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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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24회 작성일 10-11-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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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상담에 몰두하던 시절, 동창회같은 일상적인 모임에 급격하게 흥미를 잃은 적이 있다. 상담실에서처럼 진지하고 깊은 얘기가 없는 모임이나 인간관계란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가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직업병이었을 것이다.
나는 대통령에게도 그런 종류의 직업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특수성에다 언론의 과도한 관심탓이다. 동아대 박형준 교수는 “미디어는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상업주의적 논리 때문에 대통령을 항용 정치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보도하려는 경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모든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노무현 개인에게 묻는 작금의 언론 현실을 개탄하며 지나치게 대통령에 집착하는 언론의 행태를 ‘대통령 중독증’이라고까지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직업병은 작업자 자신의 조건과 작업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정의는 새삼스럽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의 직업병이 무엇인가를 따져 보는 일은 노무현 개인에 대한 왈가왈부의 차원을 넘어선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대통령 직업병의 특성을 나름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첫째는 ‘절대적 고독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청와대를 ‘창살없는 감옥’으로 불렀다. 노대통령도 벌써 그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물리적 차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개인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가져오는 자기소외는 절대적 고독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대통령들은 말이 많아진다. 역대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대통령의 말은 재임기간에 비례해서 많아진단다. 거의 예외가 없다. 공식적 자리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말이 많다는 것은 고독감의 또다른 표현이며 이런 고독감은 곧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둘째는 ‘전지전능감의 극대화’이다.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고 국군의 최고통수권자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존재이다.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사항이며 대통령의 안위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진다.
취임초 대통령 경호실 무술 시범을 본 노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노대통령의 자존감과 전지전능감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과시적인 개인적 성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자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대통령직이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대단히 비현실적인(?) 직업인 셈이다. 대통령의 결정은 때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한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자기 결정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람이 심한 공포를 느낄 때 취하는 행동 중 하나가 ‘역공포 반응(counter-phobic reaction)’이다. 어떤 대상에 두려움을 느낄 때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기 감정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 ‘역공포 반응’이다. 남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직장내 남자동료들과 장난삼아 목조르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오버를 하면서 다른 여자들보다도 오히려 남자들과 더 쉽게 어울리는 경우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노동자 편에 서있었던 노대통령이 노사문제와 관련하여 걸핏하면 공권력을 들먹이고, 예전과 달리 친미주의자보다 더 친미적으로 행동하는 등 대통령이 되고 나서 딴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이것을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반대세력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나온 대통령의 ‘역공포 반응’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직업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자각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나는 대통령의 신체적 질병의 유무만 점검할 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정신건강 모니터링제를 도입하면 어떨까를 상상해 본다.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 본인에게 정치적 이유와는 별개로 그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대통령 자신의 건강에 대한 소망이나 ‘좋아 보이십니다’ 따위의 주위의 덕담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인연에 의해 대통령 본인에게 건강상태를 다르게 설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통령의 정신건강도 ‘있는 그대로’ 본인에게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대통령의 직업병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정신건강 모니터링제의 도입이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빌미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다. 세계적 축구스타의 발에 천문학적인 보험을 드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처럼 고도의 정신적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챙기자는 제안 또한 정신과 의사의 직업병은 아닐 것이다
나는 대통령에게도 그런 종류의 직업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특수성에다 언론의 과도한 관심탓이다. 동아대 박형준 교수는 “미디어는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또는 상업주의적 논리 때문에 대통령을 항용 정치의 중심으로 간주하고 보도하려는 경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모든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노무현 개인에게 묻는 작금의 언론 현실을 개탄하며 지나치게 대통령에 집착하는 언론의 행태를 ‘대통령 중독증’이라고까지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직업병은 작업자 자신의 조건과 작업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정의는 새삼스럽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의 직업병이 무엇인가를 따져 보는 일은 노무현 개인에 대한 왈가왈부의 차원을 넘어선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대통령 직업병의 특성을 나름대로 간추려 보면 이렇다.
첫째는 ‘절대적 고독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청와대를 ‘창살없는 감옥’으로 불렀다. 노대통령도 벌써 그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물리적 차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개인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가져오는 자기소외는 절대적 고독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대통령들은 말이 많아진다. 역대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대통령의 말은 재임기간에 비례해서 많아진단다. 거의 예외가 없다. 공식적 자리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인관계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말이 많다는 것은 고독감의 또다른 표현이며 이런 고독감은 곧잘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둘째는 ‘전지전능감의 극대화’이다. 대통령은 법률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고 국군의 최고통수권자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존재이다.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사항이며 대통령의 안위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진다.
취임초 대통령 경호실 무술 시범을 본 노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노대통령의 자존감과 전지전능감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과시적인 개인적 성향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자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대통령직이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대단히 비현실적인(?) 직업인 셈이다. 대통령의 결정은 때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한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자기 결정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람이 심한 공포를 느낄 때 취하는 행동 중 하나가 ‘역공포 반응(counter-phobic reaction)’이다. 어떤 대상에 두려움을 느낄 때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기 감정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것이 ‘역공포 반응’이다. 남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직장내 남자동료들과 장난삼아 목조르고,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오버를 하면서 다른 여자들보다도 오히려 남자들과 더 쉽게 어울리는 경우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노동자 편에 서있었던 노대통령이 노사문제와 관련하여 걸핏하면 공권력을 들먹이고, 예전과 달리 친미주의자보다 더 친미적으로 행동하는 등 대통령이 되고 나서 딴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이것을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반대세력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에서 나온 대통령의 ‘역공포 반응’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직업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자각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나는 대통령의 신체적 질병의 유무만 점검할 게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정신건강 모니터링제를 도입하면 어떨까를 상상해 본다.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 본인에게 정치적 이유와는 별개로 그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대통령 자신의 건강에 대한 소망이나 ‘좋아 보이십니다’ 따위의 주위의 덕담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인연에 의해 대통령 본인에게 건강상태를 다르게 설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대통령의 정신건강도 ‘있는 그대로’ 본인에게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대통령의 직업병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정신건강 모니터링제의 도입이 대통령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빌미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다. 세계적 축구스타의 발에 천문학적인 보험을 드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처럼 고도의 정신적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챙기자는 제안 또한 정신과 의사의 직업병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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