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복(福)일까 화(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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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344회 작성일 10-08-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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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미국 덴버공항을 이륙하려던 DC-10 여객기가 갑자기 추락해 28명이 사망했다. 원인은 놀랍게도 추운 날씨로 인해 날개 뒷부분에 결빙된 작은 얼음조각이었다. 비행기가 속도를 높이자 얼음조각 주변에 작은 공기 소용돌이가 생겼고, 이것이 비행기를 추락시킬 정도의 난기류로 확대되었다. 요즘 대두되는 ‘복잡성 과학’은 이러한 다양한 영역의 복잡성을 하나의 틀로 정리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알아맞히려는 노력은 인간의 오랜 염원이지만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움직이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이론’이 있다. 복잡한 변수 때문에 1개월이나 1년 후의 정확한 기상예보가 불가능하듯이 주식이나 부동산, 경기의 장기적인 예측은 인간의 능력 밖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그레고리 맨큐(Mankiw) 하버드대 교수는 1989년 논문을 통해 “2007년까지 미국 주택가격이 47% 하락할 것”이라 전망한 적이 있다. 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집값이 상승한 것은 베이비붐세대들이 결혼하면서 신규주택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주택 장만이 끝났기 때문에 이들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20년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베이비붐 세대들은 더 넓은 주택을 장만하고,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다. 맨큐의 예상을 비웃듯이 주택가격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맨큐는 “최악의 예측을 한 경제학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맨큐 교수뿐만 아니라 증시와 경제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많았지만, 대부분 망신으로 끝났다. 집값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을 그리는데, 특정변수만을 과도하게 강조해 부동산시장을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엉터리 전망이 난무한다.
‘한국의 집값은 반토막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부동산 폭락론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인구, 주택통계와 관련된 변수로 폭락을 예상한다.
첫째 인구가 2018년에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절대인구수가 감소하므로, 주택소비감소로 인해 집값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일본의 주택가격이 1990년대 정점을 보인 후 2006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 점을 좋은 예로 들고 있다.
둘째, 주택수요는 35세를 전후한 연령층이 주요 수요층인데 저출산현상으로 인해 35세 내외의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집값은 급격한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설명이다.
셋째, 초고령화 사회의 진행으로 60세 이상 노년층은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주택을 우선 처분하는 대신 금융상품 비중을 높임으로써 집값 하락을 부채질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미분양아파트에다가 보금자리주택, 신도시개발을 통해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면 구조적 공급과잉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집값이 급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이를 일축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구수만 놓고 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구수는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핵가족화, 이혼율 및 독신세대의 증가로 향후 20년간 가구분할 현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집값이 급락하느냐는 반론이다. 세계적인 경기예측학자인 해리덴트는 『불황기 투자대예측』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부동산, 특히 수도권은 일본과 닮은꼴을 보이는 인구통계추이를 고려할 때 2020년까지 집값이 내리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신도시 등 대량공급과 미분양과다로 공급과잉상태에 빠졌다는 주장도 ‘통계적 착시’라고 주장한다. 2008년 주택보급률은 전국평균 100.7%로 OECD 평균인 115% 수준에 한참 미달한다. 특히 서울은 93.6%, 경기 96% 등 수도권은 95.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구 1000명 당 주택수를 살펴보아도 미국 424, 프랑스 490, 도쿄 503 가구에 비해 한국 285, 서울 236가구에 그친다. 한마디로 주택공급량만 놓고 보면 선진국에 비해 3분의 2 내지 절반 정도다. 우리나라 집값이 오를 때 급등하고, 내릴 때 완만하게 하락하는 이유다. 특히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은 10년 이내에 집값 급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로 인해 부동산시장이 곧바로 하향세로 급변하거나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한계를 지녔다”고 지적했다. 역사의 흥망성쇠가 이러한 인간 본성의 허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 관계자나 좌파성향의 학자들은 부동산 급락론에 기우는 경향이 있고, 부동산업계나 시장주의자들은 수도권등 일부지역에서는 부동산이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관변단체나 연구소 컨설팅회사들은 대체로 ‘하향안정’쪽이다. 냉정히 시장을 내다보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한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부동산은 국가경제에 큰 짐이다. 부동산이 급락해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만, 반대로 급등하면 임금 및 물가 상승, 기업경쟁력 약화, 빈부격차 확대 등 헤아릴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당위론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장은 누가 뭐래도 시장이 흘러가고 싶은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경제는 유기체여서 뜻하지 않은 곳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많다. 부동산 급등론이나 급락론이나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남의 말에 휩쓸리지 말고 각자 냉정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
집값의 흐름은 사실 경기회복의 속도와 폭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집값을 결정하는 변수는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다. 그런데 수요는 종국적으로는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집값의 추가상승은 어렵다는 얘기다. IMF(국제통화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1% 증가는 실질 집값을 1.1% 올린다. 일부에선 투기심리만으로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득의 뒷받침 없는 집값 상승은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진다. 한국이 전체적으로 인구가 감소를 해도 기업과 인구를 유치한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득이 늘지 않거나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은 하락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의 부동산 값은 전체적으로는 하향추세이지만, 일부지역은 지속적으로 상승커브를 그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 가계는 자산구조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 부동산 평가금액이 금융자산의 3배가 넘는다. 재산=부동산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 편중이 심각하다. 미국 가정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33대 67로 금융자산이 부동산의 2배가 넘는다. 일본은 39대 61로 미국의 비율에 접근해가고 있다. 노후 자산관리의 원칙은 부동산과 금융의 균형이다.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으면 노후에 현금화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부동산의 급등락에 따라 자신의 노후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값비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노후를 ‘부동산 거지’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니 당장 쓸 돈이 부족하다. 한국에는 이런 노인들이 너무 많다. 유산으로 남겨준들 공연히 후손들의 재산싸움만 붙일 가능성이 크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포트폴리오의 재조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나이가 들수록 예금, 주식, 부동산과 금, 은 등 실물자산을 균형 있게 보유하는 것이 좋다. 젊은 시절에는 자산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망이 좋은 자산을 과잉보유했다고 해도 노후에는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편식은 건강에도 위험하지만 노후생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좋던 나쁘던 별개의 문제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북방 국경에 점을 잘 치는 늙은이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기르는 말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도망쳐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 너머로 가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고 동정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알겠소”하고 조금도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뜻밖에도 도망갔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한 필 끌고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축하했다. 그러자 늙은이는 “그것이 또 무슨 화가 될는지 알겠소”하고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늙은이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불구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그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라며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런지 1년이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 쳐들어왔다. 장정들이 싸움터에 나가 대부분 전사하였는데 늙은이의 아들만은 장애인이어서 부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새옹지마의 교훈은 수많은 사건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부동산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장기투자해야 승산이 있다. 남들이 투자하는 호황기에 자산을 팔고, 모두가 겁을 먹고 부동산을 투매하는 침체기에 알짜 부동산을 저가에 매수하는 방식은 대부분 성공을 가져왔다. 지금이 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거나, 집 값이 대폭락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잘 새겨들어야 한다.
부동산투자의 기본은 ‘내 집 마련’이다. 젊은 시절 내 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조이는 것은 강제저축으로서 의미가 있다. 형편에 비해 비싼 집이지만 오랫동안 절약해서 대출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진짜 ‘내 집’이 된다. 재테크란 별다른 게 아니다. 성실하게 살며 빚 갚고 저축하는 거다.
회사에서 사원에게 공짜로 빌려주는 사택에 오래 살게 되면 나중에 궁핍해지기 십상이다. 내 집 마련 과정에서 거쳐야 할 처절한 절약정신이 몸에 배지 않았기 때문에 ‘내 집’이 주는 소중한 의미를 잘 모른다. 반면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로 쫓겨 다니던 사람은 집 없는 서러움을 뼈 속 깊게 체험한 사람들이다. 전세금도 재산이다. 알토란같은 종자돈이다. 이들은 공짜 임대주택에서 사는 사람보다 재산형성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외람된 얘기지만, 무주택자는 집값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집 값이 폭등하던 폭락하던 자기가 사는 집이면 오르고 내리는데 연연할 이유가 없다. 부채가 너무 많지 않다면 말이다. 집은 정서적 육체적 안정을 주는 매개체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체는 생활에 자신감을 주게 되고, 불안감을 덜어준다. 특히 아파트는 유가증권처럼 뛰어난 환금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노후에 ‘주택연금(역모기지론)’에 가입하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월 일정금액을 연금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은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한다. 주택제공자가 사망한 후 집을 판 돈이 대출금 보다 적더라도 다른 재산상의 불이익이나 상속인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는다. 내 집 마련은 재테크의 에너지이자 노후를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내 집부터 마련한 뒤 다른 투자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 하락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과도하게 빚내서 부동산 투자하는 것은 신용으로 주식투자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노후에는 임대사업이 매력적이다. 독신가구 수의 증가로 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다. 대학가 주변의 원룸임대도 추천할 만하다. 위험부담이 적어 부동산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가능한 사업이다. 노후에 중요한 것은 자산의 규모 보다 현금흐름이다. 소형주택 임대사업은 매월 일정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임대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발품을 팔아 유망지역을 점찍어 두는 것이 좋다.
부동산에 대한 과잉애정도 곤란하지만 부동산을 지나치게 백안시하면 노후에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실물경기처럼 부동산경기도 저점과 고점이 주기적,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부동산은 고가인데다, 세금 등 거래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타자산 보다 ‘무겁고 느리게’ 움직인다. 한 번 움직이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추세성이 강한 만큼 장기국공채와 마찬가지로 느긋하게 장기투자해야 한다. 부동산의 3대가치인 내재가치와 희소가치, 미래가치를 가진 부동산을 선별해 장기보유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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