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려증도 큰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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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346회 작성일 15-07-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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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얼마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아서 그냥 소화불량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증상들은 바로 위암의 초기 증상!
토끼 같은 새끼들과 여우 같은 마누라를 두고 먼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 수록 위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위암이 틀림없다는 확신으로 가게 되고, 의사로부터 “위암 말기입니다. 앞으로 3개월 밖에 살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꿈을 꾸는 등 도대체 불안해서 생활을 제대로 할 수 가 없다.
최후통첩을 받으러 병원을 가는 것이 두려워 한참을 미루다 아내 성화에 못 이겨 병원을 찾게 되었지만 검사 결과는 너무나 뜻밖이었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A씨는 의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신이 온갖 위암의 증상을 다 가졌는지. 다행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검사가 잘못되었으니 다시 해보자고, 위암이 틀림없다고, 위암이 아니면 다른 심각한 질병임에 틀림없다고 우겨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또 놀랍게도 곧 자신을 괴롭히던 증상들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A씨 부인은 남편의 이런 소동 때문에 정신이 없다. 몇 년 전에는 피부암이라고 또 대장암이라고 난리를 떨더니 이제는 위암이라고? 처음에는 정말 남편이 혹시 죽을 병에 걸린 게 아닌가 너무 걱정했고 검사결과가 좋게 나와 너무 기뻣는데, 남편은 기쁘기는커녕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을 하긴 했다.
이번에도 위암이다 뭐다라고 했지만 다 남편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하고 별일 없을 거라는 걸 장담했지만 검사 결과를 받아 보지 않는 한 이런 증상들에 너무 집착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아 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저런 검사와 진찰로 낭비한 돈과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보다 못한 주치의가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보라고 해서 A씨는 마지못해 치료실을 찾게 되었다. A씨처럼 혹시 자신이 어떤 질병에 걸리지 않았나 지나치게 걱정하고 비현실적인 공포를 갖는 것을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이 증상은 실제로 몸이 아프지만 기질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인구의 5∼6% 정도가 이런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사람들이 심리적 증상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다양하다. A씨 경우에는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순간에 해고당해 가족이 오갈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심한 불안감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정작 A씨는 자신이 이런 심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조차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심신 상태를 읽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혹시 약해질까봐 더 심하게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한 것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A씨는 그 동안 맘속 깊이 묻어 두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짐을 혼자 지고 가려고 했는지, 자신의 무력함과 나약함을 직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장으로서 자신이 돈을 벌지 못하면 죽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자신을 비하했는지, 또 힘들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자신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몰라주는데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지….
많은 사람이 신체적 증상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라서 신체적 증상은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전령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메시지가 전달되면 전령은 임무를 완수했으므로 떠나게 된다.
이제 A씨는 특정증상을 발전시키지 않고서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가족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물론 건강염려증은 그 역할을 다 수행했으므로 이제 더 이상 A씨 곁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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