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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 사는 삼 '사삼(沙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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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419회 작성일 11-11-1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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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약재가 무엇일까요? 단연 인삼이 첫 번째일 것입니다. 그렇게 한약의 백미로 인식되고 있는 인삼을 줄여서 ‘삼(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심마니들이 외치는 ‘심봤다!’에서의 ‘심’ 또한 ‘삼’이 변형된 것이지요. 그런데 인삼 말고도 삼이라고 불리는 약재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삼(沙參)입니다.

《본초강목》에 이런 기록이 있습니다. “사삼을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더불어 오삼이라고 부른다. 그 모양은 서로 다르나, 약효는 자못 비슷하므로 모두 ‘삼’이라고 한 것이다.” 보통 만병통치약쯤으로 이해되는 인삼과 효능이 비슷하다니,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사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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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서는 잔대(Adenophora triphylla var. japonica) 또는 기타 동속식물의 뿌리를 사삼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잔대는 ‘딱주’라고도 불리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야에서 흔히 자랍니다. 그런데 잔대의 동속식물, 곧 잔대속(Adenophora) 식물은 우리나라에만 층층잔대, 넓은잔대, 당잔대, 수원잔대, 톱잔대 등 30여 종이 자생할 정도로 다양하여 분류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동의보감》에서는 잔대가 아닌 더덕(Codonopsis lanceolata)을 가리켜 사삼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 본초학에서는 잔대를 사삼, 더덕을 양유(羊乳)로 각각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의보감》의 기록과는 배치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한의학계에서는 잔대를, 민간에서는 더덕을 사삼이라고 지칭하는 웃지 못할 일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이 생기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본초강목》에 의하면, 옛날에는 사삼을 달리 양유라고도 불렀습니다. 사삼을 쪼개었을 때 양젖과 비슷한 흰색의 액즙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초롱꽃과 식물이고 뿌리가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흰색의 액즙도 마찬가지여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는 잔대와 더덕을 달리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사삼과 양유의 효능을 비교하자면, 사삼은 보음(補陰. 진액을 보충해 주는 것) 작용이 더 뛰어나고 양유는 청열(淸熱. 열을 식히는 것) 작용이 더 뛰어납니다. 허준 선생님은 보음 작용보다는 청열 작용에 무게를 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건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의 약전에서는 잔대를 사삼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덕과 잔대의 다툼에서 공정서는 잔대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그런데, 중국 약전에서는 사삼을 남사삼과 북사삼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남사삼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사삼과 같지만, 북사삼은 엉뚱하게도 산형과 식물인 갯방풍(Glehnia littoralis)입니다.

명나라 이전의 문헌에서는 사삼을 남북으로 구분한 기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약품화의(藥品化義)》를 비롯한 명·청대의 본초학 서적에서는 남사삼과 북사삼의 구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남북의 구분을 하기 전 송나라 때의 본초서인 《증류본초(證類本草)》에는 사삼이라는 제하에 잔대와 갯방풍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일찍부터 갯방풍 또한 사삼의 한 종류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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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삼이라는 이름이 ‘모래에 나는 삼’이라는 뜻임을 생각하면, 산야의 보통 흙밭에서 자라는 잔대보다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갯방풍이야말로 원래의 사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약효면에서는 남사삼(잔대)보다는 북사삼(갯방풍)이 더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일선 한방의료기관에서는 대부분 남사삼을 쓰고 있습니다. 북사삼은 ‘갯방풍’이라는 이름 때문에 오히려 방풍이라는 약재의 일종으로 잘못 쓰인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갯방풍은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식물 및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농가에서도 재배하지 않고 있어 보존이 시급한 본초자원입니다.
한편, 청나라 때의 본초학 서적인 《본초종신(本草從新)》에 이르러서는 남사삼과 북사삼 외에 공사삼(空沙參)이라는 약재가 등장하게 됩니다. 공사삼은 곧 제니(薺bon_pic3.gif)로, 잔대와 같은 속에 속하는 모시대(Adenophora remotiflora)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해서 사삼이라는 한 이름 아래 잔대, 더덕, 갯방풍, 모시대 등 서로 다른 네 종류의 기원식물이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사삼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이렇게 지면이 소모되었습니다. 사삼 뿐 아니라 많은 본초가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걸친 장구한 시간과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이르는 광활한 공간의 장벽 때문에, 이처럼 한 가지 개념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견해와 관점이 난립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의학의 특징이자 어려움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문헌과 임상 경험을 현대 과학적 연구로 검증하는 일은 지난한 도전이지만, 차분히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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