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이 토끼의 간을 찾은 이유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454회 작성일 11-11-14 11:12
본문
양력 2월 4일이 입춘이니, 신묘년 토끼해는 이제야 밝았습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해의 간지가 바뀌는 것은 입춘을 기점으로 합니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부터 2월 3일까지는 경인년 호랑이해였으니, 이 때 태어난 아이들은 토끼띠가 아니라 호랑이띠입니다. 대체로 양력 1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띠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호는 토끼해를 맞아 토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토끼는 토끼목 토끼과에 속한 여러 동물을 아울러 가리키며, 대표적으로 집토끼(Oryctolagus cuniculus domesticus)가 가장 흔합니다. 동요에 나오는 산토끼(Lepus timidus)는 분류학적으로 집토끼와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송나라 때의 『증류본초(證類本草)』와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토끼를 다음과 같이 역동적이고 재미있게(?) 묘사해 그렸습니다.
.jpg)
요즘은 토끼가 가축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조금 망설여집니다만, 옛 문헌들은 토끼를 ‘食品之上味’, 즉 음식 중에서 가장 맛좋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식용 토끼의 사육도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토끼의 한의학적 약용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jpg)
요즘은 토끼가 가축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조금 망설여집니다만, 옛 문헌들은 토끼를 ‘食品之上味’, 즉 음식 중에서 가장 맛좋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식용 토끼의 사육도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토끼의 한의학적 약용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증류본초』에서는 토끼의 머리뼈(토두골), 뼈(토골), 뇌(토뇌), 간(토간) 및 고기(토육)로 나누어 쓰임새를 설명하였습니다. 토두골은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거나 정신병이 있을 때에, 토골은 소갈병이 있을 때에, 토뇌는 동상에, 토간은 눈이 어두운 데에, 토육은 비위를 건강하게 하고 기운이 나게 하는 데에 각각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토두골이나 토육의 쓰임새를 보면 머리 아플 때 머리뼈를 먹고 기운이 없을 때 고기를 먹는다는 식으로 직관적인 처방 같지만, 토골이나 토뇌의 효능 기록을 보면 오랜 기간 쌓인 경험의 결과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눈이 어두운 데에 토간이 효과 있다는 것은, 한의학 이론상 눈은 간과 밀접하고 간 기능이 나빠지면 눈도 안 좋아지므로 간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의미에서 쓰인 처방입니다. 판소리 『수궁가』에서는 용왕의 병을 진찰한 도사가 “진세(塵世) 산간의 토끼 간을 얻으면 차효가 있으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오면 염라대왕이 동성삼촌이요 동방삭이가 조상이 되어도 누루황 새암천 돌아갈귀 허겄소”라며 마지막 처방을 내립니다. 용왕의 병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간 기능이 크게 손상된 것이었으므로, 토간을 처방한 것은 자못 재치있다 하겠습니다.
예로부터 임신부는 토끼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증류본초』에서는 재미있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兔竅乃有六七穴 子從口出 故姙娠者禁食之(토끼는 6~7개의 굴을 파놓는데 그 구멍으로 새끼가 드나들므로 임신부는 토끼를 먹어서는 안 된다.” 즉, 토끼 굴에서 어린 토끼가 튀어나오듯이 태중의 아이가 유산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굴을 파고 사는 토끼의 습성에서 약리작용을 유추한 것입니다만, 집토끼 등 굴토끼류는 굴을 파는 데 반해 산토끼류는 굴을 파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대인들의 순진한(?) 설명이라 하겠습니다.
한편 『본초강목』에서는 이에 더해 토끼의 피(토혈)는 성질이 차갑고 활혈(活血)하는 작용이 있어 임신부의 태중에 생긴 열독(熱毒)을 해독하며 출산을 촉진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산예정일에 임박한 때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 전에는 오히려 유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토끼를 먹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