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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마사 모리무라, 남자도 마릴린 몬로가 될 수 있나요? 4/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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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6,044회 작성일 10-04-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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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시아 예술 12th hour : Yasumasa Morimura, Can guy be Marilyn Monroe?


Yasumasa Morimura ( 1951-)

 
Self- Portrait after Marilyn Monroe, 1996
                                                                                               

Actress Red Marilyn         


Daughter of Art History (Theater A) 1990   


Daughter of Art History (Theater B) 1998


Portrait (Twins), Computer-altered photograph, 1988
서구인도 아닌 동양인 남자 Yasumasa Morimura 가 마네의 올림피아로 여자 누드 변장을 하고, 결혼식 때 쓰는 기모노를 깔고 누워있다. 서 있는 시녀도 모리무라의 변장이다. ‘흉내내기’ 효과 이다. 누군가가 나를 흉내내면 ‘내가 저래?’ 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인지 못 하던 것이 Mimicry  전략을 통해 드러난다. 마네의 올림피아를 위시해 서양 art history 에 여자의 누드는 주요 icon 으로 등장하지만, 남자의 몸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술사의 딸’ 하면 항상 마네, 반고호, 세잔을 중심으로 쓰여진 Western Art History 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외의 역사는 역사도 아닌가? 동양남자가 뜬금없이 나타나서 서양 미술사의 흉내를 내니까 불편해진다. 모리무라는 performance 와 사진으로 작품을 남긴다.


To My Little Sister for Cindy Sherman               


Self- Portrait Marcel Duchamp
사람들은 ‘와 화장 잘한다, 다각도로 변신하는 변장의 귀재’ 라고 감탄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모리무라처럼 흉내내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 착한 딸, 좋은 누나, 푸근한 선배의 모습, 보는 것, 듣는것,  TV, 책을 통해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 한다. 남들이 그렇게 봐주면 그것이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찍을 때 제일 좋은 옷 입고 가듯이, 우리는 결코 나의 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남과 자신을 속이면서 산다.


Velasquez, Daughter of Art History Princess A, 1990            


Monna Lisa in Origin, 1998     
  
최근에 한국에서 고려대 여학생이 ‘스펙 (specification)을 쌓기에는 젊음이 아깝고, 젊음을 누리자니 불안하다’ 라는 말과 함께, 대학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선언하고 자퇴를 하였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행복’의 개념을 교육시키기 전에 스스로 행복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은 검사, 판사의 보장된 행복한 삶을 주입시키며 자식이 뭐에 관심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20대에 자기 자신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부모와 남이 나를 보는 기대치에 맞추어 계속 그런 척 하면서 변장을 하고 산다. 한국에서 유학온 elite 들, 전교 일등 놓친 적 없고, 사람들이 ‘잘한다’ 하니까 그것이 내 모습인줄 알고 살았지만, 박사과정 공부는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 이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모리무라는 그의 변장 퍼포먼스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다 하고 있다—‘진심입니까? 한번 생각해 보세요.’


Singing-sunflowers, 1999                            


Cezanne, Criticism and Lover A
모리무라는 처음에는 유화를 그리는 작가였으나, 어디를 가도 일본 작가라는 identity 로 투영되어, 서양의 미술을 흉내낸다는 시각으로 보여졌다. ‘네가 유화를 해?  흉내에 지나지 않지. 일본작가 답게 동양적으로 그려야지’ 모리무라는 ‘그래?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흉내를 내볼까’ 하고 서양의 작품을 흉내낸 performance 와 사진 작품을 하기 시작했다.


Inner dialogue with Frida Kahlo                


A Requiem, Dream of Universe/Albert                    
        

Greta Garbo                            


Audry Hepburn                     


Brigitte Bardot
                   


A Requiem, Red Dream / Mao, 2007   


A Requiem, Where is the Director? 2007   


A Requiem, Infinite Dream/CHE, 2007        
    
                                                                                                                            
                                                                           
Mishima Yukio (1925-1970)           


The Temple of the Golden Pavilion 1959
Mishima Yukio 는 동경대 출신의 노벨상 후보 작가로 소설 ‘금각사’로 유명하고, 희곡과 글을 쓰며, 단편 영화로 ‘우국’ (Patriotism) 이 있다. 미시마 유키오는 body building, 검도 등 엄청난 양의 운동으로 몸을 연마했으며, 사무라이 정신이 강하다. 금각사는 교또에 실제로 존재하는 금박을 입힌 절로서 정신 이상의 숭려가 절을 방화한 실제의 사건에 motive 를 얻어서 쓴 소설이 ‘금각사’ 이다. Fascist level 급의 국수주의자인 유키오가 그토록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점이 match 가 잘 안된다.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45세에 ‘일본 정신’을 부르짖으며 연설을 한후에 구테타에 실패하자 활복 자살을 했다. 극우파인 미시마는 69년에 1000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경대 좌파 학생 8명과 맞장 토론을 펼친다. 2차 대전 패전후 일본은 극심한 trauma 를 격는 가운데, 천왕 중심주의자인 구국파와 천왕 폐지주의의 좌파로 나뉜다. 좌파들은 신적인 위치인 천왕의 존재에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2차 대전의 전범인 왕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사무라이 정신에 입각한 미시마 유키오는 천왕을 인정하라고 팽팽히 맞섰다.

유키오는 토론 후 자위대 옥상에 올라가 군인을 통솔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목적에서 Seasons of Passion 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연설을 한다. ‘너희는 내말을 잘 들어라. 패전 이후 우리 일본은 미국의 지배를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물밀듯이 들어 오는 미국 문화와 함께 일본은 미국의 모든 것 바로바로 받아 들인다. 우리는 미국이 혐오스럽고,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원폭 투하한 미국과 그들의 문화를 어떻게 좋게 받아들이겠는가?  이제 우리 일본은 일본의 혼을 다 잊어버렸다. 너희는 나를 따라라’ 하면서 쿠데타를 주도했으나 젊은이들은 따르지 않았고, 유키오는 그자리에서 활복을 한다.  일본 대중은 패전국으로서 전쟁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고 그의 연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easons of Passion A requiem/Mishima 1970/ 2006
모리무라가 유키오가 활복한지 36년 후인 2006년에 그의 자살 사건을 흉내를 내어, 똑같은 복장으로 그러나 연설 내용은 바꾸어서 5 분동안의 video 작품을 만들었다. 모리무라는 ‘현대 미술은 mass media 에 의해 조정되며, 작가인지, 장사꾼인지 모를 정도로, 상업주의로 흘러가며, 미국 위주로 간다’ 라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 밑의 화면을 비추니 사람들이 모리무라의 연설에 집중하지 않고 각자 자기 할일만 한다.

일본은 Japanese Study 가 미국과 유럽에 심어지도록 foundation 을 만들어 무제한 돈을 대준다. 미국 학자가 일본에 와서 일본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이런 식으로 각국에 일본의 우호세력 Pro-Japanese 를 심어놓는다. 일본정신을 가운데 두고 서양의 것을 받아들인다는 아톰 Atom 만화의 이야기가 실현된다.  

모리무라는 전반기에서는 서양회화의 icon 적 그림과 대중문화의 여배우 등 서양 icon 을 일본 남성이 흉내내는 performance 를 했는데, 흉내내기를 통하여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결을 보여준다. 모리무라는 후반기에 주제면에서 전환을 가져온다. 이제는 일본 사람, 자기나라 사람, Mishima Yukio 와 Socialist Party 당수인 Asanuma Inejiro 흉내를 낸다.


A requiem Asanuma 1, 1960, 10, 12/ 2006
1960년에 일본 사회당 총재의 암살 사건이 18살 고등학생에 의해 일어났는데, 모리무라는 2006년에 이 사건의 흉내를 낸다.


Douglas MacArthur and Emperor Hirohito at 1st Meeting at the U.S, Embassy, Tokyo, September 27, 1945 맥아더 장군과 일본 천왕이 1945년 에 일본 대사관에서 만나는데, 일본인에게는 모욕스러운 사진이다. 천왕은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데, 맥아더 장군은 거만하게 허리에 손을 걸치고, 두 사람의 키 차이에서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신적 존재인 천왕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자존심 상한다. 일본군인은 2차 대전 참전시 천왕께서 하사하신 명예의 상징인 무기를 뺏기면, 천왕께 모욕을 입힌 수치를 활복 자살을 함으로서 회복했다.

1945년 2차 대전 직후 일본 전범재판에서 A 급 전범인 천왕이 면제를 받았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전혀 이해가 될 수 없는 사항이지만, 일본인에게는 신같은 천왕이 전범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외국 사절의 야수꾸니(신사) 참배 issue 는 East Asia 의 hot potato 로 남아있다. 일본인이 국가 봉사 전쟁에서 죽으면 그 사람이 국가의 신이 된다. 전쟁 중 사람 몇 죽인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은 사람일 때 문제가 되지, 이제는 신이므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일본인은 외국 사절들이 신사참배를 왜 문제를 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중국이나 한국의 입장은 전범은 죽어도 전범일 뿐, 범죄자를 신을 만들어 참배를 하게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일본은 천왕의 사진을 절대 유포하지 않으며, imperial family 의 life 가 철저히 가려져 있다.  그래서 더욱 위의 사진이 모욕스런 image 로 남아있다.

이 지구상에서 아직도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곳은 동북 아시아이다. 일본은 대만과 오끼나와 섬밑의 군도를 놓고, 한국과는 독도를 놓고 영토 싸움을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종전 처리가 확실히 안 되었기 때문이다. 미, 영, 일 3국 만이 참가해서 한국의 독립 여부을 의논하는 San Francisco 협정에서 독도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땅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전후의 일본은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 괘씸하였고, 미국이 투여한 원폭의 이름을 따서 1951년에 Atom 아톰 만화를 세상에 내 놓는다. 서양 문물을 다 받아들이되 일본혼은 절대로 고수하여, 지금은 모욕을 당하지만 언젠가는 큰소리 칠 날이 온다. 1970년에 이런 점을 극단적인 분위기로 몰고간 사람이 미시마 유키오이며, 동시에 젊은이들 사이에는 천왕 존재에 대한 의심과 함께  천왕이 유명무실 해지기 시작했다.

야수마사 모리무라는 1990 년대 부터 흉내 퍼포먼스를 시작하는데, 일본은 패전하고  한국은 탈 식민지화 되면서, 기본적으로 흉내를 낼 나라가 필요했다. 이제 일본도 한국도 그전의 상태로 못 돌아가며, 과거의 나라를 가지고 imaging 하기가 힘들다. 식민지 전 상태로 못 돌아가고 새 모델을 찾아야 했던 한국은 그야말로 chaos 였으며, 미국식 자본주의를 쫒다가 독재로 빠진다.

일본도 전후인 1950년 대에 role model  이 필요했고, socialist 국가를 model 로 삼고, 사회당 socialist party 가 제 1당이 된다.  50-60년대 일본은 좌파가 주류였고 학생운동이 엄청나게 일어난다. 부르조아 타파, 천왕 계급 타파의 분위기에서 17살 극우파 청년에 의해 사회당 당수인 아사누마 Asanuma Inejiro 가 1960년에 암살 당한다. 당시에 일본에서 유학한 한국 대학생들이 건너와 사회주의 model 을 세운다.

일본의 자존심은 역사가 깊다.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억울한다는 느낌이 아직도 계속된다. 구국적인 작가 미시마 유키오도 1960-70년대에 일본이 미국의 조정을 당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미국에게 큰 소리칠 수 있는 수상이 나오면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2차 대전 후에 많은 나라들이 탈식민화, 패전국이 되면서 자국의 힘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라는 국가적인 dilemma 에 빠진다. National liberation, independence 의 이름 하에 개개인의 class issue 가 무시된다. 우선 급한 것이 나라의 힘을 키우는 것인데, 여성 문제니 민주화니 하는 것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단 모든 것 참고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Atom 만화 처럼 미국을 상대할 힘을 빨리 키워야 한다. 한반도는 북한 대치의 특수 상황이므로 국방력이 우선이 된다. 이렇게 nationality 를 밀어 부치는 가운데 여성 남성, 부자 가난한자, 배운자 못배운자의 issue 들이 덜 중요하게 취급된다.

나라 nation state 는 실체가 없는 imagined community 이다. 문제는 ‘누가 그 커뮤니티를 상상하나? Who imagined the community?’ 이다. 나와 내 옆집 사람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서로 틀리다. 모리무라는 imagination 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동상이몽으로 서로 다른 꿈을 꾼다.

모리무라가 사회당 총수의 암살 사건을 가져다가 2006년에 퍼포먼스 한 이유는 ‘21세기 일본은 어떤 일본을 꿈꾸나?’ 를 질문하기 위해서 였다. 일본인은 정치에 관심도 욕망도 없다. 개인이 느끼는 불행이 너무 크므로 나라가 나를 어떻게 해줄 것 같지 않다. Bubble 경제가 꺼지면서 경제에 너무 시달려 국가에 대한 꿈을 접는다. 대다수 개인은 일본이라는 꿈을 꾸지 않으며 엄청난 허무주의 nihilism 에 빠져 있다. 더 이상 나라에 대하여 imagine 하지 않는다. 그런데 모리무라가 뜬금없이 이런 문제를 들고 오는데, 일본 사람들에게는 다른 방법으로 작동된다. 
 
모리무라가 미국에서 Seasons of Passion A requiem/Mishima 작품에 대한 강연을 했을때, 일본의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대다수 미국인 관객들에게는 마치 이 작품이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것 처럼 비추어졌다. 또한 강연을 들으러 온 일본인들은 영사관 근무자, 공무원들로서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하여 열심히 imagine 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살율이 높은 일본은 허구 헌날 사람이 죽으니까 늘상 있는 일이라 별 관심을 두지 않으며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래서 모리무라가 들고 들어오는 여러 layer 가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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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무라의 흉내내기와 우리의 흉내내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배우는 과정이 흉내로 일관됩니다.
수영 코치의 폼을 그대로 따라 해야 속도가 나고,
피아니스트의 감정 표현하는 제스쳐를 눈여겨 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내세우는 role model 을 쫓아 하기에 바쁩니다.

우리는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읽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처음엔 열심히 흉내를 내지만 나중엔 자기의 것이 됩니다.
그때에는 흉내를 조금 덜 내고, 자신의 몸짓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그것조차 아무 것도 아님을 느끼는 순간이
또 오겠지요. 우리 시대의 달인과 성인 들만의 소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나 멋있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흉내내기의 정점에 서서, 이제는 그것을 벗어 가려는,
벗어 가고 있는 분들을 뵈면, 저는 그분들을
흉내내기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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