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애착 - 나와 내 주변을 많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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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856회 작성일 15-07-0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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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갓 20세를 넘긴 여자 A씨는 평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힘들어 한다. 너무 친구들과 친밀하게 지내려 하다 보니 조금만 연락이 안 되거나 보고 싶을 때 못 보게 되면 그 친구에게 계속 연락을 하고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은 이런 A씨가 좋은 친구라고는 생각하지만 때론 너무 집착하는 그녀의 성격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심할 때는 마치 자신이 A의 비서인 것인 양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26세 직장인 B군은 학창 시절 때부터 '투명인간'이라 불려 왔다. 좀처럼 남과 어울리는 일이 없으며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 이러하니 거의 친구는 없는 것이 당연하며, 앞으로 대학 졸업 후 직장도 가져야 하는데 어떻게 단체생활을 해 나갈지 B군의 부모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A양이나 B군 모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까다롭고 어울리기 힘든 성격을 가졌다고 보통 남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도 많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문제는 과연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여기까지 이어져 온 것일까.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애착 이론이 많은 것을 설명은 해 줄 수 있다.
지금의 자신의 유전과 상호작용의 결과
사람은 '낳아져서' 이후에 '길러진다'고 한다. '낳아진다'의 말은 인간의 기질, 즉 유전적인 면을 얘기한다. '길러진다'고 말하는 것은 성장하는 환경, 양육을 이야기 한다.
'인간을 결정짓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하는 문제는 비단 암이나 뇌졸중 같은 건강상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의 성격과 내면적인 문제들 역시 이렇게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받는 것이다. 결국 자신은 이 유전과 환경의 두 가지 상호작용의 결과로 여기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양육을 얘기하는 데 있어 애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맺게 되는 관계가 당연히 '부모와의 관계'다. 이 관계는 아이의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관계며, 아이에게 있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만들게 될 관계들의 초석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입학해서 다른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 '저 사람들도 엄마아빠처럼 나를 사랑해 줄 거야.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따뜻하게 돌봐 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면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어울릴 수 있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체 인구의 소위 2/3가 된다는 안정형 애착의 전형적 모습이다.
안정 애착이 중요한 이유
불안정 애착을 만들어 온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불같이 화를 내고 심하면 때리는 부모, 너무 바빠 아이와 친밀한 관계라는 걸 가져 본 적이 없는 부모, 여러 가지 문제로 아이를 '학대'해 온 부모, 이런 부모에서 자란 아이들, 즉 '불안정 애착'을 가진 아이들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이들은 항상 부모가 혼내거나 화를 내니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자존감'이 결여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모든 일에 위축되고 대인 관계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과도하게 대인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무관심에 익숙해져서 혼자 있는 게 가장 편한 상태가 된다.
때로는 대인관계에서 지나친 의심을 품기도 한다. 저 사람이 결국은 내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타인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가 힘들다.
심한 불안과 불신은 분노가 되어 갑자기 펑 터트려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점점 멀어진다. 이외에도 불안정 애착의 결과는 너무나 다양하다.
문제는 이러한 양상이 성인기 평생에 걸쳐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 혹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대인관계와 성격문제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 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불안정한 양육 환경은 이렇게 뜻하지 않게 거의 인생 전반에 걸쳐서 자녀들에게 심리적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양육 환경, 즉 안정 애착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눈과 귀를 열고 주변을 둘러봐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진 문제의 원인을 아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문제들은 '내가 그 어려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 온 나의 갑옷이자 방패'이다. 문제는 이 갑옷이 다른 사람들 것에 비해 너무 무겁고 딱딱하다는 것이다. 내 갑옷,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문제는 내 죄가 아니므로 나를 탓하거나 자기비하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칭찬이 필요하지 않을까. "너 참 힘들고 어려워도 잘 살아왔구나. 많이도 헤쳐 왔구나."

또한 무너져 있는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 부모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았고 충분히 나를 사랑해주지 못했지만, 나는 충분히 사랑 받을 만한 존재고 또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나도 잘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또한 내가 사랑 받고, 존중 받고 있다는 증거들을 찾아야 한다. 조금만 눈과 귀를 열고 나를 둘러보면 사소한 것이라 할지도 이러한 것들이 보일 것이다.
그래도 못 찾겠다면 주변의 다른 친구, 지인들에게 물어 보라. 아마도 당신이 몰랐던 많은 얘기를 해 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에서 끊임없이 바람직한 부모상이나 바람직한 형제상을 찾기도 한다. 선생님, 친지, 친구, 넓게는 직장 선후배 모두 가능하다. 자신이 원했던 그 다정하고 따뜻한 부모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본인이 더 성장하고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불안정 애착의 후유증을 넘어서는 길은 본인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 아주 오랜 길을 걸어가야 하는 고단한 과정일 수도 있다. 고단한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나는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힘들었던 과거의 나를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자. 그리고 나를, 내 주변을 더 사랑해 주자.
칼럼니스트 : 이승민 전문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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