류장 기둥에 써 붙인 안내문구였다. ‘ 9 이후에는 정거장과 상관없이 여성이 홀로 하차하는 경우 요청하는 곳에 운전자는 정차하겠다는 서비스였다. 이 역시 승객의 안전보호라는 관점에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버스정류장 대기 장소(booth)마다 버스와 전차, 지하철 노선도가 부착되어 있어 초행자도 교통정보를 접하기 쉽다. 지하철 긴 승강장 중간쯤에 DWA로 쓰여진 전광보드도 이채롭다. 이른바 만나는 장소(Designated Waiting Area)’를 표시해 둠으로써 여러 사람이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배려해 두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안전제일, 사람편의 중심,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이 등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통해, 선진국이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반 시스템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비용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비용을 생각하기보다 사람의 편리나 안전, 약자를 보호한다는 생각을 앞세운 점이 진정한 합리가 아닐까 한다. 합리는 눈에 보여야 한다. 체험하는 합리가 사랑스럽다. 우리 고국도 합리적 사고방식과 실행 시스템을 도입하여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더 편리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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