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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로 펀(fun)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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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270회 작성일 10-08-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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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 증권시장에서 한국투자자처럼 줄기차게 펀드를 팔아치운 나라도 별로 없다. 전 국민이 예금과 적금을 해약해 펀드에 돈을 부을 정도로 열기가 높다가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뀌자 펀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펀드를 팔아야 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가며 사고, 반대로 펀드를 매수해야 할 때 환매에 나섰다. 덕분에 한국의 펀드투자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은 고스란히 외국인 차지가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점에 한국주식을 사모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왜 펀드투자에 실패할까. 한마디로 지수가 고공행진을 할 때 가입을 하고 폭락할 때 서둘러 빠져나오는 탓이다. 증시예측은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닌데, 투자자들은 ‘사이비 교주’들의 허황된 예언에 농락을 당한다. 족집게라고 소문난 펀드매니저가 사실은 다트게임 확률보다 못하고, 유명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높게 나타날 확률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에 불과하다면 믿겠는가.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1990년대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다트보드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4명의 전문가가 선정한 주식을 다트를 4번 던져 나온 주식과 비교했다. 처음에는 전문가들이 약간 나은 성적을 올렸지만 최종 분석결과를 보니 다트가 앞섰다. 다트보드뿐 아니다. 앵무새나 원숭이에게 무작위로 종목을 찍게 하고, 해당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니 전문가들 보다 훨씬 앞섰다는 실험결과도 나왔다.


 윌리암 셰든은 1991~1995년까지 5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던 주식형펀드를 모두 분석했다. 첫해에 상위 절반 안에 드는 펀드는 50%였다. 2년 연속 상위 절반 안에 든 펀드는 27%, 3년 연속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린 펀드는 17%, 4년과 5년 연속 상위 절반 안에 든 펀드는 각각 4%와 3%였다. 얼핏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이 확률은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과 별 차이가 없다. 펀드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최우수 펀드라고 자랑하는데 대해 한번 쯤 의심의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소규모 펀드를 잔뜩 만들어놓고, 그 중 몇몇 펀드가 높은 수익률이 난 것을 갖고 허풍치는 사례가 많다.


 토머스 키다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생각의 오류』라는 책에서 혼돈과 복합성이라는 2가지 이유 때문에 세상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특히 주식시장은 탐욕과 두려움, 미신과 같은 여러 감정과 동기가 녹아있어 과학적 분석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예측을 믿는 이유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나머지 용한 무속인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인간은 불확실성을 혐오하고,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중시한다.


 증시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아이작 뉴턴은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주가를 결정하는 돈의 흐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심리적 요인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주가는 술 취한 사람처럼 움직여 예측이 어렵다는 ‘Random Walk Theory(랜덤워크 이론)’가 있다. 주식투자는 승산이 없는데도 카지노에 가는 심리와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펀드에 가입함으로써 실패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 펀드는 주식에 투자되는 상품이기는 하나 주식과는 다른 투자상품이다. 주식은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지만 펀드는 가입 또는 환매에 걸리는 시간이 1~2일 소요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러한 펀드의 특성을 간과하고 단기적인 시장예측으로 주식처럼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펀드투자에서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행에 따라가는 투자습관 때문이다. 수익이 난 펀드들은 그 시점에서 평가한 수익률은 상위이지만 과거 오르지 못하고 천대받았던 시간이 짧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과거 수개월에서 수 년 동안 오르지 못했던 구간을 잘 참아냈기 때문이다. 참고 버티는 노력도 없이 그 시점에서 수익률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것 자체가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펀드는 단기에 승부를 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최소한 3년 이상 투자해야 웃을 수 있다. 오래 참고 버텨야 한다.
 특히 적립식펀드를 하는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하락장은 뒤집어 생각하면 같은 돈으로 주식을 더 많이 살 수 있는 기회다. 적립식투자를 할 때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납입을 중단하거나 해약할 이유가 없다. 하락장은 오히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펀드의 수익률이 플러스일 때 보다 오히려 마이너스일 때 즐거워하는 투자자가 제대로 된 적립식펀드 투자자다.


 장기투자는 결국 비용과의 싸움이다. 복리효과로 인해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효과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크다. 펀드에 1억원 가입하면 내야하는 수수료는 연간 최고 10여만원에서 최고 350만~400만원선까지 천양지차다. 아무리 우수한 펀드매니저가 운용을 한다 해도 길게 보면 수수료를 능가하기 어려운 법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 내는 수수료는 1회에 그치지 않고 매년 내야 한다. 이익이 나도 내지만 손실이 나도 수수료를 뗀다. 수수료를 1년에 10여만원 떼는 펀드와 수백만 원인 펀드를 오래 묵혔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극단적으로 말해 장기투자한 펀드는 수익이 신통치 않으면 수수료부담으로 원금이 제로가 될 수 있다. 수수료가 비싼 펀드는 고객이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회사 자산운용사만 배 불리는 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유명한 펀드라고 해도 대부분 주가지수를 저절로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인덱스펀드조차 이기지 못한다. 인덱스펀드는 시장포트폴리오에 분산투자하면서 거래비용을 최소화해 복리효과를 높이도록 만들어진 펀드다. 2009년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 215개 가운데 최근 1년간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웃돈 펀드는 고작 19%인 40개에 그쳤다. 외국은 더하다.


 주가예측은 전문가에게조차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시장 평균 수준으로 수익을 추구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투자가 최선이다.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펀드를 인터넷으로 가입해 장기투자한다면 성공확률이 높다.

 지난 30년간 인덱스펀드는 미국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연기금, 보험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가장 선호하는 주식형펀드로 자리 잡았다. 뱅가드의 S&P500펀드는 가입액 10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의 인덱스펀드로 유명하다. 인덱스펀드는 앞으로 10년간 2배 이상 규모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인덱스펀드와 함께 상장지수펀드(ETF)도 앞으로 각광받을 투자상품이다. ETF는 코스피 같은 지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단기에 ‘대박’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 매일 사고팔 수 있고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크게 저렴하다는 게 매력이다. 시장수익률만 따라가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ETF를 매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세계적인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조차 인덱스펀드를 가장 우수한 금융상품으로 꼽았다. 버핏이 2009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마치고 CNN과 인터뷰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주식을 살 때인지 팔 때인지 누군가 알려줄 거라도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주식중개인이든, TV나 신문에 등장한 누구든, 이웃이든, 그 누구도 주식을 살 때인지, 팔 때인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량기업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면, 그리고 개인적 비용, 매매비용이나 운용비용을 아낀다면 30~40년 후에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범한 얘기 같지만 투자의 현인다운 충고다. 펀드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앞으로 꼭 성공하고픈 투자자라면 금과옥조로 삼을 만하다.


 다음은 주가가 한창 어둠 속을 헤매던 2008년 3월 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LA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 일부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진지하게 경청해볼 만한 내용이라 여겨진다.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유대인에 필적하는 중국인의 상인 DNA를 주시해야 한다. 1845년 난징조약 이후의 100여 년을 제외하고는 절대 강대국이었던 그들의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13억 인구가 가져올 엄청난 시장의 확대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이 세계경제의 축으로 부상하던 1900년대 초, 그리고 일본 소니가 DR(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하면서 세계무대에 도전을 할 무렵인 1960년대 중반에도 세계증권시장은 폭락을 했다. 미국과 일본도 그 당시 유럽인의 시각에서 보면 신흥시장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및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지역으로 경제의 축과 힘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난기류라고 볼 수 있다.


 어느 경제 어느 시장이나 문제점은 있고, 시장은 등락을 반복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문제를 만든 미국시장보다 신흥시장이 더 크게 하락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시장이 교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본시장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꽤 시간이 지난 글이지만 지금의 상황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미국의 투자 대가 워렌 버핏과 한국의 대가 박현주 회장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화두는 ‘소신’과 ‘장기투자’다. 주식투자는 다수결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시장을 꿰뚫는 눈을 가진 창조적인 소수가 승리해왔다. 세상이 요동을 치고,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쓸려도 ‘내일 세상이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생각을 가진 소수의 장기투자자들이 결국 사과를 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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