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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키고 설키는 것의 대명사 '칡넌출'로 불리는 '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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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056회 작성일 11-11-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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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시조인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입니다. 지조나 명분 따위는 저버리고 좋게좋게 얼키고 설켜서 함께 권력을 누려보자는 되먹지 못한(?)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여기에 담긴 정치적/문학적 의미는 생각지 말고, 중장에 등장하는 ‘칡(츩)’에만 관심을 갖기로 합니다.

칡은 위의 시조에서와 같이 얼키고 설키는 것의 대명사로 쓰이며, 흔히 ‘칡넌출’로 불리는 콩과의 덩굴성 식물입니다. 주변의 수풀을 휘감으며 서로 얽혀가는 모습이 어찌나 어지러운지, 칡덩굴이라는 뜻의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칡 줄기에는 뻣뻣한 털이 촘촘히 나 있어, 이를 이용해 다른 수목을 단단히 붙잡고 감아 올라갑니다. 칡은 콩과식물답게 황폐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지만, 다른 수목을 감싸고 올라가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요즘에는 문제식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참고로 칡은 얼핏 보기에는 초본(풀)인 것 같지만, 줄기 아랫부분은 겨울철에도 말라 죽지 않고 목질화되며, 오래 묵으면 지름이 10㎝에 이르기도 하는 목본(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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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칡의 여러 부위가 약으로 쓰여왔는데, 《대한약전》과 《대한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는 갈근(葛根)과 갈화(葛花)가 수재되어 있습니다. 국내 공정서에서는 칡(Pueraria lobata)만 기원종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중화인민공화국약전》에는 감갈등(甘葛藤, Pueraria thomsonii)을 따로 분갈(粉葛)이라는 품목으로 수재하고 있습니다.

갈근은 칡의 뿌리입니다. 주로 가벼운 해열 작용을 통해 갈증과 초기감기의 발열을 다스리는 데 사용됩니다. 또한, 약한불로 볶아서 사용하면 설사를 그치게 하는 데 좋습니다. 흔히 칡즙이 숙취 해소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의학에서도 갈근이 고량강(高良薑)과 함께 주독(酒毒)을 풀어 주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갈근은 일반적으로 늦겨울에서 초봄쯤에 채취합니다. 칡은 1년 동안 사용할 영양분을 겨우내 뿌리에 모아두는 까닭에, 잎이 무성할 때 캐어 보면 섬유만 가득하고 영양분인 전분은 적습니다. 그래서 영양분이 소모되기 전인 봄철에 캐어 전분이 많은 칡을 약효가 좋은 상품으로 치고, 가을철에 캐어 섬유질만 많은 칡은 시갈(柴葛)이라고 하여 하품으로 칩니다.

칡 뿌리는 전분량이 20%에 이를만큼 풍부하므로, 예로부터 대표적인 구황식물이었습니다. 현재도 칡 전분은 식재료로 쓰이고, 제약회사에서 알약을 만들 때 부재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칡냉면은 당연히 칡 전분을 주재료로 해서 만들어야 하지만, 칡 전분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메밀이나 타피오카 등 다른 재료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근은 성질이 약간 차갑고 땀을 내는 작용이 있으므로, 평소 뱃속이 차갑고 비위가 허약한 경우나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칡과 이름이 비슷한 식물로 등칡(Aristolochia manshuriensis)이 있는데, 등칡은 칡과는 전혀 다른 쥐방울덩굴과 식물로 신부전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아리스톨로크산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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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화는 칡의 꽃입니다. 칡 꽃은 8월경에 피지만, 지금도 산자락에서는 만발한 칡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칡 꽃은 아주 강하고 달콤한 향기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서 숙취해소에 갈근이 활용된다고 언급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갈근보다는 갈화야말로 주독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단지 구하기 어려워 실제로 많이 쓰이지는 않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꽃의 향기가 술기운을 날려보내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따라서 갈화뿐 아니라 여러 가지 꽃들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칡의 열매인 갈곡(葛穀) 역시 주독을 풀어준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갈화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이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를 현저하게 낮추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옛 문헌에 따르면, 알코올로 인한 손상이 없는데 갈화를 복용할 경우에는 심한 진액 손실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옛 사람들은 칡을 다른 말로 녹곽(鹿藿)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사슴이 즐겨 먹는 풀이라는 뜻입니다. 현재도 칡 잎은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칡 잎을 갈엽(葛葉)이라고 하는데, 날붙이에 베여 피가 많이 날 때 갈엽을 짓찧어 상처에 붙이면 피가 그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편, 칡의 덩굴줄기, 곧 갈등을 갈만(葛蔓)이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염증성 질환이나 종기에 갈만을 태워서 만든 재를 활용한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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