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戰 결의안' 이끈 랭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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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925회 작성일 10-08-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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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혐의 몰린 20選 의원… 오바마도 "명예롭게 퇴진을"
6·25 참전 각종 훈장 받아 40년 정치인생 최대 위기
흑인 첫 세입委長 경력이 각종 로비 '타깃' 돼 발목
"60년 전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에 포위됐다가 살아남은 이후 단 하루도 나쁜 날을 겪지 않았다고 저는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 말을 수정할 때가 온 것 같군요."(지난달 29일 하원 윤리위원회 보고서 발표 후 찰스 랭글 하원의원이 기자들에게 한 말.)뉴욕의 흑인 빈민가 할렘에서 태어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 자리에 오른 '할렘의 사자', 요즘도 투표할 때마다 90%의 득표율을 얻는 20선 의원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 정치인으로 꼽히는 찰스 랭글(Rangel·80·민주당) 하원의원의 정치 인생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AP통신은 1일 "하원 윤리위원회로부터 13개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는 랭글 의원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11월 중간 선거 악영향을 우려하는 동료 민주당 의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CBS 방송에 출연, "랭글 의원의 혐의들이 매우 우려할만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명예롭게 정치 경력을 마무리하길 바란다"며 사실상 사임을 촉구했다.
- ▲ 미 하원의 대표적인 친한파이자 하원 윤리위원회로부터 재산 누락 신고, 탈세 등 13개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찰스 랭글 의원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미도시연맹 총회 참석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랭글은 6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탓에 봉제공장서 일하던 어머니와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하던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신발 판매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48년 자원입대했다. 1950년 6·25전쟁에 파병돼 흑인 병사로만 이뤄진 '503포병대대' 소속으로 전투를 치렀다. 북한 대동강 인근 근우리에서 중공군에 포위됐을 때, 파편이 박힌 몸으로 40명의 동료들을 용감하게 이끌고 나온 공로로 퍼플하트훈장(전투 중 부상당한 군인에게 주는 훈장)과 청동성장(星章) 등을 가슴에 달았다.
참전용사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GI 법안'의 도움을 받아 뉴욕대 무역학과, 세인트존스대 로스쿨을 차례로 졸업한 그는 흑인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이어 인권 문제 관련 소송을 진행하다 자연스럽게 정치로 눈을 돌리게 됐다. 랭글은 1970년 뉴욕의 힘 있는 정치인 애덤 클레이턴 파월(Powell) 2세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누르고 41살이었던 1971년 하원에 입성한다. 의회 진출 후엔 대표적인 친한파로 활동하며 한국전 정전기념일에 조기(弔旗)를 게양토록 한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 한국전 60주년을 맞아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할 것을 다짐하는 '한국전 60주년 결의안' 등을 주도했다.
2007년에는 미국의 예산을 주무르는 세입위원장에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올랐다. 그러나 수조원의 예산이 오가는, 로비스트들의 '운동장'인 이 세입위원회가 결국 랭글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입위원장직은 한마디로 워싱턴의 모든 로비스트가 공략하고자 하는 자리로 조심하지 않으면 정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랭글 의원의 강점으로 꼽혀온 거침없는 발언과 특유의 유머 감각 역시 윤리위 조사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 정가에선 '랭글링(Rangeling)'이란 단어가 '유머로 상대를 설득한다'는 뜻으로 쓰일 정도로 랭글 의원의 언변은 이름나 있다. "어떻게 평가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를 인용, "내 알 바 아니지(I don't give a damn)"라고 일갈한 일화는 유명하다.
랭글 의원은 윤리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솔직하게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바보 같은 실수였지" "빌어먹을 대학 따위를 도우려고 공문을 보냈다고?" "별일도 아닌 걸 갖고 그래"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중단하는 플리바겐(plea bargain·형량 사전조정 제도) 형식의 협상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랭글의 정치 경력은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섰던 한국의 눈 덮인 언덕에서 시작됐다"며 "랭글은 지금 60년 정치 인생을 수치로 마무리하게 될지 모르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이 전쟁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일부에서는 랭글 의원에 대한 윤리위의 조사가 흑인 의원에 대한 차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 정치평론지 폴리티코는 1일 "현재 하원 윤리위는 전례 없는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랭글을 비롯해 조사를 받고 있는 8명의 의원이 모두 흑인이라는 사실은 윤리위가 흑인 의원들에게 백인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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