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당신, 편안할 수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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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906회 작성일 15-07-0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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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열 회사에 근무하는 이 과장의 아내는 남편이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고, 도전정신이 부족하여 늘 하는 일만 반복하려 한다고 불평한다. 이 과장은 집에서 일이 계획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자신의 계획이 유지되기를 고집한다. 아이들이 길에 쓰레기를 버리자 다시 돌아가서 주워 오게 하고 한 시간 동안 훈계를 하였다. 그는 가족과 외식이나 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으며 적금을 드는 것에 집착한다.
그는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지만, 정작 자신은 일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는 두려움이 잠시 미뤄지는 것뿐이며 일에 실패했을 때는 최악의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일을 세밀하게 점검하며 그가 하는 일들은 항상 정돈되어 있다. 그는 주말에도 집에서 많은 시간 회사 업무를 보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한 번 처리한 업무를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성격(personality)이란 일상생활 가운데 드러나는 한 개인의 정서적, 행동적 특징들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성격이란 각 개인이 지닌 특유한 성질이나 품성이라 한다. 우리는 청소년기를 지나 초기 성인기를 거치며 저마다의 성격특성을 가지게 된다.
성격특성은 주위 환경과 자신에 대해서 인식하고 관련을 맺고 생각하는 지속적인 양상이다. 이는 중요한 사회적 또는 개인적 상황에서 폭넓게 드러난다. 성격특성을 몇 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여 탐색해 보는 것은 나를 이해하고 남(나와 매 순간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살아가는)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박성 성격은 위의 이 과장처럼 질서, 완벽성, 통제에 집착하는 양상을 특징으로 한다. 일상 생활을 보면 고집이 세고 완고하며 융통성 없이 세밀함에 집착한다.
내용의 세부, 규칙, 목록, 순서, 조직, 혹은 스케줄에 집착하여 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잘 마무리가 된 일은 완벽해서 흠 잡을 데가 없지만,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계획 단계부터 진행이 어렵거나 일의 마무리가 어려울 때가 많다.
강박성 성격을 지닌 이들은 양심적이며 도덕을 중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주의 깊고 의무감이 강하고 책임감도 강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것이 과도하여 주변 사람들은 이들이 매우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감정적 통제가 강해 감정 표현이 적으며 자신의 감정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공감이 어려워 메말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돈을 쓰는 데 인색해 보이기도 한다. 이기적인 경우와 달리 타인에 대해서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돈을 미래의 재난에 대해 대비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박성 성격특성은 남성에 많으며 자기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많다. 규칙과 규율이 중시되는 직업에서는 성공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치면 이에 따르는 부차적인 불안 증상이나 심장질환 등의 건강 문제, 부부관계와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년기에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직장 내에서는 지위가 올라가면서 다루어야 할 일이 많아지는데 적절히 나누어 부하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기가 어렵다. 결국 확인을 반복하거나 혼자 떠 안게 되어 업무량을 지탱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강박성 성격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 내 성격특성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다. 나의 성격특성은 내가 살아오면서 처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대한 최선의 적응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내가 이루어 온 것들, 나의 장점들이 나와 주변 사람을 불편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성격특성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제까지의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나를 응원하면 된다.
강박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성실하며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대체로 자신의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 낸다. 정확하고 꼼꼼하며 체계적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실수가 별로 없고 완성도도 높아서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곤 한다. 주변에서 올바르게 살아간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서, 또한 열심히 살아 온 나에게서, 강박적인 성격특성의 일면을 발견해 내기는 아주 쉽다.
최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20세 남성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가진단 설문조사 결과 22.1%가 스스로 강박적 성격이 강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는 강박을 권하는 오늘을 살고 있다. 고도로 발달되고 성취 지향적인 사회에서는 다른 어떤 성격보다도 강박적 성격 양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강박적 성격특성을 지닌 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확립된 표준이나 기준을 따르며 책임감 있고 생산적인, 즉, 적응적인 강박적 성격을 지닌 이들이 있기에 오늘날의 한국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 특성이 나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행동, 나의 반응을 변화시켜 보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노력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 나의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여 인식하기
2.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3.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보기
(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 > '실수를 하면 일 전체를 그르치게 된다'고 생각하고 -- > '일에서 실패하면 나는 가치없는 인간이다'라고 생각함
4. 척도화하여 생각하기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예) 일은 성공 아니며 실패다. -- > 일의 결과를 0에서 10으로 척도화하여 보면 7이다.
5.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기
6. "그럴 수도 있어"라고 말하기
나는 내가 무엇을 잘 해야만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를 그가 무엇을 잘 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칼럼니스트 : 임미향 전문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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