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꼬 모리, 나와 함께 놀아요 6/4/10 > 김미연 아트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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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꼬 모리, 나와 함께 놀아요 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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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9,018회 작성일 10-06-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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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시아 예술 18th hour: Mariko Mori, Play with Me


       


Mariko Mori
(1967-) 는 일본여성 작가로 다른 현대 아시아 작가들과 비슷한 주제인 근대화 (modernity) 를 가지고 얘기한다. 이 불 (Lee Bul)은 cyborg 개념을 통해 인류의 새로운 꿈과 vision 을 말했는데, 모리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전략, 다른 매체를 쓴다. 이제는 더 이상 예술이 꽃이나 초상화를 보여주는 단순 기능은 벗어났다. 관객을 염두에 두고 그들과 소통을 해야 하며, 나의 개인 이야기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생에 대한 기본적이고 공통적 고민을 주제로 삼아 관객의 공감을 끌어 내야 한다.


Portrait of a Birth of a Star 1995
머리에 뿔이 달리고 contact lenses 로 눈에 여러가지 색깔을 낸 괴기스러운 분위기이다. 원래 얼굴은 멀쩡하며 수더분하다. 마리코 모리는 fashion design 을 공부했으며 모델 활동 및 영국 유학을 하였다. 



Play with Me 1994
마리코 모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이며, 1990년 중 후반 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리가  일본 전자상가 아키아바리 거리에서 가격표가 잔뜩 붙은 한 상점 앞에 cyborg 분장을  하고 ‘나하고 놀아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Love Hotel, 1994
러브호텔은 한국과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한국에서는 ‘장’ 이란  이름으로 변두리 골목 안쪽에 주로 들어가 있으며 약간 터부시 되는 장소이나, 일본에서는 Valentine Day 에 동경 시내 러브호텔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며 전혀 터부시 되지 않는다. 빙빙 돌아가는 침대 위에 머리를 은색으로 치장한 만화 속의 사이보그 주인공같은 모리가 앉아 있다.



Tea Ceremony III, 1995
현실 세계에서 보기 힘든 만화, 게임의 character 로 분장했다.


 
Subway, 1994
지하철 안에 갑자기 여자 사이보그가 나타났다. 전철 밖에서 사람들이 ‘어마, 저게 뭐야?’ 하고 쳐다본다. 생활 공간 안에 만화의 character 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다. 초기에는 사진 시리즈로 유명해졌으나  뒤로 갈수록 다양해져서 게임, 만화 character  흉내를 낸다. 신디셔먼은 영화나 TV 드라마의 중산층 여성 흉내를, 니키리는 Latino, Hip Hop, 여고생 등 소수민족 흉내를, 야수마라는 미술사 내의 인물과  동시대 일본인의 흉내를 내었는데, 이들은 모두 우리 삶 속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모리는 가상의 대상을 흉내내므로, 그녀는 흉내내기 계보 안에 맨 마지막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리는 인터넷 세대이며, 로버트모델 만화, 게임, 만화 캐릭터, 사이보그 인물의 이미지에 굉장히 익숙하다. 토모코 사와다는 일본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고스프레( costume play)를 흉내 내었다. 만화의 캐릭터를 동경한 나머지 단순 물건 구매를 넘어서서 자신이 그 캐릭터가 되고 싶어 한다.  집착의 강도를 넘어서 인형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거리로 나간다. 광구로 걸이 까만 화장을 하고 층계 높이 굽의 신발을 신고 거리를 다니면 ‘45도 정도 비껴나간 애들인가봐’ 하는 소리를 듣는다. 사이보그는 성, 욕망도 없고 femininity 가 없는 제3의 생물체로 feminism 에 도전을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irony 한것은 사이보그에 굉장한 여성성이 부여되었고, 예쁘고 가슴이 큰 팔등신 서양미녀의 기준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점이다. Cyborg 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낼 때에도 인간이 꿈꾸는 용모가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을 모리는 지적한다.



Warrior, 1994   전자오락 게임에나 등장할 법한 분장이다.

게임 캐럭터에 빠져서 사는 사람을 오타쿠라고 부른다. 오타구는 거의 매일같이 아키아바리 거리에 가서 자신이 빠진 여자 character 의 관련 물건을 사 모으며, 이것을 사기 위해 회사에 가서 돈을 번다. 만화 character 에 관한 별의 별 상품이 다 나와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현실세계와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다. 오랫동안의 경제 불황의 여파로 일본의 젊은이들은 전세집 구할 돈이 없어서 결혼하기가 힘이 든다.  결혼 생활 수준의 조건이 너무 크므로 남자들은 결혼을 꼭하고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큰 부담으로 와 닿는다. 가정을 가짐이 stress 로 와 닿고, 여자가 일을 안하면 머리가 더 터질 것 같고, 아이도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먼저 온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재미없게 산다. 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무척 고민된다. 자녀 가지기를 기피하므로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집에 가도 부인은 내 말 안듣고, 차라리 아끼아바리 거리로 들어간다. 거기에 서 있는 모델 인형은 내 말 대로 다 한다. ‘나와 놀아요’-- 예쁘고 sexy 한 저런 여자와 노는 것은 재미있다. Cyborg 는 femininity 에 도전하는 개념으로 탄생했는데, game 이나 animation 에서 보여지는 cyborg 는 전형적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원래 의도한 사이보그 개념이 현실세계에서 twist 되었다. 아무리 feminism, cyborg 개념을 들고 나와도 기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학계에서는 cyborg 개념이 혁신적이라고 하지만 바깥 세상은 여전히 팔등신 미녀 모습을 한 사이보그 모델이 막 팔리고 있다.  
 


Star Doll, 1998
사람들은 아끼아바리 거리에서 이런 인형을 사 모아서 벽을 채운다. 저녁에 사람들과 만나 맥주 한잔 하면서 얘기 해봤자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나도 스트레스가 꽉 차 있는데 상대의 영양가 없는 얘기 들어봤자 나와 똑같고  짜증난다.  그러나 아키아바리에 가면 피곤한 삶이 잊혀지고 새 삶이 열린다. 옛날에는 절, 교회에 갔지만  X세대에게는 아키아바리 세계가 종교의 기능을 대체한다. 지금 30대 중 후반의 세대는 부모님 세대가 세상을 살던 방식과는 다르며 스트레스 해소 방식도 틀리다.  피부로 와 닿는 전쟁을 겪었던 것도 아니고, 소비 상품화 세대에 어려움이 없이 살았다. 부모님 세대는 어른이 된 자녀들을 나약하다고 본다. 그래서 kid + adult = kidult 란 말이 생겼다. 어른이 됐는데도 kid 처럼 인형을 사고 모은다.  막상 애들은 곰 인형을 더 좋아하지, 저런 미녀 인형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별로 안한다. 아키아바리 거리에 가면 넥타이 맨 남자들이 인형을 사느라고 미친듯이 몰려있다.



Air Doll, 2009 (공기인형)
한국배우 배두나가 주연한 일본영화이다. 한 남자가 사람 크기만한 인형을 사서 같이 산다. 훅훅 불면 사람처럼 인형이 되어서 같이 자고 밥도 먹고 옷 입히고 그러다가 인형이 진짜 생명을 얻어 사람이 되어 바깥 세상에 나온다. 사람이 사람과 살을 맞댐을 싫어하고 왜 사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타인을 대함이 난감하다. 약간 친숙감을 느끼자 마자 또 배신감이 든다. 그런 것들이 피곤하고 힘들고 상처로만 남는다.  내 삶 자체만으로도 이미 너무 피곤한데 사람과 negotiate 하는 것이 싫다. 양보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임이 어렵다. 자녀가 한 둘인 가정에서 자란 X 세대는 형제간에 양보하고 부닥끼면서 자라지를 않았기에 남하고 맞춤이 쉽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인형을 사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기술 발달에 따라 인간과의 의사 소통은 반감이 되고, communication 의 기능을 잃어간다.


Air Doll, 2009 (공기인형)
일본에서 시작된 ‘인형방’ 이 최근에 서울에도 생겼다. 1000 만원 정도의 자본으로 차리는 인형방에 가면 방방에 속옷만 입은 인형이 누워있고 남자들이 시간당 돈을 내고 방에 들어가서 인형과 놀고 나온다. 실제로 장사가 잘 된다고 한다. 인간의 성욕을 보여준다. 사람이 싫지만 그래도 혼자있는 것은 싫고, 누가 옆에 있었으면 하는데 말하기는 싫다. 대도시 도꼬나 서울에 사는 사람은 one room 아파트에서 혼자 외롭게 사는 사람이 많고, 눈뜨고 회사 가고 퇴근 후 TV 보고  친구와 술 한잔 해도 스트레스 해소는 안되고, 심신의 피로 회복의 방법을 생각하다가 ‘인형방’ 이 나오게 되었다.

남성의 욕망은 끝이 없고 해결책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았다. 남자들은 이제 인간 여자로는 자신의 스트레스가 안 풀린다. 예쁘고 내 말 들어주고, 성관계는 나만 해소하면 된다. 이야기하고 싶고 욕망도 해소하고 싶지만 일방적이다. 단 1%도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지 않다. 남자의 이기적 욕망과 의사 소통 불능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오타쿠가 이런 것에 빠지면 점점 더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일단은 부모들이 나약하게 키웠다고 할 수 있다. 마리코 모리는 여러가지 계보 안에서 흉내내기를 하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결을 가져온다.




 
The Shaman’s Prayer, 1996
X generation 은 cyber world 가 교회, 절의 기능을 대신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하여 인터넷을 하든지 아키아바리 거리의 사이보그 세계로 간다. The Shaman’s Prayer 는 간사이 International Airport 에서 사이보그 무당의 모습으로 서있는 모리의 퍼포먼스이다. 막연한 영적인 세계 spiritual 과 이성 합리주의의 science 는 상반되는 영역인데, 이제는 그 두 분야가 구분이 없어지고 technology 가 종교 역활을 대신 한다. 고대에는 과학과 종교가 한 묶음으로서, 연금술을 써서 종교를 신비하게 보이게 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교회는 교회, 과학은 과학으로 이분법화가 되어 과학과 영적인 세계가 분리 되었다. 이제 20세기에 들어와 종교는 영적 치유의 기능을 잃어 버렸고, X generation 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과학의 세계 cyber 공간 안에서 위로를 받는다.




Initiation, 1997        캐나다 토론토 billboard 챠트에 게시되었던 작품이다.



Pureland, 1996       cyber game 같은 3D animation 이며 utopia 를 나타낸다.





Nirvana, 1996-97
마리코 모리 자신이 신의 경지인 열반에 올라 있고 utopia 세계를 보여준다. 이 video series 는 무속적 shaman 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의 구분의 경계를 흐뜨린다. 정적이고 mysterious 한 동양과 과학 선진 문명을 대표하는 서양과의 경계도 흐뜨린다. Pureland 는 극락정토로서, 극락정토는 내가 사는 동쪽이 아니고 서양에 있다. 어쩌다가 서양에 정점이 있다고 일본인들에게 보여졌는가? 그것은 과학 선진 문명이 서양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서구화의 개념과 동일시되었다.  Orient 의 개념 역시 서양 사람이 만들어낸 fantasy 이다. 자신의 세상이 지옥이므로  현재 발을 딛고 있는 땅의 반대쪽에 utopia 가  있다고 믿었다. 꿈꾸는 세상은 아주 멀리, east 에서는 west 에, west 에서는 east 에 있어야 한다.  기존 불교는 elite 종교였는데 원효대사가 소개한 정토의 개념은 무지랭이, 가난한 자를 위한 종교이다. 어려운 불경, 한자 안 읽어도 나무아미타불만 계속하면 정토에 간다. 여기는 지옥, 사는 게 힘든데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서방에 있는 정토로 갈 수 있다.

남자가 현대에서 느끼는 지금의 세상은 지옥이며, utopia 는 저 멀리 있다. Utopia 가 쉽게 갈 수 있는 옆 동네이면 안 된다. Utopia 에 가기 위해서는 지금은 잘 견뎌야 한다. 현세에서 음덕을 잘 쌓아야 내세에 잘 태어난다는 내세 사상, 윤회 사상이다. 여기가 유토피아면 왜 utopia 를 꿈꾸나? 사람들은 늘 힘들어서 교회에 가서 기도했고 절에 가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었다. 그런데 X generation 에게는 종교가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에 cyber 세계만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Technology 가 내 종교이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Burning Desire, 1997





Kumano, DVD 11min. 1998-99  
숲속에서 cyber 무당이 제사를 지낸다.



Pratibimba Tryptich (past present future) 1998-2002
cyber 상에서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무당이다.

 




Wave UFO 2005, 1999-2002
베니스 비엔날레 작품이며 실제로 UFO 를 만들어 계단 위로 들어간다. 자동문이 열리고 닫힌다. 뇌파 측정기를 머리에 붙이고 눕는다. 뇌파를 3 D 영상으로 보여준다. Fantastic 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므로  어지러워서 노약자와 어린이는 못 들어간다. UFO 를 타고 우주로 간 것 같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Dream Temple, 1999
일본 고대 사찰을 모델로 해서 cybertic  하게 만들었고, 지붕에 사이버 영상과 함께 요상한 음악이 흐른다. 마리코 자신이 shaman 으로  나오는 작업에는  항상 미래 음악이 흐른다.



Oneness, 2002-2003  사람들이 외계인 모형을 뒤에서 안을 수도 한다.




Tom Na H- iu, 2005-2006
첼시에 전시를 한 작품이며 안에 LED 를 설치하여 일종의 비석처럼 보이며 빛이 사라지고 나오고 하면서 바뀐다. 모리는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다. Tom Na H- iu 안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하나만 있는 동경의 별 관측소와 연결이 되어, 작은 별들의 폭발을 관측하며, 에너지 장에 변화가 생길 때 마다 새로운 영상을 보여준다. 별이 폭발하면서 다른 별이 생기고 새로운 생명체가 생기는 우주의 질서를 보여준다. 마리코 모리는 과학과 종교, 우주의 질서를 기본적으로 다 섞어 버린다. Scientology 는 science 와 astrology (점성술)를 합한 개념이다.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서부터가 종교인가?  과학적이라는 지점이 어디인가를 질문한다. 고대의 미실의 세계에서는 과학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았는데, 계몽 합리주의의 영향으로 분리가 되었고, 요즘의 X 세대는 과학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는다. 구분하려 하니까 더 피곤해진다.  



Miracle, 2001   어두컴컴한 사이버 종교 예배당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외계인의 세계에 온 것 같다. 미술 작품인지 종교 사원인지 애매 모호하다.



Transcircle, 2004  제사 공간으로 Stonehenge 이다.



Beginning of the End and Body Capsule, 2002


Beginning of the End, Angkor, Cambodia 1999
유리캡슐안에 금색 all-in-one 을 입은 모리가 누워있고, 종교의 function 을 하던 고대의 유적지를 돌아 다니면서 퍼포먼스를 한다. 남자 8명을 고용해서 전 세계를 돌아 다녔는데 이 캡슐이 너무 무거워 그들이 짜증을 냈다고 한다.


Beginning of the End, Mexico


Beginning of the End, Time Square, New York, 1997


Beginning of the End, Hong Kong 
홍콩 사람들이 도심 한복판에 외계인이 누워 있는 유리캡슐을 보고 황당해 하고 있다. 모리의 이 퍼포먼스는 이분법적 사고, 흑백 개념을 흐뜨려 놓았다. 언제부터 과학과 종교를 분리했는지, 실은 그렇지 않았는데 나누어 놓아서 우리가 더 피곤하다. 모리는 동양 서양, 우주인 지구인, 과학 종교의 이분법적인 사고의 역사를  흐뜨린다. X generation 세대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고, 우주인 지구인이 공존하는 시대에 교육을 받았으며, 종교와 과학의 지점을 명확히 나누지 못하는 최첨단의 technology 에 익숙해져 있다. 이들은 신의 죽음을 부르짖는 시대, 합리적인 과학적 사고를 열심히 공부하는 시대를 살고있다. 


Beginning of the End   전세계 곳곳에서 자신이 누웠던 곳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전시한다.
내가 일상을 사는데 뉴톤의 중력의 법칙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나는 누구보다도 우주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데, 그런데 사는 것은 힘이 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교회, 절에 가라는데 나는 그것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보그 세계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은 내게 익숙한 과학의 영역이니까.



Enlightenment Capsule, 1998
원시적이던 인간이 빛과 광명을 받으니, 합리적 과학적 사고에 눈이 뜨이고 인간은 비로소 계몽이 된다. 돌 앞에서 주문을 외우면서 빌었고 벼락이 치면 신의 분노로 벌벌 떨었던 인간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는 ‘온난 전선과 한냉 전선의 접촉에 의한 분자 충돌이지, 하늘이 노한 것이 아니야’ 하고 분명히 설명할 수 있다.  ‘윤회가 있다구요? 인간이 다시 태어나요? 아닌데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자연 현상도 영적인 것이 아님을 잘 배운 새대이다.
 
17, 18 세기 서양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인간은 합리적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라고 인식되었고, education 의 필요가 절실해졌다. 오늘날 인간이 인간답게 살게된 데에는 교육을 통한 enlightenment 의 혜택이 엄청나다.  계몽주의가 시작하면서 imperialism  (제국주의) 가 시작되었다. 서방의 나라들이 눈을 뜨고 배우고 나더니 배를 만들어 남의 나라를 빼앗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일본에 와서 ‘문호 개방’ 이라는 이름 하에 ‘무지한 너희 일본이 계몽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 를 외쳤다. 계몽화, 근대화의 이름 아래 서구인을 쫓아 가려는 일본의 교육 속에 담긴 가치관은 다분히 서구적이었다. 서구인은 또한 Orientalism, Orient  라는 fantasy 를 만들었다.  이제는 technology 의 중심은 일본임을 보여주는 마리코 모리는 서양이 꿈꾸는 Oriental 이라는 fantasy 를 뭉그러뜨리고 흐뜨려 놓았고, 그녀의 작품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좋은 편이다.


Mariko Mori and Victor Pinchuk during opening of the Wave UFO installation, 2005

모리의 작업은 돈이 많이 든다. 작업의 90%는 Sony 와 Shiseido 가 후원을 한다. 좋은 전자회사가 필요하고 분장, 화장을 하는 화장품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Sony 에서는 모리에게 제한 없이 뭐든지 하라고 하면서 돈을 댄다. 막강한 두 회사가 support 를 하니까 아이디어에 거칠 것이 없다. 마리코는 일본 최고 갑부 모리 가문의 딸이기도 하다. 삼촌이 모리 뮤지엄을 소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재벌이며 세계적인 갑부이다.  소니나 시쉐이도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은 이유도 마리코에게 잘 보여야지 명품 패션의 거리에 있는 모리 가문 소유의 빌딩에 매장을 얻을 수 있다. 마리코가 삼촌에게 한마디 해서 프라다 매장을 열어주면 그 매장의 design 은 마리코가 하며 Prada 로부터 sponsorship 을 받는다. Whitney Museum 의 Independent Study 는 4-5명의 작가를 뽑아서 1년의 program 이 끝나면 전시를 열어주며 다른 뮤지엄이나 첼시의 화랑이 와서 본다. 그 과정을 1년 하면 날개를 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리코는 1992년에 위트니 뮤지엄의 program 에 들어가면서 유명해졌다.

Contemporary Artist 는 돈줄을 잡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남자들이 capital (돈) 이 없으면 Play with Me 에서 처럼 인형을 살 수가 없다. 사람을 만나서 1,2 만원 쓰면서 투닥거리는 것 보다 인형을 사서 편안하게 논다. 돈으로 뭐든지 사고 팔고 아무런 limit 이 없다. ‘돈이면 다 된다’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랐고 어른이 된 후에도 돈으로 다 해결하면 된다.

마리코 모리가 놓치는 지점이 여기이다. Capital 에 대한 얘기를 빠뜨리고 있다. 자신이 돈에 자유롭지 않으므로 돈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음을 간과한다. 막대한 돈을 쓰면서 작업을 한다 해도 비평적 개입 (critical intervention)을 해서 돈에 대해 비딱하게 얘기해 줄 수도 있다. 돈 이야기는 모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일 수도, 혹은 일부러 안할 수도 있다. 박찬경도 주제면에서는 모리와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작품이 모리보다 못해서 모마에서 전시를 못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돈이 들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고호, 몬드리안처럼 사회의 outsider 였다. 사회에서 아무런 도움을 안 받으니까 옳다 그르다를 맘껏 얘기할 수 있었다. Sony 의 sponsorship 을 받으면 Sony 에 대한 나쁜 얘기는 못한다. 마리코 모리를 위시한 현대의 contemporary artist 는 상업화, 돈의 굴레를 control 할 수 있는 방법을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X generation 세대의 art 의 dilemma 는 돈하고 어떻게 관계를 정리해 가면서 얘기를 풀어 가야 하나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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