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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텍사스평원은 밀입국자들 '死地'…희생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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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49회 작성일 15-07-2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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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에 이동하다 숨지고 묘지마저 부족…뾰족한 대책 없어

미국 텍사스주(州) 남부 평원지대에 자리한 브룩스 카운티의 성심(聖心) 공원묘지에는 이름 없는 주검들을 위한 묘역이 있다.

'신원 미상의 여성'이나 '백골로 발견', 심지어는 '두개골만 발견' 등의 묘표(墓表)를 단 이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고향을 떠났다가 끝내 생사를 달리한 밀입국자들이다.

이 지역이 최근 중미인들의 새로운 불법 입국 통로로 떠오르면서, 목숨을 건 이민길 위의 안타까운 죽음도 속출하고 있다고 9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에 따르면 브룩스 카운티에서는 지난해에만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 129구가 발견됐다. 유해 일부만 남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그 수가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무더위가 아직 닥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국경에서 북쪽으로 110㎞가량 떨어진 이곳이 이민자들의 '사지'가 된 것은 미국 국경순찰대의 팔퍼리어스 고속도로 검문소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에서 온 밀입국자들은 멕시코만을 따라 달리는 화물열차를 타고 텍사스 남부 국경지대에 도착,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아 리오그란데 강을 건넌다.

브로커들은 이들을 차에 싣고 내륙 방향으로 달리다 검문소에 당도하기 전에 미리 차에서 내리게 한다. 단속을 피하려고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다.

이후 밀입국자들은 타는 듯한 태양 볕을 받으며 약 40km를 걸어 광막한 목장과 덤불지대를 통과하는 강행군을 하게 된다.

이들은 갈증과 저체온으로 기진맥진하게 되고, 길을 잃거나 안내자가 떠나는 등 상황이 악화하면 결국 상당수가 죽어나간다고 WP는 설명했다.

브로커들은 뒤처지거나 걸을 상태가 못 되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 소몰이'처럼 길을 재촉한다. 운반하는 이민자의 수에 따라 돈을 받기 때문이다.

카운티 보안관실이 유가족 연락을 대비해 정리한 서류철에는 청바지나 운동화만 남은 유골, 뙤약볕에 타들어가거나 짐승에게 물어뜯긴 시신 등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상이 가득하다.

연방정부가 시신 수습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카운티 당국은 DNA 대조 등 신원확인 작업도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실제 사망자 수는 당국의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에서 숨진 밀입국자 가운데 시신이 실제로 발견되는 경우는 넷 중 하나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검문소 인근의 한 농장주는 전했다.

밀입국자 사망 사고는 원래 애리조나 남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제 성장과 미국의 단속 강화 등으로 불법 이민자들의 국적 분포가 달라지면서 유입 통로도 텍사스 쪽으로 바뀌는 추세다.

지난해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 벨리 지역에서는 5만명에 가까운 비(非)멕시코 국적의 밀입국자가 검거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13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목숨을 잃는 이민자들도 더 많아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서부 국경지대에서 총 463명의 이민자가 숨진 채 발견돼 지난 2005년(492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05년에는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마르티네스 부보안관은 "34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제 (이민자들을) 묻을 데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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