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여름밤의 불청객’ 불면증 그 정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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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2,123회 작성일 10-08-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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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나는 푹 자지 못했다. 그러나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20년 전 맏아들을 출산하기 얼마 전부터 계속된 일이다. 그때부터 나는 잠들지 못하면 어쩌나, 다음날 너무 피곤해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어쩌나를 걱정하며 수많은 밤을 보냈다. 매일 아침 나는 마약을 찾는 중독자 같은 간절한 심정으로 커피잔을 들곤 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도 별 위안이 되지 않는다. 美 국립 수면장애 연구센터의 칼 E. 헌트 소장에 따르면 그런 미국인이 7천만명이나 된다. 오늘도 미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엎치락 뒤치락 하며 밤을 지새울 것이다.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충분한 휴식을 방해하는 신체적 이상을 갖고 있는 ‘수면장애’ 환자들이다. 그 나머지 경우는 잠들지 않는 세상, 즉 전등빛·케이블TV·인터넷·e메일·장거리 여행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커피전문점이 잘 되고는 있지만 수면 문제는 공중보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이 분명하다. 현재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정도로 1백년 전보다 약 90분 짧아졌다. 수면 감소는 교통 사고율과 작업장 내 사고율 증가라는 큰 대가를 불렀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이상 지내는 것은 혈중 알콜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만큼 작업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 수면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관상동맥 질환·심장마비·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도 나오고 있다. 또 헌트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비만과 당뇨병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걱정할 것이 많으니 이제 나는 정말 잠을 못 잘 것 같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잠을 방해하는 원인들이 규명되면 될수록 과학자들은 수면 문제를 해결할 단서들에 점점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최근의 연구결과 중 하나는 인간 뇌 속에 있는 ‘수면 스위치’의 발견이다. 덕분에 우리는 잠을 조절하는 생체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 스위치를 직접 조작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의학적으로 규명된 수면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경우라도 다른 요인들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휴식을 방해할 수 있다. 카페인·흡연·음주·운동부족 및 불규칙한 근무시간, 자녀 출산, 그리고 심지어 불편한 침대 매트리스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중 일부는 너무 사소해 보여 많은 불면증 환자들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질병처럼 수면 문제도 고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각각의 사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내 경우는 상당히 전형적이다. 나는 잠잘 시간에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라벤더향 베개를 사용하거나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등 나만의 치료책을 찾으며 여러해를 보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효험이 없었다. 그래서 몇주 전 보스턴 소재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메디컬 센터내 수면장애 클리닉의 진 매티슨 소장을 찾아갔다. 몇해 전부터 알고 지내온 매티슨은 그 클리닉에서 수면 검사를 받게 해줬다. 그녀는 완치를 장담하지 않았지만 수면 검사로 문제의 원인을 더 잘 파악하고 나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는 美 수면의학회가 공인한 수면장애 클리닉이 수백개나 있지만 1차 진료기관의 의사들이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즉각 수면 전문의에게 보내는 일은 아직 흔치 않다. 이것은 수면 문제가 의대에서 전문적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우울증 같은 심리장애로 오진되거나 며칠 휴가를 다녀오면 나을 것이라는 성의없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수면 연구의 선구자로 스탠퍼드大 수면연구소를 설립한 윌리엄 디멘트 박사는 수면에 대한 지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생각할 때 이런 인식 부족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지난 25년간 발견된 사실들을 널리 알려 일반인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디멘트의 동료인 프랑스 출신 신경학자 크리스티앙 길레미노는 파리에서 의대에 다니던 시절 이 분야를 연구하려는 자신을 만류했던 어느 교수를 떠올렸다. 그 교수는 “잠은 늘 꿈을 꾸는 몽상가에게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꿈은 그동안 디멘트와 길레미노 같은 수면 연구자들이 밝혀낸 많은 수면의 비밀 중 한가지일 뿐이다. 약 50년 전만 해도 잠은 의식이 아닌 것만 확실할 뿐인 일종의 블랙홀로 간주됐다. 그러나 1950년대에 이르러 학자들은 그 블랙홀에서 회색빛, 심지어는 희미한 무지개 색깔까지 보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은 뇌파 기록장치의 개발로 가능케 됐다.1950년대 디멘트와 동료들은 수면 중의 뇌가 특정 주기를 반복하며 REM(급속안구운동) 단계 도중 꿈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REM 단계란 신체가 사실상 활동을 멈추는 반면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수면상태를 말한다. 4단계로 구분되는 非REM 수면에서는 뇌 활동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반면 신체는 계속 움직인다. 대개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 여러차례 그같은 상태들을 거친다. 그러나 때로는 주기가 잘못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REM 행동장애 환자들은 REM과 非REM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 잠을 자면서 꿈을 행동으로 옮긴다. 꿈을 꾸면서도 신체의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더욱 최근의 획기적인 발전은 수면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밝혀진 것이다. 하버드大 신경병학자인 클리퍼드 세이퍼와 그가 이끄는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메디컬 센터 의료팀은 그것을 ‘수면 스위치’라고 부른다. 그것은 ‘뇌 중의 뇌’로 불리는 시상하부 앞부분의 세포 덩어리로 수면상태에서는 활동이 왕성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에는 활동하지 않는다. 이 세포들은 동물과 사람을 계속 깨어 있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시상하부 뒷부분의 세포들과 화학적으로 연결된다. 시상하부 앞부분의 신경세포들이 화학적 신호 전달물질을 내보내면 이 물질이 시상하부 뒷부분으로 이동해 그곳의 활동을 정지시켜 잠을 자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세이퍼의 연구팀은 비슷한 과정이 역으로 이뤄져 사람을 깨어 있게 만드는 모델을 선보였다. ‘수면 스위치’가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는 생체시계인 자체적인 생물학적 주기에도 반응한다. 사람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려면 약 24시간의 주기 내에 일정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해야 한다. 이 주기 중 가장 졸리는 시간은 늦은 오후 시간이 아니라 새벽 무렵이다. 세이퍼는 “계속 잠을 자게 하기 위해서는 잠을 깨기 직전에 잠을 자려는 주기적 욕구가 최고조에 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신이 제일 흐려지는 시간에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진다. 반면 하루 중 가장 졸리지 않는 시간은 일상적인 취침시간 직전이라고 세이퍼는 말한다. 예를 들어 평소 취침시간이 밤 11시라면 10시 정도에는 깨어 있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그런 욕구가 없다면 그 시간이면 벌써 곯아떨어지게 된다. 세이퍼는 잠들기 전 이 한시간 정도를 신체가 스스로 잠들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손대지 말라는 의미에서 ‘금지 시간대’라고 부른다. 이 주기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취침시간을 달리함으로써 규칙적으로 그 주기를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생물학적 주기를 직접 시험해보고 싶다면 금·토요일에는 늦게 잠자리에 들다가 일요일 밤엔 다음날 출근을 생각해 다시 평소처럼 조금 일찍 잠을 청해보라. 분명 잠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요일에 ‘금지 시간대’를 어겨 잠을 못 이루는 현상을 ‘일요 불면증’이라고 부른다. 수면장애증도 생물학적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지연 증후군 환자(소위 ‘올빼미형’)들은 생체시계가 하루 24시간 주기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설명한 수면부족 후유증·수면 스위치·생물학적 주기가 기분·스트레스·인지력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녀 문제가 있거나 주택융자를 받아 이자 붓기가 힘들다거나 직장에서 떠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경우에는 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 잠을 설치지만 그런 것은 삶의 일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잠을 잘 못자는 상태가 몇주 내지 몇달간 계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내가 수면장애 클리닉을 찾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클리닉에 들어가기 며칠 전 나는 몇가지 지시사항을 전달받았다. 대부분은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검사 당일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고 편안한 잠옷을 가져오라는 등. 그러나 그중 한가지는 정말 끔찍했다. 정오 이후 카페인을 금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몇년간 매티슨은 친구로서 내게 카페인을 줄이라고 충고해왔지만 그래도 나는 하루 커피 3잔을 마시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수면 검사의 첫단계는 ‘수면력’(睡眠歷) 조사였다. 잠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잠이 든 뒤 자주 깨는가. 잠을 청할 때 다리가 불편해지는가. 코를 고는가. 낮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드는가. 그 질문들은 수면무호흡증(자는 동안 수시로 호흡이 멎는 증상)이나 하지불안 증후군(종아리에 통증이나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증상)처럼 질병으로 분류되는 진정한 수면장애증을 골라내기 위한 것이었다. 수면 검사에는 또 병력과 일반적인 건강진단이 포함된다. 매티슨은 하루 일과·습관, 그리고 질병에 대해 질문했고 내가 약을 복용하는지도 물었다. 수면 문제는 신체적·정신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그 요인들을 찾아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사 당일 밤 실험실에는 나 외에 3명의 환자들이 있었다. 실험을 담당하는 멜리사 내피가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내 머리·아래턱, 그리고 다리에 전극을 꽂고는 비강호흡 측정을 위해 코 밑에 튜브를 테이프로 붙였다. 내피는 또 호흡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내 가슴 윗부분과 복부 둘레에 밴드를 두르는가 하면 코를 고는지 알아내기 위해 내 목에 소형 마이크를 달았다(코를 곤다면 수면무호흡증이 되기 쉽다). 이 장치들은 모두 실험실 밖에 있는 모니터들에 연결돼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내피는 밤새 나를 관찰했다. 나는 거추장스러운 장치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깨어났을 때 푹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깬 것도 새벽 5시쯤 단 한차례였던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고는 곧장 다시 잠들었다. 내게는 거의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았던 7시간이었다. 그러나 관찰 결과는 그동안 상당히 많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끝부분에서 다시 설명하겠다).지금 우리가 잠에 대해 아는 것의 대부분은 그런 수많은 임상 관찰의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는 하루 네댓시간의 잠으로 버틸 수 있다고 떠벌리는 ‘A부류’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大 스쿨 오브 메디신의 정신과 교수인 데이비드 딘지스는 “하루 네댓시간의 잠으로 버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그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과 같은 식으로 잠을 자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하루 한두시간씩 잠을 줄이는 사람들은 결국 40시간을 계속 깨어 있는 사람만큼 잠이 부족한 상태가 된다고 딘지스는 지적했다. 그것은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태다. 카페인이나 다른 자극제는 그런 증상을 일시적으로 감춰줄 뿐이다. 최근 하버드大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전날 밤 배운 것을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업무 효율성과 非REM 수면의 제2단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파워 낮잠’(1시간 내의 낮잠)이 업무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하버드大 메디컬 스쿨의 정신과 조교수 로버트 스틱골드는 “일에 몰두하다가 뇌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때 잠시 낮잠을 자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파워 낮잠’은 예외적인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2천만명 이상이 저녁 교대근무나 심야 교대근무를 한다. 연구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이 수면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야간 경비원의 경우는 수면장애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며 버스 기사나 여객기 조종사, 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병원 레지던트의 경우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요즘 미국에서 소아과나 흉부외과 같은 전문분야에서 3∼7년을 훈련받는 수련의들은 주 1백시간 이상을 밤낮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수면 문제를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잠의 원리도 점점 더 많이 밝혀지고 있다. 어쩌면 그것을 기초로 잠이 드는 자연적인 과정을 거의 그대로 모방한 수면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몇년 사이에 밝혀진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심각한 수면장애인 수면발작증에서 나왔다. 오하이오州 신시내티의 변호사인 밥 클라우드(58)는 지난 수년 동안 말을 하던 도중 잠이 들곤 했다. 그는 재판에서 최종 논고가 진행되는 동안 곯아떨어지기도 했고 판사와 면담 도중 잠에 빠지기도 했다. 클라우드 같은 수면발작증 환자는 ‘탈력발작’(脫力發作)에 시달리기도 한다. 탈력발작이 일어나면 의식은 있지만 몸이 마비돼 그냥 땅에 주저앉게 된다. 탈력발작은 주로 흥분상태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클라우드는 자녀들과 야구게임을 할 수도 없다. 수면발작증 환자를 위한 상조단체인 나르코렙시 네트워크의 회장으로 활동하는 클라우드는 “자녀들과 야구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고조되면 탈력발작이 일어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그는 새로운 약 덕분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스탠퍼드大의 에마누엘 미뇨 박사 팀은 지난 1999년 10년간의 연구 끝에 수면발작증을 갖고 있던 개에게서 그 증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 유전자는 하이포크레틴 또는 오렉신(같은 해 서로 다른 실험실에서 발견돼 각기 이름이 붙여졌다)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로 판명됐다. 수면발작증을 가진 개에게서 발견된 그 수용체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하이포크레틴이 결합될 수 없었다. 미뇨팀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몇주 뒤 텍사스大 사우스웨스턴 병원의 한 팀은 생쥐의 하이포크레틴을 유전공학적으로 비활성화시켰을 때도 수면발작증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뇨 팀은 개에게서 유전자를 발견한 다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2000년 수면발작증 환자 9명 중 7명에게서 하이포크레틴 수치가 측정불가능할 정도로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세이퍼의 ‘수면 스위치’ 모델과 맞아떨어졌다. 세이퍼는 뇌에서 깨어 있는 상태로 스위치를 올리는 역할을 하는 시상하부의 화학물질이 바로 하이포크레틴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또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오랫동안 깨어 있도록 하는 약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약을 개발하려면 ‘왜 인간은 잠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가장 기초적인 의문부터 풀어야 한다. 미뇨는 “그것이 마지막 남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세이퍼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낮 동안에 뇌의 신경세포가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분자를 방출해 쌓아두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세이퍼는 그것이 백묵으로 글을 적는 흑판과 같다고 말했다. 비어 있는 공간을 글로써 채우고 나면 더 이상 필요없는 글들을 지우는 방법이 없을 경우 이미 쓰인 글 위에 겹쳐쓸 수밖에 없다. 세이퍼는 “정상상태를 유지하려면 쌓여 있는 모든 신호를 지우고 필요한 정보는 오래 남는 기억으로 변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 중에 뇌세포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인 듯하다. 만약 그 가설이 옳다면 잠은 지금까지 간주됐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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