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미술 9/4/12 > 김미연 아트노트

 

 

 

 

조각물이 도시 전체 곳곳에 놓여 있었던 로마는 시각적 이미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중세를 거쳐 근세early modern라고 부르는 르네상스에 이르면 그리스, 로마 문화를 재현하는 운동이 일어난다. 또한 19세기에 널리 펴졌던 신고전주의도 그리스 로마 미술에서 기본을 찾는다.

 

서양 미술의 근간이 되는 Antiquity 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는 어디서 영향을 받았을까? 바로 전 시기에 해당되는 에게해 미술이 모태이며, 에게해 미술은 이집트 미술에서 영향을 받는다. 인도, 황하 문명과 더불어 세계 4 대 문명에 속하는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같은 시기에 번성했다.

 

 

 

 

 

 

이집트Egyptian (Nile River),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n (Tigris and Euphrates River 이라크 지역), 인도Indus (Indus River), 중국Chinese (Yellow River) 문명은 세계 사대 문명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강이 크고 땅이 비옥하여 도시가 발전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문명의 중심 지역은 변방보다 빨리 구석기, 신석기 시대를 맞이하며, 일찍 청동기로 넘어가 문명의 선두를 달린다. 시기적으로 조금 늦게 발생한 라틴 아메리카의 잉카, 메조어메리칸 Mesoamerican 문명은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교류가 없었지만 자체적으로 문명이 발달한다.

 

구석기 시대Paleolithic Age (40,000-10,000 BCE) 는 수렵채집을 하면서 떠돌며 단순하게 살았다. 짐승떼가 움직이면 따라서 이동하며 단단한 돌로 약한 돌을 쳐서 도구를 만들었다. 구석기는 기원 전 4만년에서 만년으로 추정한다. 중석기 Mesolithic  Age (10,000-8000 BCE) 는 신석기로 넘어가는 전환 시기를 말하며 나중에 새로 생긴 개념이다.

 

기원 전 8000년에 이르러 식물을 키우며 농경생활을 하는 신석기Neolithic Age (8000-2300 BCE) 로 접어든다. 강 주변에 집단 촌락organized society 을 이루며 문명이 시작된다. 계획 경제를 시작하며 잉여 생산물을 보존하는 그릇이 필요하여 강가에서 진흙으로 토기pottery를 만들고 무늬를 새기는 미술 작업을 시작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제일 먼저 청동기Bronze Age (2300-1000 BCE) 로 넘어간다. 왕 지배 계급의 출현과 더불어 고대 문화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문명이 나타난다. 글자가 생겨 지식을 무기로 하는 지배 관리체체가 생기고 살상 무기, 마구, 안장 등 도구를 만든다.

 

1000 년 전 쯤에 철기 시기Iron Age (10,00BCE- present) 로 접어든다. 마모가 되던 청동과는 달리 단단한 철로 무기 및 도구를 만들어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철강 산업이 시작된다. 스마트 폰, 인공 지능을 만드는 21세기 현재도 여전히 철기 시대이다.

 

 

 

 

 

 

생존이 급급했던 구석기에는 미술 활동이 없었다고 학자들은 생각해 왔는데 19 세기 중엽에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다. 이어서 프랑스의 쇼베, 라스코, 페슈 메를에 분포한 석회암 동굴 안에 그림을 그린 흔적이 발견 된다. 구석기를 지내는 몇 만년동안 끈임없이 조형 활동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의 조상은 어디서 왔을까? 유럽인 유골의 DNA 를 분석한 결과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발견되는 DNA 와 유사점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권 에서 이주해 온 알타미라, 쇼베 지역의 구석기인이 유럽인의 조상이라고 본다.

 

 

 

 

구석기인이 왜 그림을 그렸을까에 대한 학설이 분분하다. 문자 및 기록이 없는 구석기 선사 시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나름대로의 증명 방법을 모아서 가설을 내 놓는다. 구석기인은 동굴 안을 따라 들어가면서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림을 그렸다. 알타미라와 페치 메를 동굴에 구석기인들의 발자국이 모여있는 흔적이 남아있다.

 

 

 

 

 

구도 및 의도가 분명한 그림이 벽에 그려진 것으로 보아 동굴은 종교 생활을 위한 주술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제사장 등 선택된 사람만이 들어와서 hunting magic 을 행하면서 동물의 영혼을 빌고 상처를 덜 입히기를 바라는 의례의 장소로 여겨진다. 환각적인 춤을 추며 동물과 하나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두려움 없이 동물을 사냥하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구석기 동굴은 부족의 젊은이들에게 동물의 사냥 방법을 가르치는 일종의 백과사전 같은 교육의 장소 였을지도 모른다. 생활의 흔적이 전혀 없어서 주거 공간은 따로 있었다고 여겨진다.

 

 

 

 

 

 

 

 

 

 

프랑스 쇼베 동굴 입구이다.

 

 

 

 

쟝 쇼베가 1994년에 쇼베 동굴을 발견한다.

 

 

 

 

동물의 힘이 인간을 능가하여 사냥은 아주 위험한 일로 간주되던 구석기 시대 였다. 그리 사실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들소bison, 고양이가 웅크리고 힘이 빠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구석기 시대 만년 정도로 추정을 하지만 연대는 학자에 따라 유동적 이다.   

 

 

 

 

 

갈색으로 칠한 바이슨에 검은 윤곽선을 두른 비교적 정교한 알타미라의 벽화이다. 역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마치 전염병이라도 걸린 듯 쓰러져 가는 동물이다. 왜 하필 쓰러지고 약해보이는 모습으로 동물을 표현하였을까? Hunting magic 을 사용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다. 동물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주술적 행위로 여겨진다.

 

 

 

5 명의 소년들이 근처에서 놀다가 라스코 동굴을 발견한다. 추운 빙하 말기에는 따뜻한 동굴이 유효한 장소였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말, 들소, 수사슴stag 순으로 동물 그림이 많았고 아프리카에서 보이는 코뿔소도 있었다. 맴모스Mammoth 도 보이는데 상아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라스코 동굴은 보존 차원에서 닫아 놓고 지금은 똑같은 동굴을 만들어 공개한다.

 

 

 

 

 

라스코 동굴에 코뿔소와 상처입은 남자와 들소를 그린 특이한 그림이 있는데 사건 기록 같은 이야기narrative 느낌을 준다. 석탄 charcoal 으로 드로잉을 한 만화 이미지 같은 그림이다. 성별의 구별을 확실히 하고자 남자의 성기가 돌출해 있다. 들소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남자도 땅에 누워 있다. 들소 배 밑에 창자가 튀어나와 동그라미가 있다. 이야기의 핵심이 전달되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그림이다. 구석기인도 그림을 통한 구전 문학storytelling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가정한다.

 

 

 

 

검은 색 라인 드로잉이다. 뭉툭하고 희미한 라인을 겹쳐서 그렸다. 구석기인들은 사실적이고 자연적인 그림을, 신석기인들은 격자무늬, 빗살무늬 등의 기하학적 그림을 그렸다.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선으로 부엉이를 그렸다. 돌, 나무가지 끝에 숯 검정 파우더를 바르고 송진 같은 끈적한 물질을 묻혀서 그림을 그렸다.

 

 

 

 

구석기인이 사용했던 돌도끼이다. 옆에서 보면 가늘고 뾰족하다.

 

 

 

 

구석기인들은 물체의 영원한timeless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측면을 그렸다.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도 옆모습이 주로 나타난다. 살짝 옆으로 틀어(Twisted perspective profile) 동물의 네 발이 다 보인다. 고대 미술의 전형적인 표현 방식이다

 

 

 

 

손바닥에 색을 뭍혀서 탁탁 치면 색이 스며 들어서 공간이 없게 보인다.

 

 

 

 

쇼베의 동굴에 나타난 손바닥 자국이다.

 

 

 

가끔은 동굴 안에서 진흙으로 만든 조각이 발견된다. 남성의 성기를 가진 작은 조각으로 몸은 사람인데 머리는 표범이다.

 

 

 

 

상아로 만든 말 모양으로 5 센티에 지나지 않는다. 구석기인은 기술의 한계가 있고 돌아다니며 사는 nomad 이므로 사이즈가 작아야 했다.

 

 

 

두 동물이 끌어 안고 있는 모습 이다. 뽀족한 창, 사슴 다리의 묘사가 사실적이다.

 

 

 

 

카푸시에서 발견된 여자 두상의 앞모습, 옆모습의 작은 조각이다. 머리결을 보이고 싶어 아이보리에 흠을 내어 표현했다. 세부적 사실적인 묘사를 하려는 의욕이 보인다.

 

 

 

 

 

 

 

 

구석기 빙하시대에 만들어진 비너스들이다. 가슴과 배가 부풀려져 임신한 특정 상태의 여자 모습이다. 1996 년에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임신한 여자의 몸과 아주 흡사하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에 child birth 를 견디고 강인하게 살아남는 기적같은 여자를 풍요의 여신상으로 만들어 부적 amulet 처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이라크 티그라스 강 지역에서는 8000년 정도에 다른 문명보다 빨리 신석기로 넘어간다. 문화의 선두와 문화를 따라가는 지역과는 시기적으로 차이가 난다. 
 

 

 

 신석기인들이 만든 인물상은 여전히 팔이 몸에 비해 작다.

 

 

 

 

 

신석기 시대에 가면 해골skull 에 석회를 입혀서 사실적인 조각을 만든다.

 

 

 

거성문화menhir는 신석기 시대의 특징이다. 거성은 사람 크기의 2-3배 쯤 되는 돌이다. 신석기에 들어와 집단 촌락이 형성되어 돌을 옮길만한 organized labor 가 생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란, 이라크)이 청동기 시대로 넘어갈 때 변방인 영국에서는 신석기를 지낸다. 영국 스톤헨지의 거성문화는 2500-1600 년 정도로 시대가 떨어진다.

 

 

 

 

돌을 직립으로 세운 것을 Menhir라고 한다. 통나무 등의 도구를 사용해 돌을 옮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사람의 무덤을 표현하는 장례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메가리스Megalith 는 큰 돌colossal rock 을 세워 놓는 것을 말한다. Megalith 가 둥그렇게 둘러선 모습을 Cromrech 혹은 henge 라고 부른다. 문화의 중심부에서는 신석기 시대에 고인돌이 나타나지만 주변부인 한국에서는 청동기에 고인돌이 나타난다.

 

 

 

 

돌맨은 한국의 고인돌과 비슷하다. 밑에 돌을 여러개 바치고 돌을 얹는다. 공동체의 노동력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신석기 거성 문화가 중요한 것은 서양 건축의 근간이 되는 포스트 린텔 시스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전, 궁전, 목욕탕 등 모든 건물의 기원이 신석기 시대의 시스템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