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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프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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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236회 작성일 10-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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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은 요상한 물질이다. 프리온은 광우병을 포함해 사람과 여러 동물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면서 병원체다. 프리온은 디엔에이(DNA)나 아르엔에이(RNA)와 같은 핵산물질이 없으면서도 사람과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형태를 지닌 물질로 바꾸는 능력을 지녀 바이러스가 지닌 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프리온은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프리온이 소화기관이나 피부를 통해 흡수돼 뇌조직에 자리잡으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프리온을 서서히 변형시킨다.
프리온은 ‘헐크’다. 프리온은 사람과 동물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우리 몸에는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명령하는 프리온 유전자가 있다. 이 단백질은 두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프리온은 우리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들은 뇌 조직 따위와 같은 중추신경계에 주로 존재하고 있다.
단백질은 대개 알파나선 구조를 하고 있는데 특이한 조건에서는 병풍을 펴놓은 듯한 형태로 바뀐다. 단백질에게 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형태가 바뀌면 성질이 바뀐다. 프리온도 나선구조에서 병풍구조(베타시트)로 바뀌면 성질이 표변한다.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프로테아제의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100도가 넘는 물에 넣고 아무리 오래 끓여도 형태와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 자외선이나 방사선을 쪼여도 자신의 모습과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리고 감염성까지 지녀 정상 프리온에 달라붙어 나선 구조를 병풍구조로 바꿔버린다. 그 결과 뇌·신경조직의 프리온 구조가 서서히 파괴돼 결국에는 뇌 조직에 구멍이 숭숭 나 해면(스펀지)이나 수세미 모양을 연상하게 할 정도가 된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지너 교수는 당시로서는 황당하기까지 한 급진적이며 이단적인 가설을 내놓았다. 핵산이 없는 단백질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 현상의 도그마는 디엔에이가 아르엔에이의 도움을 받아 단백질을 만들어내며 따라서 유전자가 있어야만 복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있는 박테리아나 곰팡이, 바이러스 따위만이 동식물에서 증식하고 질병을 일으키며 감염성을 지닌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였다. 그러나 프루지너는 이 도그마를 깨는 가설을 내놓고 이를 증명했다. 이 업적으로 프루지너는 199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프루지너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이 단백질에 프리온이란 이름을 붙였다. 프리온(prion)은 단백질 감염성 입자(proteinaceous infectious particle)를 줄인 말이다. on은 영어에서 꼬리붙임말로 쓰일 때 입자를 뜻한다. 프루지너는 1972년 캘리포니아대 의대 레지던트(전공의)로 있을 때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환자가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당시 양에서 발생하는 스크래피와 사람의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그리고 쿠루병 환자의 병든 뇌조직을 건강한 동물의 뇌에 주입할 경우 모두 이 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영국의 알퍼 박사팀이 스크래피 병원체는 핵산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에 힌트를 얻어 본격적인 ‘헐크 단백질’ 연구에 들어갔다.
프루지너의 프리온 가설은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 광우병 소,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환자한테서 분리한 변형 프리온을 실험용 쥐에 감염시킬 경우 잠복기, 임상증세 등이 전혀 달랐다. 프리온 전문가인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이런 특징은 바이러스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근거로 ‘아주 불안정한 질병 특이 유전물질이 프리온 단백질 속에 있다’는 학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온이 사람과 동물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라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에 대해서는 항체를 만들어 대항하는 면역체계를 지니고 있는데 프리온은 이미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있는 물질이어서 면역체계의 각종 탐식세포나 항체 등 방위군들이 변형 프리온이 우리 몸을 공격할 수 있는 치명적 물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변형 프리온을 잡기 위해 생명공학 기술에 매달리고 있다. 또 프리온의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알아내면 치료제나 예방약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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