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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코 사와다, 나를 흉내내기 5/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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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6,291회 작성일 10-05-1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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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시아 예술  15th hour : Tomoko Sawada, Mimicking myself



Tomoko Sawada (1977- )
토모코 사와다는 일본 여성작가이며 모리무라, 신디셔먼, 니키리와 같은 선상에 서 있으며, 비슷한 작업을 한다.



ID 400, 1998-2001
90년대에 유행한 사진 매체인 sticker 사진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증명사진 대신에 지하철 역 photo booth 에서 쉽게 찍어서 인출할 수 있었다. 친구와 놀러 나갔다가 기념으로 포즈를 취하고 쉽게 찍는다. 토모꼬 사와다는 지하철역에서 3-4년 동안 분장, 변장을 하고  400개의 스틱커사진을 찍어서 series 로 만들었다. 매일같이 역 화장실에서 분장을 하고, 하나 찍으면 다시 화장실에 들어와 다른 모습으로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는 행위를 되풀이 했다. 화장실에서 사람들을 놀래킬까봐, 혹은 수상하다는 신고를 받지 않을까마 조마조마 했다.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 는 message 를 책속에 남겼다. 위의 400개의 사진이 다 변장한 토모꼬 자신이다.





Omiai (오미아이, 맛선)
맛선을 보는 사진이다. 부모는 자제가 혼기가 가까와 지면 신부, 신랑감을 소개하라고 사진을 지인에게 돌린다. 당사자의 의도가 아니라 부모님끼리 이야기되는 결혼이다. 뭐하는 집이며, 직업 등 조건이 맞는 집에 사진이 간다. 고도로 준비되는 과정이며 선을 보이는 자리의 사진이므로 예쁘게 보여야 한다. 토모꼬 자신이 깔끔한 정장, 기모노 등을 입고 다르게 분장을 하고 찍었다.





Picture Bride, Cathy Song (1955-)
Song was born in Hawaii and her father was a second-generation Korean American; her mother came to Hawaii from China as a "picture bride," her marriage to Song's father having been arranged through an exchange of photographs. Her first volume of poetry, Picture Bride, published in 1983, draws heavily on her family's experiences. While living in Boston, Song married a medical student. As he was completing his residency, Song completed her second book of poetry, Frameless Windows, Squares of Light, in 1988. In 1994 she published her third collection of poetry, School Figures. Song now lives and teaches in Honolulu.

시집 Picture Bride Omiai 는 비슷한 이야기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 이민 초창기에 찢어지게 가난한 한국남자가 하와이에 가면 잘 살 수 있다고 해서 사탕수수농장에 일하러 갔는데, 신부감을 구할 수 없어서 중국에 있는 여자분의 사진을 받아 본다.  ‘저는 마음에 듭니다’  마침내 사진 신부는 결혼하기 위해 하와이에 오고, 그때 신랑과 처음으로 만난다.


Ganguro Girl, Cover from Cover/ Face Series
Ganguro 는 일어로 검은 얼굴이란 뜻이다. 얼굴을 유난히 검게 화장하며, 눈과 입술을 하얗게 칠하며 머리는 금발이나 밝은 갈색을 흉내낸 fashion style 이다. 토모꼬가 강구로 걸 화장법으로 변장하였다. 


 

Cover of the Cover, Face Series 2002
토모꼬가 일본의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행하는 복장을 흉내냈다. 야수마사는 서양미술의 대표적 이미지 올림피아 등을 흉내내다가 최근에는 문학가 미시마 유끼오로 분장했다. 니키리는 Yuppi, Lesbian, Latino 등으로 분장을 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서 신디셔먼은 TV 나 영화의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미지로 자신을 변장시킴으로서 사람들이 여자들을 보는 시각에 대한 고정관념 (stereotype) 을 대중에게 보여주었다.



Decoration, 2008 Harajuku Look
일본의 하라주꾸에 가면 노리타 부족의 소녀 복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있다. 19세기 유럽의 아가씨처럼 저렇게 입고 다닌다. 독특하고 무서운 화장을 하고 자기만의 identity 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노리타 걸의 circle 이 있으며 항상 같이 다닌다. 토모꼬 사와다 자신의 변장이다.



Cover Face 2002
사와다가 강구로 화장법을 조금씩 다르게 흉내 냈다.



School Days / B. 2004 


School Days / A. 2004
머리 style, 표정, 교복입는 법을 약간씩 다르게 표출 했지만, 학생들과 선생 다 토모꼬 사와다의 얼굴이다. 2-3년 전에 Brooklyn Museum 의 Global Feminism 전시에 사와다의 School Days 가  초대되었고, 현재 전세계를 다니면서 전시를 한다.



From the Recruit Series, 2006
5월은 대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찍는 시즌이며 그 사진에 무척 공을 들인다. 회사에 이력서 낼때 써먹는 사진이므로, 정장도 사고 머리와 화장도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졸업사진 앨범이 마담뚜나 결혼정보업체로 통째로 넘어가기도 한다. 미국의 이력서는 사진이 필요없지만, 한국에는 사진이 꼭 있어야 한다.  대학 캠퍼스의 5월은 무슨 장례식장처럼 어두운 옷의 정장을 차려입은 학생들로 우글거린다. 예쁘게 보임이 목표가 아니고 최대한 예의를 갖춘 모습이다. 여러번의 촬영 과정을 거쳐 앨범에는 3 cut 이 실린다. 직장 면접때도 역시 깨끗한 검은색 정장이며 헤어 스타일도 단발이거나 묶거나 한다. 해마다 다 비슷해서 교복입은 모습과 같다.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된다. 면접시 역시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받는다. 단체 면접에서 토론시 communication skill 을 보는데, 말을 잘하면 뽑힐거라 생각하지만, 자기 의견만 내세웠다 하여 오히려 면접에서 떨어진다. 

 


Costume Series 2003
1. Okami (Landlord 집주인 ) 2. Shisuta (nun 수녀님)  3. Sales clerk (가게점원)
4. Receptionist (안내)  5. Yaoya  (야채가게 아줌마 )  6. Fukei (여자 경찰관)



Bride 2007
전통식과  서양식 신부의 차림이다.

Contemporary artists 의 trend 는 ‘남의 생활을 흉내내면서 나를 생각해보기’ 이다. 흉내내기의 대모격인 Cindy Sherman 이1970년 대에 퍼포먼스와 사진작업을 하니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셔먼이 대중매체에 나오는 여자들을 흉내를 낸 사진을 보고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미국여성의 이미지가 저렇게 고정되어 있구나 하고 깨닫기 시작했다. 비판적 개입 (critical intervention ) 을 하는 project 이다.

그 이후에 야수마라 모리무라는 본인이 일본작가로 category 지어짐을 역이용하여 동양남자가 뜬금없이 서양여자 흉내를 냄으로서, 미술사의 90%를 차지하는 아무도 의심 안해 오던 서양 미술사를 흐뜨렸다. 니키리는 인종, 하위문화, senior citizen 등의 ethnicity 를 다루었고, 아예 그 그룹에 들어가 살면서, 현대 미술의 trend 인 흉내내기를 공격했다. 내가 들어가 살아도 그들과  같아질 수가 없음과 어떤 맥락에서는 흉내내기 전략이 남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토모꼬 사와다의 특징은 하라주꾸 걸, 광가루걸, 오미아이 등의 일본 문화를 다루는데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비일본인, 서양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 arranged marriage 를 하는구나, 내 삶은 아니지만  참 재밌네’  토모꼬 사와다는 일본 문화를 재미있게 퍼포먼스를 했으며, 자신이 혼자서 분장, 변장한다. 그렇다면 토모꼬는 누구인가?  진짜 토모꼬는 어디에 있는가? 토모꼬는 어디에도 없다. 일본 여학생 동년배를 흉내내니까 얼핏보면 다  토모꼬처럼  보이는데, 자꾸 보면 다 다르니까 누가 진짜 토모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진짜는 어디에?  토모꼬는 붕 뜬다.




Masquerade, 2006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20세 여성의 hair style 과 화장법, 옷차림을 흉내냈다.)
Masquerade 에서 토모꼬가  가면을 바꿔가면서 썼다. 매스커레이드는 부족이 mask 를 쓰고 춤추는 의식 (ritual) 로서 가장 무도회이다. Masquerade는 feminism 에서 이용되는 개념으로, 여자들은 가면을 한결같이 쓰고 집단 댄스하듯이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엄마, 딸, 예쁜 여고생, 말단 신입사원 등의 가면으로 바꿔 쓰고 살아 간다. 이것은 일본인의 자아의식과 맞닿아  있으며, 깊은 허무주의 nihilism 에 빠져 활복자살로 삶을 마감한 미시마 유끼오에서도 드러난다.





Mishma Yukio, Confession of a Mask
Yukio Mishima was born in Tokyo in 1925. He graduated from Tokyo Imperial University, School of Jurisprudence, in 1947. His first published book, The Forest in Full Bloom, appeared in 1944. He established himself as a major author with Confessions of a Mask (1949) and from then until his death he continued to publish novels, short stories, and plays each year. In 1970, at the age of 45, Mishima committed seppuku (ritual suicide)—a spectacular death that attracted worldwide attention. To this day, he is widely considered to be one of the great masters of modern Japanese literature.

미시마는 소설 가면의 고백에서 말하기를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가면을 쓰는데, 단 한번이라도 그 가면 뒤에 자신의 참된 자아가 있다 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타인이 그 가면에 대해 왈가왈부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라고 했다. ‘가면을 내려 놓으면 참된 내가 있는가? 나는 참된 나의 모습이 뭔가를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사실은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면 된다. 고백은 진정한 자아가 솔찍하게 하는 얘기인데 고백조차 가면이 한다. 가면을 벗도록 종용을 받으면 나는 얼굴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것이 무섭다. 여자들은 어렸을 때 부터 가면 쓰는 법만 배웠다. 자신의 자아에 대해 고민할 기회는 박탈되고, 여성에게는 태어나자 마자 가면 100개가 주어진다. 토모꼬 사와다는 남자의 흉내는 한번도 내지 않는다. 일본이라는 사회의 여자 흉내,그것도 10대 후반, 20대의 여성이다.


  



 
하라주꾸 길거리 지하철에서 마주 대하는 이런 변장의 심리적 요소는 무엇 인가?  Costume Play 를 줄인 코스플레라는 일본 용어가 있다. 만화 여주인공 캔디처럼 머리도 옷도 똑같이 하고 다닌다. 코스플레 대회도 있다. 1년에 한번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복장을 하고 부족모의 하듯 매일같이 만나는 생활 자체이다. 거의 집착 수준에 까지 이른다. 이것이 바로 Masquerade 개념이다. 더 이상 엄마, 아빠, 사회가 주는 100개의 가면을 안쓰고, 오히려 그들이 안썼으면 하는 가면을 쓰고 우리 다 함께 모여 Masquerade 하겠다 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 이상 교복입기를 강요말고, 머리길이, 치마길이 상관하지 말라. 어른들은 우리가 왜 예쁜 여고생의 가면을 싫어하는지, 말 잘 듣는 딸의 가면이 싫은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가면을 강요하는데 있어 논의의 여지가 없고 너무 일방적이다.

착한 딸, 좋은 아내, 훌륭한 어머니의 가면을  잘 쓰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마치 유리병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그 친구에게 무슨 얘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 친구는 대학교 4학년이 되니까 ‘남들이 들어도 알법한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 걱정했다. 몇년 탄탄히 취직생활 하다가 28-29세 무렵에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졌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얘기 안 했는데 30이 되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다. ‘사귀는 남자는 군대갔고 나는 결혼하면 맞벌이는 안 할건데 언제 돈벌어 강남에 집사나?’ 나는 이미 program 이 있는데 지금 사귀는 남자는 여기에 안 들어온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더니 정말 29살에 결혼을 했다. 그 친구는 결혼 사진에서 더 할나위 할 수 없는 행복한 신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단계 가면을 제대로 쓰고 넘어간 셈이다. 1,2년 신혼 생활을 하더니 또 걱정 이다. 애가 안 생긴다. 지금 사는 아파트를 넓혀야 한다. 6, 7세 딸 조기 유학 걱정과 둘째를 가졌는데 시민권 가지게 하려고 원정 출산을 궁리한다.

여자는 태어날때 욕망조차도 숙제로 교육을 받아서 욕망이 충족이 안되면 스트레스를 막 받는다. 욕망은 본능적인 갈망인데  Masquerade 개념에서 여자들의 욕망은 전부 교육받은 욕망이다. 딸과 아들 중 아들은 그런 욕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친구의 모습은 나의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다. 딸이 여드름이 나면 엄마가 더 stress 받는다. 딸이 어떤 남자를 만나면 엄마는 panic 상태에 빠진다. 안타까운 것은 부모가 뭘해주면 아이가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한다. 너의 부모가 그렇게 해주었는데 네가 정말 그렇게 행복했니? 자식의 좌절과 고생을 부모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

엄마의 전업주부 모습이 엄마 친구들의 모습과 같다. 이혼한 아줌마도 하나도 없다. 다 비슷비슷하게 산다. 엄마는 그런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오지 않다가 그것을 지적하는 딸이 얄밉다. 가면을 쓰고 더 할나위 할 수 없는 매스커레이드를 하고 있는데 가면의 최고 수혜자인 딸이 딴지를 걸면 싫고 밉다. 이 가면을 벗으면 ‘내가 누구인지’ 를 모르겠는데, 딸은 엄마에게 1년 안식년을 드릴테니 우리에게 연락을 하지 말고 혼자 나가서 살아 보세요 라고 말한다. ‘왜 내가 가출을 해야 하니?’ 가출이란 나의 매스커레이드가 성공적이지 못할 때 하는 것 이다. 40년 이상 Masquerade를 계속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쓸 가면이 없다. 이제는 할머니 가면을 바란다. 힘들어도 꾹 쓰고 있다. 벗고 나면 얼굴없는 여자가 된다.




오형근, 아줌마 1999오형근_아줌마_1997 호랑이 무늬 옷, 꽃무늬 스카프, 옥빛 한복… 이 시대 아줌마들이 선호하는 기호와 아줌마로 정의하게 만드는 이미지 그리고 아줌마를 연상시키는 단편들을 알 수 있습니다.




아줌마 모델을 섭외해서 제 3의 성이라 불리는 아줌마 series 를 만들었다. 화장과 복장은 그 아줌마의 스타일 그대로이다. 지하철에서 아줌마 부대가 뜨면 조심해야 한다. 저 멀리서도 자리를 맏으려고 뛴다. 남의 일에 끼어들여 10분 이상을 야단을 치며 다른 아줌마 3-4명도 그일에 합세를 한다. 한강 근처에 운동하러 오면 운동복은  다 하얀 복장이어야 한다. 흰색 Mask, Sun cap, 하얀 장갑 끼고 팔은 막 흔들면서 언뜻 보면 외계인이 공격하는 것 같다. 식당에서의 계 모임시 아줌마들의 복장은 다 비슷하다. 덩치가 큰 아줌마들이 Leopard (표범) 무늬의 옷을 입으면 어두운 곳에서는 정말로 표범처럼 보인다. 반짝이 옷을 즐겨입는 아줌마들의 취향은 다 비슷하다. 식당에서 제일 크게 이야기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백화점에 아줌마 취향의 옷들은 따로 전시를 한다.

비슷한 아줌마 또래를 모은 사진 시리즈는 재밌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하다. 어쩌다가  저 표범 무늬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까? 오형근 아줌마 사진 전시회에 가면 아줌마 자신들도 웃는다. 나는 루즈를 입술보다 크게 안 바르고  연하게 화장했는데 사람들은 진하게 했다고 한다. 아줌마 입장에서 최대한 manner 를 갖추어 곱게 했는데, 사람들은 아줌마 화장했다고 한다. 아줌마들 하고만 어울리다 보니까 아줌마 패션이 따로 있다. 아줌마가 하나의 category 가 되었다. 거의가 전업 주부이고 아이들은 고등학교 이상인 50-60 대 이다. 남편의 사회생활 얘기 잘 못알아 들어도, 아줌마 그룹의 친구들은  자식키운 속상한 얘기 잘 이해해 준다. 계모임, 친구 모임에 나가면 얘기가 잘 통한다. 자기들끼리 어쩌면 ‘여고생’ 그룹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복장도 그룹 안에서 형성된다. Mask 를 쓰는 ritual (의식) 은 혼자 할 수 없다. 항상 집단 안에서만 가능하다. Masquerade는 혼자 할 수 없으며, 아줌마 Masquerade그룹 없이 밖에 나가는 것은 겁난다.

토모꼬 사와다의 project 는 페미니즘 논의에서 여자의 삶 자체가 매스커레이드임을 보여준다. 사와다는 일본 여성의 옷차림, 화장 방식을 모방해서 여자들의 삶이 가면 의식과 같다는 feminism 의 관점을 다루었다. 여자들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자기의 역활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사는데 가면을 내려 놓으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리나?  정의가 없거나 정의를 못 내린다.

이상은 매스커레이드의 일반론인데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자연스럽게 가면을 바꿔가며 쓰는 것도 중산층 여자에 국한되는 얘기이다. 그런 마스크조차 쓸 수 없는 층이 있다. 가면을 쓸 기회마저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은 가면을 못씀에 대해 상처를 받는다. 또한 가면을 씀으로 인해서 10대 소녀의 자아 분열 현상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모님을 사랑하니까 그들의 말을 따르지만 그것에 대해 불편함이 있다. 부모님 말을 안들을 수도 없고, 그 마음을 내보일 수 없으니까 다른 방향으로 표출이 된다.

그것이 가면이든, 내가 선택한 인생이든 전혀 불편함이 없이 모든 가면을 잘 써왔고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소년 소녀 가장이 되어 가면을 더 이상 쓸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공장에 가서 일해야지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스커레이드, 페미니즘 얘기가 상처로 와 닫는다. 마스크를 써볼 수 있고 써본적이 있는 사람이라야지 매스커레이드, 페미니즘이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비판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미소가 감도는  결혼식 사진도 낯설고 웨딩드레스 입은 결혼조차 가늠을 해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매스커레이드 이론이 공격을 받는다. 여성이라는 정의를 내릴때, 여성의category 를 묶을때 여자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standard 가 무엇인가? 대학 교육을 받고 집안이 어느 정도 사는 사람이 그렇치 못한 여성 앞에서 페미니즘 운운하면 ‘배부른 소리 하네’ 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정부 산하의 ‘여성부’ 에서 연초에 성매매를 뿌리뽑겠다는 발언를 하였는데 얼마후 서울역 앞에 전국 각지에서 성매매업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정부의 방침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데모를 하였다. 여성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창피한 사람들이다. 백주 대낮에 서울역 앞에서 저럴수가 있어?  성매매업자들은 ‘여자들의 권리고 나발이고  이 직업을 없애면  난 뭘먹고 살란 말인가’ 하고  항의를 하였다. 여성 category 안에 수많은 여성이 다 함께 묵여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여자라고? 어디가 같은 여자인가? 여자라는 mask 를 쓸 수 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 Feminism 은 상당히 elite 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최근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보다도 gender politics 라는 말을 많이 쓴다. 페미니즘에 깔려 있는 여성 남성의 2분법적인 사고를 비판하고  여성 남성의 범주에 속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페미니즘의 정의 역시 다 다르다. 서울역 앞에서 피켓을 든 그들도 ‘저는 feminist 입니다’ 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feminism 과 네가 생각하는 feminism 이 다르다. 이불의 cyborg 개념도 feminism 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비판하는데서 나온 것이다.



여자, 정혜 (The Charming Girl), 이윤기 감독, 2004
 
자신의 일만큼이나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편취급소 여직원 정혜. 직장에서 멀지 않은 그녀의 작은 집엔 TV 홈쇼핑으로 사들인 물건들, 아파트 화단에서 주워온 어린 고양이가 그녀를 기다린다. 정혜에게는 고양이와 발장난하며 베란다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 그녀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생에서 요즘이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혜에게 어린 시절이란, 한 손엔 연필과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엄마의 조용한 모습과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은 상처뿐.

자신의 출근, 일과 후 동료들과의 맥주 한잔, 고양이, 혼자 앉는 식탁. 놀라울 정도로 공감되게 그려진 여주인공의 소소한 일상 풍경. 그 속에서 은근하고도 가슴 저리게 스며드는 외로움의 정서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따뜻한 시선으로 ‘평범 속의 특별함’을 탁월하게 포착해냄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출근길에 한번쯤 마주쳤음직한 어떤 여자, 내 친구의 모습 같기도 하고 어쩌면 바로 나의 모습과도 닮은 여자 정혜. 이 작품은 그녀처럼,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내면을 지닌 이들에게 보내는 연서이기도 하다.

보기 드물 정도로 섬세하고 디테일 하게 정서에 밀착하는 영화이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진폭에 따른 정서적 흐름을 최대한으로 반영해내기 위해 100% 핸드헬드 촬영이 선택되었다.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섬세하고 서정적 영상미는 <여자, 정혜>의 특별한 매력이 될 것이다. 한편 주연을 맡은 김지수는 최고의 연기를 통해 각종 영화제와 평단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자 정혜는 어머니가 암으로 죽고 나자 혼자 산다. 과거의 일이 flash back 처럼 떠오른다. 보편적 여자와 조금 다른 여자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상처는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면서, 남이 상처를 극복 못하면 유약하게 본다. 20대 중 후반의 여자의 삶을 강요받으며 거기에서 벗어나면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잔인한 잣대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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