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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치료는 소아심리치료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어른도 마찬가지이만 아이들의 경우 몸과 마음이 보다 긴밀히 영향을 미치고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만 어린이들의 심리는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두려움, 산만함, 분노, 우울, 자괴감, 열등감, 짜증, 무기력함, 식탐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상심리들이 교차한다. 소아비만 어린이의 다이어트 훈련을 위해서는 잘못된 인지개념을 고치고,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긍정심리학적인 지원과 치료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본격적으로 아이의 심리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소아비만 어린이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몇 가지 증상과 심리 상태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소아비만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심리상태가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다. 소아비만 어린이의 우울감은 낮아진 자존감에서 형성된다. 외모나 학습, 인간관계, 부모들과의 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질 수 있다. 친구나 어른들과 이야기할 때 눈을 맞추지 못하거나,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거나 짜증을 많이 낸다면 자존감이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존감이 낮으면 정서불안이나 우울감과 같은 각종 심리적 문제를 동반하기도 쉽다. 당연히 다이어트에 막상 돌입해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쉽게 음식이나 게으름의 유혹에 빠지고 만다. 따라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소아비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소아비만 어린이가 다이어트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심리적 에너지가 자신감과 자존감이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처럼 함께한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아이들의 자신감도 넘친다.
반면 낮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은 음식중독을 비롯한 유해물질에의 탐닉에 쉽게 빠진다. 낮은 자존감은 외부의 모든 자극과 일상생활의 관계들에서도 긴장감과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인체는 일정시점까지 이러한 긴장상태를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에 도달하면 심신이 불유쾌한 '과스트레스 상태'에 도달한다. 과스트레스는 반대급부로 탈출구를 찾고 그 보상으로 대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줄 수 있는 술, 담배, 인스턴트음식, 게임 등에 집착하게 만든다. 중독적 기제들은 의존과 내성으로 점점 더 해당물질에 탐닉하게 만들어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확대 재생산한다. 비만아동이 점점 더 비만해지고 게임중독아동이 점점 더 게임에 빠지는 이유이다.
우리 병원을 찾는 거의 모든 아동들이 예외 없이 자신은 단점과 허점투성이라고 자책하곤 한다. 나를 비롯한 우리 병원의 의료진들은 긍정치료로 아이의 자기 바라보기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주력한다. "네 자신이 너를 판단하는 것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라고 내가 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가 구조화되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신념이 바뀌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다. 성공적으로 긍정화된 자기주문은 아이 내면의 자존감마저 바꾼다.
특히 "나는 내가 좋아"는 이성적인 판단을 넘어서 자신감이 감정화되는 자기 사랑하기 상태이다. "나는 내가 좋아"라는 상태에 도달한 아동들은 왕따나 소아비만 등의 병적인 상태로부터의 탈출은 물론 학업성적이나 인간관계에서도 탁월한 결과를 나타낸다.
아이의 "나는 내가 좋아"를 위한 엄마의 태도
하나, 아이의 실패와 실수를 용인하라.
둘, 반복된 잔소리는 득보다 실이 많다. 잔소리는 엄마의 관점이 아니라 아이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라.
셋, 아이의 단점을 다른 아이의 장점과 비교하지 말라.
넷, 스킨십과 칭찬이 최고의 긍정주문이다.
다섯, 소아비만아동의 가장 큰 자존감 회복은 체중감량에서 온다. 성공적인 다이어트 코치가 되라.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