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오버와 심리적 오버 - 윤여준과 설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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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02회 작성일 10-11-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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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민주당 설훈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최규선 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서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5천만 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윤여준 의원을 통해서’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아마 윤여준 의원 본인을 겨냥한 자금수수 의혹이었다면 ‘정치생명을 건 싸움’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여준의 말처럼 “내 개인의 명예나 인격만이 아니고 이회창 전 총재나 당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서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는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전략적 오버’와 ‘심리적 오버’의 의미를 생각한다.
윤여준 의원의 대응방식은 신속하고 다양하다. 설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원내총무에게 조건부 사직서를 제출하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설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과 2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내놓았으며, 진상을 가리는 텔레비전 공개토론회까지 요구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보호심리와 ‘노풍’ 차단, 이회창 저격수로 떠오른 설훈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일종의 ‘전략적 오버’처럼 보인다. 원내총무를 비롯한 10여 명의 의원이 윤여준의 조건부 사직서를 들고 설의원의 방을 찾아가는 장면 등은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내가 흥미로운 건 정치인의 ‘전략적 오버’라는 직업적 측면보다는 윤여준 의원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심리적 오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생겨나는 단상들이다.
사실규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오버’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나의 진실’을 과시하기 위한 경우와 ‘나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다. 먼저 이런 경우를 상정해 보자. 사상검증이라는 우격다짐으로 빨간 딱지를 붙이려다가 실패할 경우에 흔히 쓰이는 비열한 수법 하나. “그럼 네가 빨갛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봐.” 윤여준이 돈을 전달받은 사실조차가 없고 따라서 그를 뒷받침할 물증이 나오지 않아도, 윤여준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사안임을 증명해야 하는 무죄증명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경우 ‘심리적 오버’가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누명을 쓰고 살인범으로 몰린 사람은 격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오히려 개전의 정이 없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려 더 가혹한 형을 받기도 한다. 이때의 ‘심리적 오버’는 자신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는 ‘벽’으로 인해 증폭된다. 때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목숨을 끊기도 하지 않는가.
반대로 자신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에도 ‘심리적 오버’가 일어난다. 일종의 ‘반동형성’이다. ‘반동형성’이란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등이 있을 때 그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자기방어를 위한 심리기교다. 내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겉으로는 더없이 예의범절이 깍듯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그런 경우다. 얼마 전 어떤 고위 공직자는 뇌물을 받았다면 할복자살을 하겠다고 극단적인 공언을 했는데, 며칠 후 ‘할복자살할 일’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반동형성에 의한 ‘심리적 오버’였던 것이다. 그런 심리적 매커니즘으로 따져본다면 윤여준 의원의 행동을 ‘제 발이 저린 듯한 과민반응’으로 눈 흘김하는 사람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생명을 건 진실게임이라는 표현 그대로 극단의 시각이 상충하는 중이다.
‘사전에 테이프를 들어보지 않은 경솔함’을 인정하는 설훈 의원의 발언이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윤여준의 ‘심리적 오버’가 어떤 종류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윤여준 의원 자신 뿐이다.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확인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으므로 결국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말하여지지 않는 것인가.
법원판결-2004년 11월 고법,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설훈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선고
윤여준 의원의 대응방식은 신속하고 다양하다. 설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원내총무에게 조건부 사직서를 제출하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설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과 2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내놓았으며, 진상을 가리는 텔레비전 공개토론회까지 요구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보호심리와 ‘노풍’ 차단, 이회창 저격수로 떠오른 설훈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일종의 ‘전략적 오버’처럼 보인다. 원내총무를 비롯한 10여 명의 의원이 윤여준의 조건부 사직서를 들고 설의원의 방을 찾아가는 장면 등은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내가 흥미로운 건 정치인의 ‘전략적 오버’라는 직업적 측면보다는 윤여준 의원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심리적 오버’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생겨나는 단상들이다.
사실규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오버’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나의 진실’을 과시하기 위한 경우와 ‘나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다. 먼저 이런 경우를 상정해 보자. 사상검증이라는 우격다짐으로 빨간 딱지를 붙이려다가 실패할 경우에 흔히 쓰이는 비열한 수법 하나. “그럼 네가 빨갛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봐.” 윤여준이 돈을 전달받은 사실조차가 없고 따라서 그를 뒷받침할 물증이 나오지 않아도, 윤여준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사안임을 증명해야 하는 무죄증명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경우 ‘심리적 오버’가 일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누명을 쓰고 살인범으로 몰린 사람은 격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가 오히려 개전의 정이 없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려 더 가혹한 형을 받기도 한다. 이때의 ‘심리적 오버’는 자신의 진실을 믿어주지 않는 ‘벽’으로 인해 증폭된다. 때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목숨을 끊기도 하지 않는가.
반대로 자신의 허물을 위장하기 위한 경우에도 ‘심리적 오버’가 일어난다. 일종의 ‘반동형성’이다. ‘반동형성’이란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등이 있을 때 그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자기방어를 위한 심리기교다. 내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겉으로는 더없이 예의범절이 깍듯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그런 경우다. 얼마 전 어떤 고위 공직자는 뇌물을 받았다면 할복자살을 하겠다고 극단적인 공언을 했는데, 며칠 후 ‘할복자살할 일’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반동형성에 의한 ‘심리적 오버’였던 것이다. 그런 심리적 매커니즘으로 따져본다면 윤여준 의원의 행동을 ‘제 발이 저린 듯한 과민반응’으로 눈 흘김하는 사람들을 마냥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치생명을 건 진실게임이라는 표현 그대로 극단의 시각이 상충하는 중이다.
‘사전에 테이프를 들어보지 않은 경솔함’을 인정하는 설훈 의원의 발언이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윤여준의 ‘심리적 오버’가 어떤 종류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윤여준 의원 자신 뿐이다. 소설가 김훈의 말처럼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확인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으므로 결국 당대의 현실은 당대에서 말하여지지 않는 것인가.
법원판결-2004년 11월 고법,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설훈 전 의원에게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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