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하나 50원.. Ctrl+C, Ctrl+V로 현대판 '인형 눈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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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075회 작성일 15-07-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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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아르바이트'를 찾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색 사이트에서 '댓글 아르바이트' '댓글 알바' 등을 검색하면 대개가 가입비 명목으로 4만~5만원을 받고 회원을 불리며 가입비 일부를 챙기는 다단계 사업이었다. 아니면 회사 온라인 마케팅 부서에 취업하거나 바이럴 마케팅(블로그·카페 등에서 이용자 혹은 이용자를 가장한 직원이 정보를 제공하고 제품을 알리는 마케팅 방식) 업체에서 근무해야 했다.
■ 회원 불리며 가입비 일부 챙기는 다단계 사업
인터넷 카페를 물색한 끝에 댓글 아르바이트만 따로 할 수 있는 곳을 어렵게 찾았다. 경향신문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재택근무 아르바이트'를 표방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직접 댓글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이 카페에선 지정된 블로그로 들어가 댓글을 남기면 댓글 하나당 50원을 지급했다. 공지 글에는 "댓글 아르바이트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다. 현대판 '인형 눈 붙이기'로 불리는 이 일은 시간과 끈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댓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가입 후 게시글 3개, 댓글 3개를 달고 회원 등급을 높여야 했다. 가입인사·자기소개·출석체크를 하고 다른 사람이 쓴 글에 '반갑다,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자필 근로계약서와 등본, 통장 사본을 보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작업 대상 블로그는 주로 특정 한의원과 그 분점들의 블로그였다. 링크와 함께 블로그 이름, 작성된 글 제목, 검색 결과에서 나타나는 위치(몇 페이지 몇 열)가 표시됐다. 지시된 글을 찾아가면 갱년기 여성 우울증, 산후 조리, 교통사고로 인한 허리 통증, 환절기 비염 대처요령 등 다양한 정보와 한방치료법, 한의원 위치와 연락처 등을 볼 수 있다.
글에 달린 댓글은 적게는 50개에서 많게는 200개까지, 대부분 '좋은 정보 감사하다, 자주 놀러오겠다'로 비슷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글을 꼼꼼히 읽고 내용과 관련한 댓글을 남겼다. 몇 차례 반복하다보니 글을 읽을 필요도 없이 자동적으로 댓글을 달 수 있었다. 글이 모두 비슷한 내용인 데다 일일이 읽고는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댓글 내용보다 개수를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댓글을 남기면 다시 카페로 돌아와 작업을 마쳤다는 글을 남겼다. '완료' 혹은 '확인'이라는 댓글을 달아야 내가 한 작업이 성과로 인정됐다. 9일간 약 100여개의 댓글을 달았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면서 눈에 띄는 아이디들이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블로그 글이 올라오면 그 글로 몰려가 댓글을 달고 '확인'을 남긴 후 사라졌다.
■ 몇차례 반복하다 보니 글을 읽을 필요도 없었다
댓글 아르바이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검색사이트 검색결과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병명이나 비슷한 내용을 올린 다른 병원·한의원 블로그의 글이 하루에도 수개씩 올라왔다. 몇 시간만 지나면 검색결과 가장 위에 올라 있던 새 글도 금방 다른 글에 밀려 밑으로 내려가거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댓글 아르바이트는 블로그 유입자 수를 늘리는 동시에 많은 댓글로 블로그가 활동적인 블로그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블로그처럼 보이는 것은 더 오랫동안 검색결과 상단에 남을 수 있는 비결이다.
한 바이럴 마케팅 관계자는 "같은 결과를 검색해도 눈에 띄는 위치에 있는 사이트가 있고 아닌 사이트가 있다. 검색엔진이 상위에 노출되는 기준을 계속 바꾸기 때문에 바이럴 마케팅도 그에 따라 진화하지만 유입량과 활발한 활동(댓글 등)은 기본"이라고 밝혔다.
약 열흘간 댓글 아르바이트에 참가해 100개의 댓글을 달았다. 5000원을 번 셈이다. 사이트를 돌면서 기계적으로 댓글을 남기는 일이라 어렵지 않았지만 품이 많이 들었다. 10월 한 달 동안 올라온 216개 글에 모두 댓글을 달았다고 해도 1만800원이다. 카페 질문게시판에서 한 이용자는 "가족 주민번호 3개로 9개 아이디를 돌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카페 관계자는 "매월 포스팅(블로그 글)이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 운영이나 재택 카페에서 활동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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