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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500회 작성일 10-08-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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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으로 이민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한 주간지에서 어느 중년 인사가 자기 선배 부인에게 “왜 미국까지 와서도 아직까지 미스터 김이라 부르느냐? 시정해 달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사전에 보면 Mr.는 ‘남자의 성이나 성명 앞에 붙여, 씨, 님, 군, 귀하로 호칭하거나, 관직 앞에 붙여 님(Mr. Chairman 의장님), 각하(Mr. President 대통령 각하)로 호칭하기도 하며, 또 지역이나 나라를 대표하는 남자(Mr. Korea)로 호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금 특이한 뉘앙스를 풍기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미스터 아무개’하면 신입 사원, 젊은이, 또는 어찌 보면 풋내기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회사에서 상사일 경우는 직급 다음에 ‘님’자를 붙이고 부하 직원일 때는 그냥 직급만 호칭한다. 그런데 아무 직급도 없는 최하 말단 신입 사원을 대개 ‘미스터 아무개’라 호칭하는데서 유래된 듯 싶다.
또 한편으로 아직 사회적 지위나 직급을 가지기 전, 그러니까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신출내기를 사회인 대접을 해주고자 할 때, 그리고 학교, 학계 및 사회적 후배에게도 ‘미스터’ 호칭을 붙여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이나 호칭할 수 있는 직급을 가진 분에게 ‘미스터’를 붙이는 것은 결례가 될 수도 있겠다. 반면에 만약 미국인이 나에게 ‘미스터 민’이라고 호칭해 준다면 이것은 반가운 일일 것이다. 나를 존대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개 씨’라 할 때 ‘씨’자도 사전에 보면 ‘성이나 이름 다음에 붙이는 존칭’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것 역시 사회적 신출내기나 또는 중년 이후라도 마땅한 경칭이 없을 때 주로 호칭된다. 그러다 보니 경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루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좀 고려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선생’은 사전에서 ‘학식이나 나이가 자기와 맞서거나 앞선 사람에 대한 존칭’이라 풀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각자 ‘안창호’는 ‘안창호 선생’이라 표기하고 호칭할 때는 ‘선생님’이라 한다. ‘안창호 씨’라고 표기하거나 호칭하는 것은 결례가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학위나 교직, 관직 등을 갖지 않은 상대방을 존칭할 때도 ‘아무개 선생’이라 표기하고 ‘선생님’이라 호칭한다.
반면에 ‘모 선생’이라고 반말로 상대를 호칭하는 것은 학문이나 나이가 앞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며, ‘이봐 선생’이라 말하는 것은 학문이나 나이가 월등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무랄 때 쓰기도 한다.
‘양반’이란 말도 쓰기에 따라서 좋은 뜻으로 또는 나쁜 뜻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아! 그놈 양반이다’라고 어린이에게 말하는 것은 ‘훌륭하다, 장하다, 젊잖다’등의 뜻을 담은 칭찬의 말이 되지만, ‘이 양반아!’라는 말은 학문이나 나이가 월등히 앞선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질책할 때 쓰기도 한다.
채근담(菜根譚)에 보면 ‘념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念頭濃者 自待厚 待人亦厚)’라는 귀절이 나온다. 생각이 짙은 자는 스스로를 후대하고 남을 또한 후대한다는 말이다. 남을 높여 불러서 해로울 것은 하나도 없으며 상대방을 높여 존칭하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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