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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절반은 가족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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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788회 작성일 10-08-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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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아프면 나머지도 병에 걸릴 위험 높아져

  글 : GEOFFREY COWLEY 기자
 
 Family Matters
소녀의 이름은 샐리였다. 나이는 10살. 심각한 질병을 앓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윌리엄 콜먼 박사를 찾았을 때 샐리는 쉽게 짜증을 내거나 의기소침했으며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발달학습연구소의 소아과 의사인 콜먼은 샐리를 심리치료사에게 보냈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그는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보통은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콜먼은 부모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그는 부모에게 “샐리의 문제가 두 분의 결혼생활에 영향을 미치나요?” 라고 물었다. 사실은 그 반대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던진 질문이었다.
몇 분간 거북한 침묵이 흐른 후 샐리의 어머니는 가족이 모종의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생각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 부부싸움을 자주 한다는 것, 남편이 소파에서 잔다는 것, 집안 분위기가 아주 냉랭하다는 것이었다. 콜먼은 부모들에게 카운슬링을 받도록 권유했다. 견해차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가정에 평화가 돌아왔다. 그리고 샐리의 복통도 기적같이 나았다. “아이만 살펴서는 안 된다. 누구의 삶에서든 가정은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콜먼의 설명이다.
우리는 건강과 질병을 개인적인 축복이나 저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경우든 어른의 경우든 진실은 그렇게 간단한 게 결코 아니다. “건강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선택과 치료의 문제라는 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과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런 환경이 우리의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텍사스대(샌안토니오) 건강학 연구소 로버트 페러 박사의 말이다. 가정은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우리 몸 안의 유전자, 우리가 사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연관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영향에 관한 방대한 자료가 수집됐다. 최근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건강기록 분석이 새로 발표됐다. 거기서 개인 건강 편차의 최대 25%까지 가족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페러는 추정한다. 그리고 이 특별보고서의 논문들에 밝혀진 것처럼 이 같은 결과는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 효과’는 환자·의사 심지어 정책결정자들에게까지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던진다.
가장 많이 알려진 가족의 영향은 유전적인 것들이다. 하버드대의 하워드 르윈 박사가 이번 호 뉴스위크에 쓴 것처럼 부모나 자식 중 누군가 심장병이나 유방암을 앓았다면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배로 뛴다. 그런 병력을 가진 가족이 두 명인 경우 그 위험은 훨씬 더 높아진다. 그러나 가족의 병력은 DNA에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 가계소득도 똑같이 강력한 건강 예고지표다. 부자가 약 살 돈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돈 그 자체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영국의 역학자인 마이클 마머트 경은 말했다.
의사로 일하는 동안 줄곧 이른바 ‘신분 증후군’(status syndrome)을 기록해온 그는 “돈이 많다는 것은 더 독립적이고 스트레스가 적고 사회참여의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요인들이 어떻게 에이즈·비만·심장병의 발병률 감소로 이어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교외 부자촌의 평균수명은 워싱턴 DC 다운타운 지역보다 약 20년이나 길다. 그리고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영세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커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분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은 종종 같은 종류의 건강이상을 경험한다. 유전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을 때조차 그런 일이 발생한다. 노팅엄대 연구팀이 부부 8400쌍의 건강기록을 분석한 결과 천식·우울증·위궤양·고혈압을 앓은 사람의 배우자들은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먹는 음식, 생활 방식이나 환경이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 중 한 명의 건강이상이 다른 가족 구성원의 웰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무수히 기록됐다. “한 가정의 충격적인 사건이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부작용으로 신체적인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그것이 순전히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박사의 말이다.
소화불량을 앓던 10살짜리 샐리처럼 가족 구성원이 어려움에 처할 때 나머지 가족 모두가 질병과 죽음에 더 가까워진다. 배우자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의 첫해 사망률은 정상치의 배에 달한다. 스스로를 돌보려는 동기가 줄어들고 사회적으로 더 고립되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는 자살 위험이 무려 22배나 된다. 자녀를 잃었을 때도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
자녀 사망 후 5년이 지나서 어머니가 우울증으로 입원할 확률은 보통사람에 비해 대략 두 배에 달한다. 그리고 샐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가족의 위기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망이나 이혼으로 한쪽 부모를 잃은 여자아이들은 커서도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걸리기 쉽다.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가진 어린이들은 10대가 됐을 때 또래들에 비해 과도한 정신이상이나 행동이상을 나타낸다. 과학자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서 그 직접적인 원인을 찾았다.
가정의 위기로 인한 결과가 항상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불구이거나 만성적인 질환을 겪는 아이들과 생활한다고 해서 가족 중 누군가가 반드시 사망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부모와 형제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뒤바꿔 놓을 수 있다. 자녀가 소아 당뇨·암·다운증후군·자폐증 같이 평생을 가는 고질적인 질병에 걸린다면 현실적이건, 정신적이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아이를 일반 학교에 진학시킬 수 있을까,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아이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많은 부모는 아이를 병원이나 치료시설에 데리고 다니는 등 곁에서 수발을 들기 위해 자신의 직장이나 개인생활을 포기한다. 일부 가정은 파산하기도 하고, 상당수 가정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들기도 한다. 결혼생활에 주는 부담은 가위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뉴욕 에커먼 가족 재단 부설 가족건강연구소의 이반 임버-블랙 소장은 말했다. 엄마가 자주 아이 곁에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아이의 수족 역할을 하게 되고 남편은 ‘우리 부부관계는 중요하지 않은 건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다른 형제·자매도 소외감에 빠져든다. 암에 걸린 아이의 형제·자매를 위한 모임인 ‘수퍼 십스’의 멜러니 골디시 총무는 이렇게 말했다. “(병에 걸린 아이의) 형제들은 자신이 잊혀졌거나 하찮은 존재라고 느낀다. 버림받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들은 아픈 형제자매에게는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끝내는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게 된다. 골디시는 스테이시라는 여자를 예로 들었다. 그녀는 암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는 남동생을 지켜보며 10대를 보냈다. 스테이시는 학교에서 ‘그렉(남동생)의 누나’로 불렸고, 별명도 ‘(남동생의 상대적인 의미에서) 건강한 아이’로 통했다.
이는 누구에게나 서운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픈 형제를 둔 아이들에게 서운함은 종종 죄책감과 뒤섞이기도 한다. 17세인 프랭키 로마노에게는 남동생 마이클이 있다. 그는 10세 때 당시 네 살이던 마이클, 할아버지와 함께 공원에서 오후 한때를 보내다 동생을 넘어뜨려 배를 다치게 했다.
그 몇 달 뒤 마이클은 복부 신경모세포종 판정을 받았다. 프랭키는 “그때는 다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프랭키의 엄마 섀런도 그의 말을 거들었다. “간호사가 (자책감에 빠진) 프랭키를 껴안아 주던 기억이 난다. 프랭키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가 너무 심하게 다퉜나요?’, ‘너무 격렬한 몸싸움을 한 건가요?’, ‘내가 동생을 다치게 한 거죠?’ 라고.”
가족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부 완벽하게 알아내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은 있다. 분명한 것은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 환경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모들은 병을 앓는 아이 못지않게 자기 자신과 다른 가족을 보살피는 데도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유타 대학의 소아과장 에드 클라크 박사는 강조했다.
요즘 일부 병원들은 가족 성원들을 도와주는 모임들을 후원하고 있다. 시애틀의 사이블링 서포트 프로젝트 같은 조직들은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여기서는 (육체적·지적 장애로 인해) 각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형제를 가진 아이들에게 대처 요령을 가르친다. 이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돈 메이어는 “가족들은 (질병을 앓는 아이들의) 일생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고, 평생 동안 계속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생명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가족 전체를 생각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하버드대 크리스타키스에 따르면 사람들 대부분은 유가족들에게 짐을 안기지 않는 죽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정의 3분의 1 정도가 처음 가족 구성원을 잃을 때 저축한 재산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잃게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스피스 제도는 금전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배우자들의 우울증이나 죽음을 예방한다. 3만5000쌍을 표본으로 한 조사에서 크리스타키스는 환자가 죽기 전에 (호스피스로부터) 고도의 통증완화요법을 받으면 그 배우자가 18개월 안에 사망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내가 받는 치료의 진정한 가치를 측정하자면 그 치료가 가족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질병과 불운만이 우리가 유의해야 할 가족적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개인의 문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듯이, 한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혜택을 볼 수 있다. 콜로라도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올즈가 뉴욕의 엘미라에서 질병과 사망 위험이 큰 저소득 10대 여성 4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보자.
그는 그 여성들이 첫 임신을 했을 때, 그리고 첫 출산 후 2년까지 2~3주마다 한 번씩 간호사들을 보냈다. 간호사들은 산모들에게 영양섭취에 관해 상담해줬고, 약물과 술, 담배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들은 또한 생활지식과 아동 양육에 관한 기초 교육을 제공했고, 산모가 아기의 아버지와 조부모들과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와줬다. 올즈와 그의 동료들은 이 프로그램이 산모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들의 예상을 훨씬 능가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에게서는 학대와 부양의무 태만, 부상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15년 뒤 확인했을 때에도 그 효과는 여전히 발휘되고 있었다. 10대들의 경우 문란한 성관계, 약물 남용, 가출률이 크게 줄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동료들보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81%나 감소했다.
오늘날 이 프로그램은 ‘간호사-가정 파트너십’이라는 기구에 의해 20개 주에 걸쳐 환경이 어려운 어머니 2만 명을 상대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고 이 기구의 총무인 클레이 예거 박사는 말한다. 뉴욕시에만 2만6000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은 가족에 초점을 맞춘 건강관리의 효과를 입증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로체스터 대학의 제프리 카조로스키 박사는 “그것은 많은 사람의 인생 궤적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갈망할 만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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