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50대 정신병 급증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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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15-07-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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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학업 고민, 50대 노후불안에 4년새 35%이상 ↑
# 조그만 개인사업을 하던 K씨(55)는 지난해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지금은 교회 일을 보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모아둔 돈이 없어 노후가 걱정되고, 당장 두 자녀가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상황인 것도 고민거리다. 그는 항상 초조, 불안, 불면증 등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 중학교 2학년 때 급우들에게 따돌림, 이른바 왕따를 당했던 P군(15ㆍ중3)은 3학년에 진학해서도 괴롭히던 학생들 다수가 같은 반에 배정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집에서는 신경질적으로 변해 툭하면 동생과 싸우고 심지어 어머니에게 욕설을 하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여 어머니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했다.

스트레스, 따돌림, 실업, 노후 불안 등으로 정신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4만명으로 2006년(160만명)에 비해 27.2% 증가했다. 지난해 말 전국 가구 수가 2000만가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10가구에 1가구가 정신질환 환자로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9월 환자는 184만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 늘어나는 등 정신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50대에서 정신질환 환자 증가세가 뚜렷했다. 지난 4년간 15~19세 환자가 41% 증가한 것을 비롯해 50~54세(36%), 55~59세(34%), 10~14세(33%)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65세 이상 고령 정신질환자 증가율이 77%로 가장 높았지만, 이는 치매 환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기준 정신질환자 수는 60세 이상이 74만5872명이었으며 △50대 35만2771명 △40대 32만3051명 △30대 24만769명 △20대 16만5696명 △10대 13만9771명 △0~9세 7만9247명 순이었다.
10대 환자 증가율이 높은 것은 고등학교 진학 등 환경이 바뀌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0대에서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직장에서 은퇴하는 등 생활이 바뀌면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대에는 '곧 노인이 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자식이 유학이나 결혼 등으로 떠나가면서 이른바 '빈둥지 증후군'이 발생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국내에서 우울증 환자 수 그래프가 10대 후반에 높고 50대에 다시 올라가는 등 두 번 '피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10대에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주의력결핍증(ADHD)을 방치하면 성격이 비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전처럼 정신과를 찾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도 정신질환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서호석 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전에 비해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사례가 흔하다"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왔을 때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10년 기준으로 가장 환자가 많은 정신질환은 45만997명이 진료받은 '우울병 에피소드'였으며 △기타 불안장애(41만9442명) △비기질성 수면장애(20만2182명) △신체형 장애(14만5939명) △기타 신경성 장애(13만7099명) 순이었다.
'기타 불안장애'는 공포ㆍ강박장애ㆍ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제외한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장애를 말한다.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정서적ㆍ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수면 부족 현상 등을 말한다.
4년간 단순 증가율로는 '최중증 정신지연(정신발달 지체)'이 409%(835명 증가), '담배 흡연에 의한 정신ㆍ행동 장애'가 300%(1522명 증가), '진정제 또는 수면제 사용에 의한 정신ㆍ행동 장애'가 107%(852명) 등으로 높았다.
이처럼 정신질환이 현대병으로서 급증하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공공 분야에서 정신질환을 억제하기 위한 의료기술 방법들을 연구해서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부처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효석 교수는 "정신질환은 뇌기능 손상에 의한 질병으로, 약물치료 등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면서 "경제적으로 먹고살 만한 시대는 됐으며 이제는 인성을 발달시킬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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