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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30초 해결


 

돈기호테와 햄릿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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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2,820회 작성일 10-11-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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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다. 솟구치는 감정을 꾹꾹 눌러 참고 담아두는 부류와 모든 걸 겉으로 팍팍 드러내는 부류.” 라고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는 말했다.
어느 책에선가 그 구절을 읽었을 때 난 웃음을 터뜨렸다. 옮긴이의 글 솜씨 덕분이겠지만 “꾹꾹”과 “팍팍”이란 표현만으로도 그 두 타입이 어떻게 다른지가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두 타입은 돈키호테와 햄릿만큼 서로 다르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극과 극에 서 있다. 그렇게 다르고 그렇게 반대편에 서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서로 잡아당기는 불변의 이치 때문일까. 둘은 때때로 미친 듯이 서로에게 매혹당한다.
그건 대개의 커플이 처음 상대방에게 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가 생긴 커플을 처음 상담할 때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두 사람이 애초에 서로에게 왜 끌렸는지 그 이유를 털어놓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거의 모든 커플이 자기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어서, 바로 그것 때문에 한눈에 반했음을 알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린 그렇게 내게 없는 뭔가를 가진 상대방에게 이끌린다. 감정을 ‘꾹꾹’ 담아두는 타입은 그것을 ‘팍팍’ 드러내는 타입에게 반하고 혹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바로 그 다른 것 때문에 또 미친 듯이 싸운다.
다만 그들은 처음에 왜 자신들이 서로 끌렸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지금 자신들이 왜 싸우는지 그 이유를 모를 뿐이다. 그래서 상담할 때 처음에 왜 서로에게 끌렸는지를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커플이 맨 처음 상대방에게 매혹되었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은 서로를 끔찍하게 미워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래된 연애나 결혼은 현실이고 생활이다. 반면에 잠깐의 연애는 서로의 다름에 매혹되어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불꽃이 일렁인다. 그 동안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타오를 때가 있으면 반드시 잦아들 때가 있는 것이 모든 연애 감정의 일관된 법칙이 아니던가.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매혹의 불길이 꺼지는 순간부터 너무나 갑작스럽게(전혀 준비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상대방이 나와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견디기 힘든 갈등과 싸움이 시작되는 것도 그때부터다. 그 시기를 슬기롭게 잘 넘긴 커플은 이윽고 긴 연애를 시작할 준비를 갖춘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서로의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큰 숙제를 계속해서 제대로 해 나가야 하겠지만.  
서로에게 지독한 분노와 미움을 품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아내는 명랑 쾌활한 타입이어서 늘 사람들과 어울리고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타고난 기질도 화려해서 집안 치장은 물론이고, 자신의 옷차림이나 장신구를 사들이는 데도 많은 돈을 썼다. 그 대신 언제나 멋진 외모를 유지하고 사람들과 잘 사귀는 것은 그녀의 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성공에 대한 야심도 컸다.
반면에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타입이어서 바깥 활동을 몹시 싫어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기질도 소박한데다 검소한 성장배경을 갖고 있는 탓에 웬만하면 절약하고 돈을 쓰지 않았다. 일부러 인맥을 만든다거나 하는 정치적 술수도 싫어했다. 그러니 크게 성공해야겠다는 야심과는 애초에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해와 달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이 서로 결혼을 했다는 데 있었다. 물론 그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우린 흔히 나한테 없는 매력을 가진 상대방에게 반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덥석 결혼이란 걸 해놓고는 나머지 세월을 온통 갈등과 원망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들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결혼 5년차쯤 되자 아예 서로를 원수 대하듯 했다. 
견디다 못한 아내가 상담을 원했고 커플이 함께 내원하게 되었다. 내원 횟수가 늘면서 그들은 차츰 서로가 상대방을 비난하고 원망하는 이유가 그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란 사실을 이해해 갔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상대방을 미워하고 밀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처음에 서로에게 매혹당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도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 상대방의 ‘다름’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는 그 다름에 맞추어 가기 위해 애쓰기로 했다.  
이 커플처럼 상담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왜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하지 싶어서 화가 났다. 나라면 절대 안할 행동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도무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저 모양인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나와 다른 기질, 다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그리고 나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했기 때문에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을 이해하기만 했는데도 관계가 많이 편안해졌다.”
갈등 해소의 첫걸음은 그처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경계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부류로 나뉠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각자의 고유한 기질만큼은 다 다르게 타고나게 마련이다. 그런 뚯에서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바로 그 ‘다르다’는 점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자주 갈등상태에 놓이곤 한다. 앞에 예를 든 커플처럼. 따라서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은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머리로는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린 자주 “나라면 안할 행동을 너는 왜 하는가?” 하는 문제로 충돌을 빚는다. 하지만 나라면 안할 행동을 그가 하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헤어진 첫사랑이 떠올라 눈물짓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음식 생각하는 건 옳고 첫사랑 떠올리는 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건 단지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연애나 결혼생활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햄릿형이라고 해서 돈키호테형이 잘못이라고 해선 안 되는 것이다.
물론 햄릿형이 돈키호테형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상대방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린 그가 잘못하고 있다고 여겨 원망하고 미워할 때가 더 많은 것이다. 그것은 연인 사이든 부모 자식 사이든 친구 사이든 직장동료 사이든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든 다 마찬가지다. 만약 상대방이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는 먼저 그가 나와 다르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 다음에 만약 다르기 때문이란 결론이 나거든 가능한 한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라. 그것이 나의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줄이는 가장 나은 방법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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