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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요일 (The Eighth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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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540회 작성일 10-04-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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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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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요일 (The Eighth Day)
 

ㆍ제작년도 : 1996년

ㆍ제작국가 : 프랑스 / 벨기에

ㆍ감독 : Jaco Van Dormael

ㆍ출연 : Daniel Auteuil, Pascal Duquenne, Miou-Miou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의 제목이 왜 하필 제8요일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제8요일>이 된 건, 신이 천지를 창조하는데 7일이 걸렸다는데서 연유한다. 신은 만물을 만들면서 6일에 인간을 만들었고, 7일은 쉬었다고 한다. 다음날인 8일은 8요일의 창조, 즉 그리스도의 부활을 의미하는 날이다. 또한 8요일은 억제되었던 인간성의 재생을 의미하는 요일이기도 하다.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사는 해리와 조지가 만나는 날인 제 8요일은 달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이 영화에서 해리(다니엘 오떼이유 분)가 바로 일중독증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참모습(참자유)과 소중한 가족을 되찾으면서 변화된 재생의 날을 찾게된다.

 

일중독증은 소외를 불러온다.

일중독중에 걸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남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고,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꼼꼼하고 출세지향적인 세일즈기법의 강사인, 해리도 그의 공적인 생활은 빈틈이 없지만, 그의 사적 생활은 황폐하기 이를데 없다. 일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그의 사생활은 망가져가고, 그는 자기 자신에게도 늘 타인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신없는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날, 그에게는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가 돌아온 집에서 아무도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일에 미친 남편을 그의 아내와 딸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당당한 해리였지만, 그 이후 집에 돌아와 자신과 직면할 때는 심한 외로움을 느껴 자살의 생각까지 하게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해리는 순수한 영혼인 조지(파스칼 뒤켄 분)를 만나게 된다. 비오는 밤길에 차를 몰고가다 우연히 강아지를 치면서, 개의 주인인 다운증후군 환자, 조지를 만나게 된다. 해리에게는 어리숙하고 엉뚱한 행동만 하는 조지와의 동행이 달가울 리 없지만, 조지를 떼어버리기는 쉽지 않다.

 

조지가 지닌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움

그러나 해리는 때묻지 않고 순진한 영혼을 가진 조지에게 점점 매료되고, 극심한 초콜릿 알레르기가 있는 조지에 대해 책임감마저 느낀다. 그는 조지와 함께 아내 줄리와 딸이 있는 집으로 가보지만, 문전박대만 당한다. 깊은 절망에 빠진 해리를 그동안 애만 먹이던 조지가 그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사랑으로 위로해준다.

그러나, 결국 해리는 조지를 요양원에 데려다주고 또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시 동안 조지와 같이 생활을 하던 해리는 이제 조지가 진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때 마침 요양원에서 탈출을 감행한 조지일행이 해리를 찾아오는데, 이에 해리는 조지 일행과 함께 강의도 팽개쳐둔채 딸의 생일파티를 치러주러 떠난다. 밤새 폭죽과 불꽃놀이로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자, 얼어붙었던 아내와 딸의 마음도 다시 녹고, 해리는 행복한 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해리의 행복을 바라보며 쓸쓸히 떠난 조지는 환상 속에서만 만나던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옥상에서 자신의 몸을 날린다.

 

바보의 원형, 그 유래...

영화에서 해리는 바로 조지의 순수한 영혼을 통해서 "바보의 원형"이 활성화되어 행복을 찾게 된다. 원형에 대해서 정신분석가인 융은 "태초로부터 인간이 경험한 것이 침전되어 생겨나며, 인간은 태어나면서 이미 원형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이러한 원형은 의식이 너무 일방적으로 발달, 분화되어 무의식을 지나치게 경시함으로써 자아의 위기에 봉착할 때 나타난다. 즉 원형이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나타나 치유의 기능을 떠맡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에서 혹은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 안의 작용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일중독증 환자인 해리는다운증후군인 조지와의 특별한 조우를 통해서 이러한 "바보의 원형"이 활성화된 것이다.

 

생명력과 활력의 바보원형

우리의 생명력과 활력은 원시적이며 어린이 같은 순진 무구함에서 발휘되는데, 바보 원형이 이런 기능을 담당한다. 바보원형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무질서하고 불손하며 무례한 면이 있어 타인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이런 특징을 가진 바보 원형이 튀어나오게 되면, 우리는 내일에 대한 걱정없이 전통적 또는 관습적인 도덕률에 지배되지 않고 남이 뭐라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호기심만을 쫒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창조하는 즐거움도 만끽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삶도 살게 된다. 즉 바보원형의 활성화는 의무, 책임감, 마감시간, 요구만 하는 재미없는 인간관계, 집착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성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도 바로 이러한 바보원형의 활성화된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스포츠를 통한 바보원형을 만나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삶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책임감을 잊게 되는 것이다.

 

자연과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바로 이러한 바보원형으로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리는 조금씩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남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거나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만한 일상의 파격을 벌인다. 결국 해리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조지라는 바보원형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나 책임감없이 그저 자연과 인생을 그대로 보며 음미할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도 생긴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시간에 쫒기며 살지 않게 되었고, 단정하게 넥타이를 맬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으며, 가족들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원형은?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못하고 단지 무미건조한 감정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의 참자유나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빠져 허상을 쫒게 될 때,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이러한 바보원형이나 사랑의 원형이 필요하다 할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지나친 원형으로의 활성화는 판단력을 잃게 하고 부적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한다. 또한 이러한 부적절감으로 주변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며, 종국엔 자기 파멸의 길을 가기도 한다. 지친 모습의 삶이 아닌, 그리고 너무 힘들게도 살지 않고 자연과 인생을 그대로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조지처럼, 우리에게도 이러한 바보와 사랑의 원형으로의 활성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글/ 김상준(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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