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풍자로 가득찬 버냉키 프린스턴대 연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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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914회 작성일 15-07-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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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 이미지' 벗고 농담으로 졸업생들에 조언
"강단에 섰던 프린스턴대학교에 복직 신청을 냈더니 떨어졌다는 답장을 받았어요."
"미국 사립 명문대 학비를 대기 위해 부모님들이 해마다 최고급 승용차 한 대를 절벽으로 버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요?"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주말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한 대표 연설이 화제다.
평소 어눌한데다 유머감각마저 없기로 유명한 버냉키 의장의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이 이례적으로 유머로 시작해 농담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작심한 듯 이날 연설의 제목까지 정했다.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을 본떠 `10가지 충고'라는 제목을 달아 시작부터 눈길을 끌었다.
연단에 오르자마자 버냉키 의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에 관한 발언이 `혹시나 있을까' 하고 몰려든 기자들을 의식해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된 신상 발언으로 운을 뗐다.
"예전에 강단에 섰던 프린스턴대학에 다시 교수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편지(지원서)를 보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버냉키 의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던 미국 경제부 기자들이 노트북을 열고 받아치기 시작했다.
"(학교로부터) 답장을 받긴 받았죠. `유감스럽게도 훌륭한 자격을 갖춘 교수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떨어지셨습니다)...'라는 내용입니다"
프린스턴대학 경제학과장 출신으로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버냉키 의장마저 복직 신청이 거부됐다는 사실에 취재진들의 손이 바빠졌다.
복직 관련 편지를 주고 받았는 것은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버냉키 의장은 시침을 떼고 연설을 이어갔다.
다만 그의 복직 관련 발언이 나온 뒤 연준은 `보도자료'를 내 기자들의 혼선을 막았다. "언론인 참조: 농담이었습니다. 저의 프린스턴대학 교수직은 이미 2005년에 만료됐습니다"는 내용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명문 사립대학의 살인적인 등록금 문제도 언급했다.
"(프린스턴대학과 같은) 사립 명문대에 다니는 것은 부모님들이 해마다 최고급 승용차 캐딜락을 구입한 뒤 절벽으로 처박아버리는 것과 같죠"라며 허리가 휘는 등록금 빚 문제를 우려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해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답변하는 가운데 "아들이 의과대학에 다니느라 떠안게 된 등록금 빚만 40만달러(4억5천만원가량)에 달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정치권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평소 연준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의회와 잦게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박한 평'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는 "내 경험상 대부분의 정치인과 의원들은 자신의 견해와 양심에 따라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며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대학을 떠나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훌륭한 배우자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농담을 곁들여 조언했다.
그는 외적인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라며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상대의 몸속에 기생충이 우글거린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게 된 우리의 (인식론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풀이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그러면서 값비싼 등록금을 내가며 선택된 엘리트 교육을 받은 프린스턴 졸업생들이 금과옥조처럼 새겨야 할 충고를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프린스턴대학과 같은) 능력지상주의 학교와 사회는 공정하다고 배웠습니다. 완벽하게 능력위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게 현실이지만 능력지상주의가 다른 방안보다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것도 사실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내 그는 "진짜로 그럴까요"라며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더 유복한 가족의 지원과 부족하지 않은 (부모의) 소득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능력지상주의 사회에서 더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가족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교육기회를 준 사람(부모)들이 겉보기에 성공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이들은 소박한 소주 한 잔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죠"라며 어려운 환경에도 자녀를 교육시킨 부모에게 감사하라고 우회적으로 조언했다.
이어 그는 "직업을 선택할 때 일에 대한 애정이나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일궈보겠다는 열정이 아닌 돈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은 불행에 이르는 첩경입니다"라고 연설을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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