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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성격차이를 용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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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286회 작성일 10-11-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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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만개한 꽃 그늘 아래서 신랑과 신부는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약한 바람결에도 호드득 떨어지는 꽃잎들이 신랑 신부의 머리 위로 나부끼면 사진작가는 "오케이, 지금 딱 좋아요!"하며 셔터를 눌러댔다. 인공으로 세워지긴 했지만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은 결혼시즌이면 사진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들이 많았다. 어느 커플이나 신랑은 늠름했고 신부는 화사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지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지금대로라면 어느 커플이나 평생 싸움 따위는 한번도 안하고 머리칼이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갈 터였다.
박영민씨(가명, 32세)도 그런 줄만 알았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부터 싸움이 시작됐던 것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서로 손잡고 잠들었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별 것도 아닌 하찮은 일로 원수처럼 싸우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화근은 웨딩 촬영 때 찍은 사진이었다. 스튜디오에서는 가장 잘된 사진을 큰 액자를 만들어 선물했는데, 그걸 거느냐 마느냐를 두고 말싸움이 시작됐다. 평소 신혼인 친구 집에 가보면 그런 액자를 침실도 아닌 거실에 버젓이 걸어두는 것에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던 영민씨였다. 그래서 평소 난 결혼하면 절대로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결심까지 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쩌랴, 꽃 같은 그의 새색시는 정반대로 그런 액자로 침실이며 거실을 장식하는 신혼생활을 꿈꿔왔던 것이다.
영민씨 입에서 속물 취향이니, 저질 취미니 하는 말이 튀어나오면서부터 싸움은 걷잡을 수 없어져서 두 사람은 치고받기 직전에야 가까스로 싸움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사흘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후 자신의 사랑이 고작 그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것에 깊이 절망하고 반성한 영민씨가 먼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덕분에 두 사람은 간신히 화해를 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영민씨는 아내한테 결국 주도권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자꾸 아내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두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평소 깔끔한 완벽주의자였다. 물건이든 책이든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완벽하게 정리돼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하다못해 커피를 마시고 나서도 곧바로 잔을 씻어서 제자리에 놓아두는 것이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런 점에서도 그와는 정반대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도 잔이 계속해서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걸 더 좋아했다. 책이며 잡지를 보고나서는 아무데나 펼쳐두곤 했다. 빨래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속옷이며 양말은 따로 구분해 빨아야 한다고 믿었지만 아내는 뭐든 다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되는 줄 알았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도대체 그런 시시콜콜한 일이 왜 문제가 되느냐?  도저히 그 이상한 성격이 이해가 안간다. 그리고 날 사랑한다면 적어도 그 정돈 나한테 맞춰줘도 되는 거 아니냐?"며 느긋하게 나왔다. 물론 그도 지지 않고 아내한테 소리치곤 했다. "너야말로 날 사랑한다면 나한테 좀 맞춰주면 안되니!"
앙앙불락 끝도 없는 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서로에게 지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혼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우리가 사랑에 빠졌던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그 무렵 제 아낸 사랑스러운 여자였거든요."
영민씨의 말이었다. 아마 그의 말대로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였으리라. 하지만 지금도 그의 아내는 그때나 똑같았다. 성격도 겉모습도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영민씨 자신이었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는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무엇이든---아내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질조차 자신의 완벽주의에 맞추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실은 간과한 채 아내와의 성격차이를 견디지 못하겠다며 아내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신혼의 커플들이 성격차이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소연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그 얘기의 거의 다가 박영민씨 커플과 비슷한 케이스인 걸 알 수 있다.  "사랑한다면 네 성격 죽이고 나한테 맞춰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열쇠와 자물쇠도 서로 딱 들어맞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런 자물쇠와 열쇠처럼 나한테 딱 들어맞는 배우자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도대체 어떤 행운의 별을 타고나야 나한테 그런 엄청난 축복이 돌아올까?  그동안 나의 임상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대답은 0.000001퍼센트쯤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은 곧 그만큼 나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맞는 배우자는 바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제는 한가지밖에 없다. 상대방이 나한테 맞추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쓴다면 적어도 성격차이 때문에 헤어지는 일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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