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앞에서는 미소로 인사를 나누다가도 한인끼리 있으면 그 미소는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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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43회 작성일 15-07-2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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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질서의식 결핍증 같은 중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교통질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그런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교차로에 정차할 때도 정지선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중남미 이민자들의 질서의식에 불평을 토로하곤 한다. 그렇지만 한인 밀접지역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은 180도로 바뀐다. 미국인 앞에서는 미소로 인사를 나누다가도 한인들끼리 모여 있으면 그 미소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운전을 하다 보면 누구나 운전법규 위반으로 티켓을 받는다. 그런데 이때 티켓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십중팔구는 억울해 한다.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왜, 하필 나야?" 와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다 같이 위반했는데 왜 나만 잡느냐?" 라고 항변해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교통경관 한 두명이 모두를 적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 근본 원칙과 정의를 뒤흔드는 위법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왜 나만..." 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다 되는 사회, 아무도 원칙을 안 지키는데 자신만이 원칙을 지킨다면 왠지 바보가 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집단 이기주의적 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의 공통점은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이 만연하다는 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세를 타던 인사들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기보다 고소해하고 쾌감을 느낀다. 인터넷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비난글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한다. 돈으로 학위를 사기도 하고, 서류를 조작해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둔갑하기도 한다.
2007년 학력위조 사건으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정아 역시 같은 케이스다. 그 당시 그녀는 "왜 하필 나야!"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곤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회 지도층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을 것이다. 책의 내용이 모두 진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련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로서는 진실여부를 떠나서 흥밋거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한 때는 잘나가던 여성이 벌거벗듯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내고, 성공한 인사들이 도덕적으로 난도질 당하는 내용만으로도 책을 보는 독자들은 짜리한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녀는 이미 망가질 때로 망가진 불쌍한 존재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들어 돈이라도 챙기려는 생각이 강했을지 모른다.
4년 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자신의 사생활이 무참히 짓밟히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낙인찍힌 데 대한 울분과 사회에 대한 복수심리가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학력을 속이고 실세들을 동원해 분에 넘치는 자리를 누린 사실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자신만이 당했다는 억울함이 고개를 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요즘처럼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무디어진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않나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청렴결백이 공직자들의 덕목이고 자랑이던 시대는 끝났다. 왠만한 비리와 부도덕한 행동쯤은 당연시 되는 시대다. 하기야,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의 핵심인물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비리로 조사를 받던 대통령이 자살을 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윤리의식은 사회 모든 부문의 지도층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이다. 지도층이 높은 윤리의식을 보이면 국민들로 하여금 신뢰와 충성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지도층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국민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시킬뿐 아니라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국제청렴도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는 매년 국가별 청렴도 지수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다. 2009년도 우리 나라는 조사 대상국 180개국 가운데 오만과 같은 39위를 기록했다. 2008년에 비해 청렴도 지수(5.6 -> 5.5)가 0.1포인트 떨어졌다. 상위 10개국 가운데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싱가포르가 포함됐다.
청렴은 신뢰, 윤리 등과 함께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지표가 된다. 청렴도가 높은 나라가 국민 소득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청렴과 신뢰, 윤리 등 사회적으로 청렴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직자의 청렴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고 국가청렴도 지수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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