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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韓食)은 사줄 때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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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596회 작성일 10-06-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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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의 현주소는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에서 드러난다. '한국 길(Korean way)'이라고 적힌 32가에 들어서면 길 양쪽에 영어와 한글로 간판을 단 불고기집, 냉면집, 설렁탕집 등이 빼곡하다. 16년 전인 1993년, 이 코리아타운의 한 식당을 방문한 당시 뉴욕타임스 음식비평가 루스 라이셜(Reichl)은 한식을 먹고 반해서 이렇게 썼다. "어떻게 한식이 뉴욕에서 인기가 없을 수 있는가?"

친절한 종업원이 안내해 자리에 앉으면 김치, 나물 등 6가지 반찬이 나오고, 숯불을 든 종업원이 올려놓은 불에 즉석에서 불고기를 구워 먹는다. 라이셜은 "한국음식은 쇠고기, 바비큐, 골라 먹는 재미 등 미국인이 사랑하는 요소를 다 갖고 있다"며 "다만 마늘과 고추를 사랑해야 하는 작은 장벽만 넘으면 그뿐인데"라고 말했다.

라이셜은 4년 뒤, 이에 대해 또 썼다. "한식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맛을 갖고 있다. 설탕, 소금, 고추…. 신선하고 건강하며 콜레스테롤도 낮다. 그런데 뉴욕에서조차 이 매력적인 음식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뉴요커들은 글로벌한 입맛을 갖고 있다. 마늘을 불신했지만, 금세 이를 극복하고 중국 음식에 빠졌으며, 생선을 날로 먹는 일본 회와 스시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으나 이젠 맨해튼 블록 곳곳에 일본 식당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음식 역시 외롭게 시작했으나 빠르게 퍼져 나갔다.

24시간 영업하는 코리아타운에서 늦은 시간 설렁탕을 먹고 파전에 소주를 기울이던 라이셜은 이 매력적인 한식당에 한국인을 제외한 미국인은 거의 혼자임을 발견했다. 문득 그는 한식당은 한국인 손님만으로 충분히 돌아가는 음식점인 것을 깨달았다.

라이셜은 가령 메뉴를 예로 꼽았다. '굴 파전'. 신선한 굴과 쪽파로 가득한 팬케이크. 미국인이 너무나 좋아하는 이 메뉴의 영어명은 달랑 'gul pajun'이다. 최근 '한국 피자'라고 소개한 개선된 영어메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한식당의 영어메뉴를 보면서 "백과사전 같고, 암호 같다"고 고개를 젓는다. 예를 들어 '도가니탕'을 '젤라틴 소 무릎(gelatin cow knee)'이라고 적은 메뉴를 보고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며, '양곱창(grilled tripe)'의 영어표기는 오싹하기까지 하다.

뉴욕에서 오래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들은 한식이 미국인 사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독자적인 식당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이 사주면 얻어먹으면서 "한식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자신들이 자기 돈을 내면서 주기적으로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일본·태국은 모두 이 모델이 있기 때문에, 식당마다 미국인들로 바글댄다는 얘기다.

불친절한 영어 설명, 백화점식 메뉴, 특색 없는 실내장식 등 한식당의 문제점들은 미국인 고객을 상대로 장사하려고 생존을 걸고 고민하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뉴욕시에 있는 1만8000여개 음식점 가운데 뉴욕시 관광홍보대행사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는 한식당은 9개다. 일식당 76개, 중식당 25개, 태국식당 25개 등과 비교하고, 매년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23만8000명으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일본 다음으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식은 맛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뉴욕타임스 음식비평가를 거쳐 현재 음식 전문 저널인 '구어메이'의 편집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라이셜은 올해 초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미국에서 다음번 음식 열풍은 한식"이라며 한식 예찬을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현지인을 상대로 장사할 수 있는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한 한식은 여전히 '안타까운 미완의 대기'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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