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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권법 50년, 법적 차별 없앴지만 흑·백 소득 격차로 경제 불평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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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15-07-2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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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시내 북동부에 있는 하워드대학교는 흑인운동가들을 많이 배출한 진보적인 대학이다. 모든 인종과 성별에 개방돼 있지만 19세기부터 흑인들의 대학으로 굳어졌다.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흑인차별 금지를 명문화한 민권법에 서명한 지 2일로 50년이 된다. 1일 미국 흑인운동의 산실격인 하워드대를 찾았다. 이 대학 흑인사료관 모어랜드·스핀건센터의 직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흑인들의 역사에 관한 자료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료관 학예사인 아이다 존스 박사(44·사진)는 노예해방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연설 원문을 보여주면서 "이 사료관은 도서관의 '노예'나 '범죄' 항목에서만 검색되던 시대에도 흑인들은 열등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문헌자료들을 모으는 데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그우드 마셜을 비롯해 찰스 해밀턴 휴스턴, 조지 헤이즈 등 하워드대가 배출한 흑인 법조인들의 이름이 이어졌다. 하워드대 로스쿨은 흑백 분리교육을 막기 위한 소송에서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교수들을 모두 끌어모아 논거를 마련하는 것을 주도했다. 학생들은 1960년대 내내 거리에 나가 민권법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미국에서는 1870년 헌법으로 흑인도 국민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법적·제도적 평등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남부의 주들은 흑인들의 권리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투표권을 박탈해버린 지역들도 많았다. 버스의 앞자리에는 흑인이 앉을 수 없게 하는 것을 비롯해, 흑백 분리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다. 버스 좌석에 '앉을 권리'를 놓고 시작된 1955년 로자 파크스의 보이콧 운동,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불복종 운동 등을 거치며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964년 7월2일 존슨 대통령이 마침내 민권법에 서명함으로써 흑인들은 미국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하워드대 사료관의 자료들은 1964년의 민권법이 몇몇 유명한 인물들 덕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종의 벽을 넘어서려 한 19~20세기 수많은 흑인들의 도전들이 쌓인 결과임을 보여준다. 그러면 왜 린든 존슨이었을까. 존슨은 보수적인 남부 텍사스 출신으로, 존 F 케네디가 1963년 암살당한 뒤 부통령에서 대통령이 됐다. 당초 민권법 초안이 만들어진 것은 케네디 때였다. 존스 박사는 "존슨이 사석에서 흑인들을 니그로라 지칭했던 걸 보면 흑인에 대한 사랑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다만 그에게는 긴급한 정치적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었다. 백인 학생들은 전쟁에 반대하고, 흑인 학생들은 자유와 권리를 요구했다. 존스 박사는 "케네디가 살아있었다면 민권법이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케네디 암살이 역설적이지만 민권법 탄생을 촉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흑인들이 법적 평등을 얻은 반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흑인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미국의 흑인들은 자유롭지만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흑백 간 경제적 격차가 1960년보다도 커졌다는 분석기사를 싣기도 했다.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권법 50주년을 앞두고 텍사스주 오스틴의 존슨 도서관에서 기념연설을 하며 "경제균등을 실현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무렵 CBS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이 넘는 52%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46%는 "미국 내의 각종 차별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스 박사에게 요즘 학생들은 민권법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물었다. 그는 "젊은 세대는 민권법의 권리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일본의 예에서 보이듯 역사인식에서 퇴보하지 말란 법은 없다"며 "학생들이 역사에 민감해지도록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흑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1964년 제정된 법. 교육, 취업,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흑인이 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보장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제안한 법안을 케네디 사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의회 승인을 얻어 1964년 7월2일, 미국독립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서명, 공포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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