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학일반 양의학에서는 병(病), 한의학에서는 증(證)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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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613회 작성일 10-08-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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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학의 병명은 대개 신체구조에 병리 상태가 결합된 방식으로 표현되어진다
(예 : 위+염, 폐+결핵 등).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학에서는 병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신체의 특정한 구조를 밝혀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국소적인 부위에 대한 수술 혹은 양약(良藥) 등의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진단과 치료는 서로 맞물려서 같이 발전하여 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치료는 각자에 맞는 진단방법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고, 치료방법이 다르면 동일한 질병에 대한 진단의 표현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표현은 그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과학이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심혈허증(心血虛證)이라는 진단이 매우 생소하게 들리지만, 이는 100년 전만 해도 매우 친숙한 진단명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이 서구화되면서 어느덧 심혈허증이라는 한의학의 진단명은 어렵게 들리고 심장판막증이나 신경 쇠약증과 같은 병명이 오히려 친근하고 그래서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첨단과학 시대에 접어든 지금, 한의학서는 왜 여전히 그와 같은 생소한 진단을 고집해야 하는가?
한의학 형성시기 의학자들은 질병의 현상과 그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의 과정을 해부학적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몸의 어디를 눌렀더니 어떻게 되더라, 혹은 무슨 풀을 먹었더니 어떻게 되더라는 경험적 사실들만이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들이었는데, 그러한 경험적 사실들은 우리 인체의 감관을 통해서만 느껴졌던 것이고, 그래서 그 치료의 경험과 그를 위한 진단 역시 우리들의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의 집합은 해부학적 구조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기능이상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양의학의 병으로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증상과 징후를 나타내는 본질적인 변수인 증(證)의 형식으로만 파악되기 때문이다. 즉 ‘침을 어디에 놓았더니 해부학적으로 어느 장기와 조직이 어떻게 반응하고, 인삼을 먹었더니 해부학적으로 어느 장기의 어느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키더라’고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인체의 질병을 제어하는 그러한 치료 방법이 느껴지는 형식과 같은 패턴을 가지는 증(證)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의학은 약 2천 년 전부터 단순히 개별적인 증상들에 얽매이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차원에서 벗어나, 그러한 증상들 사이의 내재적인 관계에 착안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내재적인 관계, 즉 각 증상들 사이의 상관성은 무수한 임상 경험을 통하여 밝혀지게 된 것이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든 심계(心悸), 안색창백(顔色蒼白), 불면(不眠), 다몽(多夢), 건망(健忘), 불안(不安), 현훈(眩暈), 설질담(舌質淡), 세맥(細脈) 등 증상과 증후들은 서로 비교적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발병하게 되면 그것들은 질병 상태의 변화에 따라 동시에 나타나며, 또 한방치료를 하면 동시에 해소되곤 한다. 이는 그처럼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증상들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성에 근거하여 한의학에서는 인체라는 흑상(black box)의 내부에 이러한 증상들 보다 이를 구성하는 더 본질적인 어떠한 변수가 있다고 보았으며, 그것을 심혈허(心血虛)라고 불렀다.
그것은 앞서 소개된 심계(心悸) 등 증상의 변화를 좌우한다. 그리고 실제 임상을 진행하면서 명백해진 것은 심혈허라는 이러한 새로운 변수를 운용하는 것이 인체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데에 매우 필요했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이와 같은 본질적인 변수, 즉 증(證)이 대략 400여종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증을 치료하는 약물의 조합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처방을 만들었다.
서양의학에서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질병이 발생한 구조와 그 병인(病因)을 실체적으로 확인하려 하고,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있는 그대로 두고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그대로 감관(感官)을 통하여 느끼고 정보화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질병의 실체를 추구하다 보니 신체를 국소 중심으로 분석하게 되고, 기능 중심으로 느끼다 보니 있는 그대로 총체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서양의학의 진단결과는 병(病), 한의학에서는 증(證)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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