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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이의 이야기-좋은 대학에 가서, 그래서 어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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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302회 작성일 10-11-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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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미영이(가명)는 아무런 일에도 의욕을 내기 어려운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공부는 뒷전이고 잠만 자거나 미친 듯이 소설책만들여다보거나 했다. 3학년이 되면서 치른 두 번의 모의고사와 한 번의 중간고사에서 성적은 학급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울에 있는 대학, 아니 수도권 안에 있는 대학에라도 들어가려면 학급에서 최소한 5등 안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이나 같지 않던가. 그것도 특별히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고교에 한해서가 아닌가-이것은 미영이 어머니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의 하나였다. 그런데 딸이 5등은커녕 10등 밖으로 밀려나자 어머니는 놀라고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자연 어머니와 미영이 사이에는 마찰과 갈등이 잦아졌다.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긴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미영이는 마침내 병원에 오게 되었다. 미영이는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만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의로 미영이는 자기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미영이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리라는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수험공부가 시작되면서 습작은커녕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고 나면 다시 학원에 갔다가 새벽 1시나 돼야 집에 돌아왔다. 그런 생활을 2년이나 되풀이하자 몸도 마음도 다 지치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 학교생활이고 공부인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요, 선생님.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아이들이라고 다 견디는데 저 혼자만 못견디겠다고 하는 것도 유난스러울 수 있고요. 그렇지만 아무런 성취동기도 느낄 수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나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요. 그래서 어쩔 건데요?"



아마도 이 대목에서 미영이 부모님은 말문이 막혔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묻는 아이에게 좋은 대학이 미래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되어준다거나 하는 말이 설득력을 갖기 만무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미영이에게 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었다.
미국여행 중에 여러나라의 정신과 의사들과 만났을 때의 일이다. 한 중국인 의사가 내게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름대로 한국도 이제 외국에 많이 알려졌고 또 내가 졸업한 학교는 설립과정에 외국인이 관여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도 그 학교를 알 거라고 여겨 씩씩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단지 전에 만난 일이 있는 어떤 한국인 의사를 내가 아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그를 빼고는 어느 누구도 내게 어느 대학 출신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정신과 의사로서 내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하는 것만을 알고 싶어했다.
`그래, 세계화 시대에 내가 지니고 있는 능력, 내가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과거에 내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랴'
그 다음부터 나는 내 아이들에게 늘 `세계 어디에 떨어뜨려져도 혼자 살
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공부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지금처럼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지고 있는 때에 단지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공부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죽은 공부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진정한 학문이란 삶이란 끝없는 의문덩어리를 지고 가는 동안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한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런 요지의 이야기를 미영이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은 나 자신 미국여행에서 얻은 체험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한 덕분이었다. 아니면 나 역시 솔직히 고백하건대,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떠나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내 아이에게 죽어라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만 강요했을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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